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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온쌤 Jan 24. 2024

[1화] 삽살개 깜지 10년 만에 실내 배변 멈춘사연

주인을 살린 토종 삽살개 깜지 이야기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셨다.

삶의 방향을 잃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K장녀인 나는, 엄마 바라기였다. 엄마를 기쁘게 하는 일이 삶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기간제 교사를 하며 겨우겨우 붙은 교사도 이젠 필요 없다. 교사인 나를 자랑스러워할 엄마가 없으니까.



두 번의 유산을 하고 임신 준비를 하던 나는, 남편을 남겨 두고 친정으로 와 버렸다. 슬픔을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 엄마를 따라가고 싶었다. 아빠 옆에서라도, 동생들 옆에라도 있어야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 막내 동생, 강아지 깜지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엄마가 없는 걸 알기는 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네 꼬리가 너무 슬프다




내 동생 깜지.



우리는 너를 10년 넘게 똥개로 알았다.

어느 산책길, 아주 값비싸 보이는 외국 품종을 키우던 견주가 자신의 강아지를 깜지에게 인사시키는 게 아닌가.



"인사드려. 토종개 삽살이야. "



똥개인줄 알았다는 내게, 혀를 끌끌 차며 충성심 보면 모르겠냐며 토종개 삽살이라고알려 주셨다.


충성심은.. 모르겠으나 인터넷 사진 속 삽살개와 요리조리 대조해 보니 정말 삽살개가 맞다.



막장 드라마 속 가난한 주인공은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끝내 부잣집 딸로 밝혀진다. 깜지도 10년 만에 정체성이 밝혀진 셈이다. 밖에서 키워야 할 강아지를 안에서 키웠던 게 방해라면 방해라고 할 수 있을까.

11세 삽살이 깜지


밭 지키라며 아버지께서 얻어 온 깜지는 겨우 1개월생이었다. 3센티 남짓한 다리로 미끄러지듯 걷는 아기 강아지를 도무지 밭으로 보낼 순 없었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데 야생 동물을 쫓는다니.



여동생과 나는 부모님 몰래 중성화 수술을 계획했다. 그래야만 이 핏덩이를 밖으로 데려가지 않으실 거 같았다. 머리 굵어진 30대 두 딸을 부모님은 말리지 못하셨다.



그렇게 깜지는 우리의 막내 동생이 되었다. 방구들 가장 뜨뜻한 곳에 당당히 누워있는 충성심 강한 토종 삽살개 깜지말이다.



10년 동안 뜨뜻한 곳에서 쾌변으로 건강을 알리던 너.



이상하다.

갑자기 실내에서 배변을 하지 않는다.

오줌도 똥도 전혀.. 아무것도..



방법이 없다. 데리고 나가야 한다.

슬픔에 빠져있는 아빠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가 삽살개가 충성심 강하다고 했는가.

충성심은 무슨.....



엄마 따라가고 싶은 나는,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나는, 도무지 밖을 나갈 수 없다.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정말 너는 충성심 가득한 우리나라 토종개 삽살개가 맞긴 한 거니...?

누나는 밖에 나갈 기분이 아니야.



왜 하필 지금이냐고.


누가 너보고 충견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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