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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Feb 05. 2024

함께하는 연구는 처음이라

밀양은대학탐구학교- 1

동료 연구는 연구 대상 문제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연구를 지휘하고 수행하는 데 참여하는 참여 연구 방법입니다....이는 사회 연구의 '추출적' 모델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연구와 자신의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긍정적인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역량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Peer research in UK, Young foundation)


밀양은대학 탐구학교의 초기 기획

탐구학교를 처음 생각하게 된 건 작년 3-4월 경이었다. '듣는연구소'가 밀양소통협력센터의 밀양체크인 사업으로 방문해서 현장기반의 실행연구에 대해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동료들이 지금 로컬에 이러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이 활동을 지역에서 펼쳐 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한정된 예산과, 기간의 한계를 가지고 당사자 기반의 연구과제를 활동가 혹은 참여적인 시민들이 스스로 진행해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기획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교육보다는 조금 더 '공동연구'의 성격을 가지는 프로그램을 생각했다. 듣는연구소와 논의한 첫 기획안도 그 방향성이 조금 더 강한 기획이었다. 자기 주제를 가진 팀단위의 활동가들을 찾고, 일정한 기간 동안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피드백하는 과정이 좀 더 부각된 기획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획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연구 의지를 지닌 팀단위의 활동가 그룹을 찾아야 하며 동시에 그들이 기본적인 연구적 역량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경남에서 처음 해보기 때문에 그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밀양은대학 탐구학교의 기획의 전환

첫 시도에 조금 더 큰 의미를 두고, 커리큘럼은 보다 교육적인 과정으로 변경되었다. 기존에 듣는연구소가 활동가 대상의 교육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커리큘럼의 기본 구성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다만 듣는연구소의 주력 연구 방법론이 질적연구라서 기존 교육이 주로 질적연구에 국한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공익연구센터 블루닷'과의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사자 목소리에 기반한 환경분야 연구에 강점을 가진 블루닷의 참여로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질적, 양적 접근 모두를 아우르는 현장 중심 연구 교육과정을 설계해 나갔다.


기획의 전환이 또 한 번 일어난 것은 모집 단계에서였다. 한마디로 '모집이 너무 잘되었다' 예상과 가설을 모두 뒤엎는 결과였다. 사람들이 마치 '인생에 한 번쯤 연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기존에는 3-4명으로 3개 조 정도를 생각했는데, 지원자가 30명 정도가 되어서 참가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코치진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두 달간 토요일에 5회가량 5시간 정도씩 시간을 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이왕 이렇게 모여있는 사람들을 어쭙잖은 기준이나 잣대를 들이대서 떨어뜨리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역할도 중간지원조직 발주사의 팀장에서, 현장의 코치로 변경되었다.

탐구학교의 커리큘럼


밀양은대학 탐구학교의 코치 워크숍

늘어난 인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보다 처음 연구를 접하는 시민이나 활동가가 늘어난 상황들을 고려해야 했다. 코치들이 모여 서로 합을 맞추고, 과정의 세밀함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맞춘 운영방식의 원칙들을 정해나간다. 그래도 내가 밀양에서 만났던 혹은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참여자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참여자 중 '다랑 협동조합'이라는 팀이 스스로의 현장을 연구해 보기 위해 함께 신청을 했다. '공동체/돌봄', '환경/생태', '농업농촌', '청년' 네 가지 주제 중에 농업농촌은 다랑 협동조합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팀으로 결성했다. 다른 팀들은 개인이 모여 학습과 실행을 진행하게 되므로 프로그램 내에서 다른 성격을 지닌 팀이 구성될 수 있어서 나중에 비교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구조속에 고려해야 할 것은 팀의 역동에 대한 것이었다. 각 팀별 사람도 늘어나고, 배경도 다양해지면서 각자 가지고 온 질문의 내용이나 고민의 정도도 다를 것이고 누군가는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누군가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배움의 의도로 함께 했을 수 있다. 그래서 첫 연구 질문, 연구 주제를 어떻게 합의하고 탐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과정 설계가 가장 중요한 코치들의 과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코치 워크숍 회의내용의 일부... 이날 회의록만 7장..


첫 기획의 아이디어는 작년 3-4월에 나온 것이지만 실제 첫 과정은 해를 넘겨 24년 1월이 되어서야 진행될 수 있었다. 탐구학교는 오래 숙성된 만큼 깊은 장맛(?)을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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