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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온쌤 Jun 19. 2024

아무도 산부인과를 추천해주지 않았다.

42세 노산이야기

직장 생활 15년 차, 이런 게 번아웃일까.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머리가 묵직하고, 아침에 들었던 말은 점심시간이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



신규 때도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했다.

사회초년생 때 겪던 가슴 두근거림이 생겼다.



내 나이, 42세

약봉투 나이로 40세가 되었다.

나를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약봉투마저도 어른으로 인정했다. 괜히 나를 보살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짠한 마음과 함께.



동료들은 저마다의 병으로 나를 진단했다.



어떤 날은 갑상선

또 어떤 날은 당뇨

또 어떤 날은 유방.... 자궁.. 심장

가족력까지도 추적해야 했다.



추천병원 리스트가 쏟아졌다.

코딱지만 한 도시에도 명의가 많았구나.

언젠가 한 번은 들를 곳인 것만 같아 서글펐다.




가장 표가 많은 갑상선 병원으로 정했다.

엄마가 앓았던 병이기도 했다.

최대한 뒷날짜로 병원 예약을 미뤄두고 식이요법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날다람쥐 같은 나와 동갑인 동료가 귓속말을 해왔다.

"흑염소 세 마리. "

누군가 들을새라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게 왠지 더 신뢰가 갔다. 흑염소즙 30일분도 덜컥 주문했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꿈에도 몰랐다.

수많은 추천 병원 리스트에 빠져있는 하나의 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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