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구소 할까?

내 생에 두 번째 연구소를 마음먹다.

by 하진

2017년 9월부터 20년 12월까지 듣는연구소의 공동대표로 함께 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우리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문제의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정말 현장에서 작동하는 변화의 솔루션들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과정에서 특히 주목했던 것은 연구주제에 관련된 핵심 이해관계자가 연구과정에서 더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 했다는 점이다. 직무 역량 연구를 진행하면서 조직원들과 워킹그룹을 형성해서 직접 자신의 업무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거나, 지역사회 공동체 사업의 평가 과정을 진행하면서 실무 담당자들과 함께 그간 진행한 사업의 평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연구의 내용만큼 이나 그 형식과 수행하는 방식도 중요한 이슈였다.

워킹그룹, 워크숍, 인터뷰... 각각의 요소들이 꼭 우리만 쓰는 그런 방법론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참여자들의 연구참여 경험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썼던 것 같다. 각 과정이 연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활동인지, 당신이 왜 이 과정에 함께 하기를 바라며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함께 도출한 결과는 어떻게 이용할 것이며 결과물들을 다시 어떻게 피드백해 줄 것인지. 등등.. 참여자들이 자신의 참여에 가치를 부여하고 또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해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잘 듣고 - 듣는다는 표현은 우리의 탐구 과정이 현장에서 자신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들려주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연구는 우리가 하지만 지식의 본체는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상징과 같은 표현이었다 - 이를 왜곡 없이 해석하여 맥락을 도출하고 되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도 연구에 참여하거나 현장에 가까운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해 도출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연구소를 하면서 연구자만이 중심이 되는 연구가 아니라 당사자와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연구, 나아가 그들이 주도하고 성과를 가져갈 수 있는 연구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었다. 전통적으로는 훈련받은 연구자가 주도하는 연구를 통해 사회의 지식이 생산, 사용, 전달되었지만 그들이 알아낼 수 있는 지식의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이제 거기에 있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식의 영역. 그러니까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영역에서 미개척된 지식들이 시민들 스스로의 연구를 통해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면? 여기까지의 고민을 안고 나는 듣는연구소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내 생애 두 번째 연구소를 구상해보려 한다.

2년 전에는 환경적 제약, 역량의 한계, 개인적 불안 등 여러 요소를 핑계로 더 밀고 나가보지 못했던 당사자와 협력하고, 참여하고, 주도하는 연구의 모델을 만들어가 보기 위한 시도를 말이다. 어떤 환경이 변했길래 다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거창한 이유라도 붙여보고 싶지만 결국 큰 이유는 없다. 이유가 있다면 우선 내가 일할 수 있는 조직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있겠고, 그렇다면 누군가의 눈에 띄고 맘에 들어서 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개척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뿐이다. 이왕이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왜 듣는 연구소에서 나오게 되었냐는 질문을 들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시도, 방식들을 적용하기에 '연구 시장'이라는 환경은 비 우호적이고, 특히 박사학위가 없는 우리 같은 독립연구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다."라고.


나중에 글을 쓸 기회가 있겠지만 여전히 연구 시장이란 것은 나 같은 사람이 접근할 만한 곳이 아니다. 여전히 나는 석사. 기관 보고서 중심의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아마추어 연구자라 볼만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내가 다른 연구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실무에서 시민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디자인하고 운영했던 경험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오류가 발생하며 그 과정을 어떻게 해결해 갔는지를 지켜보고 도왔던 경험들이다. 이런 경험들을 보다 본격적인 지식생산의 과정으로써의 연구와 접합시켜서 각 공동체, 문제의 당사자들과 함께 수행한 연구를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식의 결과물로 유통하고 적용하고 환원하는 것이 이번 새로운 연구소의 목표이다.


그래서 먼저 해결하고 싶은 것은 '연구시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연구 수행의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언제까지 얼마 받고 어떤 연구보고서 한 편 써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들을 발생시키면서 현장의 당사자들과 함께 장기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도들을 해보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그게 되겠어? 싶지만...


앞으로 몇 편은 더 연구소 준비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두 번째이지만 여전히 낯설고 막막하다. 그래도 두 번째쯤 되니 함께 이런 이야기도 공유하면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읽어주시고, 질문도 하시고, 응원도 해주시길 :)


혹시 같은 마음과 생각이 있는 기관이나 공동체가 있다면 함께 고민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