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죽고 싶었다 항상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학교에 다니고 여행을 다니며 즐기는 친구들과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들과 내 인생을 비교해 보니 그들에 비해 내 인생은 너무 비참했다 그래서 sns 같은 건 하지도 않고 티비에서 내 또래 친구들이 나오는 모습만 나와도 보지 않았다 가슴이 아프니까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는 게 가슴이 아팠다 내가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항상 마음속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길을 건너다가도 '지금 저 차에 치여서 죽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고 뉴스에 누군가가 안타깝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기서 죽는 건 나였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엄마한테도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어느 날 치료를 받다가 그 치료가 너무 고통스러워 울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그냥 죽게 해 줘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으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아"
"안돼 너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릴 거야 건강하게 만들 거라고 그러니까 엄마만 믿고 참고 견뎌보자"
"엄마 그거 알아? 지금 이러는 거 엄마의 욕심인 거 나는 그만 아프고 죽고 싶은데 엄마 욕심 때문에 나를 못 죽게 하는 거잖아 나 좀 그만 놔주면 안 돼? 그냥 죽게 해 달라고 '
투병기간 동안 엄마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너무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 같은 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엄마는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엄마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온날이 있었다
"엄마 왔어? 늦게 왔네"
"우리 딸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엄마는 너 없으면 못살아 엄마가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하루야 네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너무 찢어질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파 "
그날 처음 봤다 엄마가 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엄마는 항상 반드시 나을 수 있다고 참고 견디면 언젠간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며 내가 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독여 주셨다 내가 습관적으로 말한 죽고 싶다는 말에 엄마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내가 너무 힘든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해다
아픈 자식을 돌보는 건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항상 내 아픔만 생각했지 엄마의 아픔까지 살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아픈 자식을 돌보지 않아 결국 죽게 만든 사람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엄마의 보살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 나는 엄마 앞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장난으로라도 꺼낸 적이 없다 속으로는 자주 생각했지만 말이다 엄마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기 시작했다 아픈 자식을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랑으로 보살펴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나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죽을 수 없었다 내가 죽으면 엄마가 어떤 인생을 살지 안 봐도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죽고 싶어도 죽을 거면 차라리 엄마가 죽고 난 이후에 죽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