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이름 짓기
'막막할때두드리는연구소'
처음 연구소를 다시 하려 했을 때 생각한 이름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 저 연구소의 이름을 꺼냈을 때의 곤혹스러움이 떠오른다.
막막할때두드리는연구소. 아니, 막막한연구소아니고. 아니, 막두드리는연구소 아니고.
커뮤니티기반의 연구를 하려고 생각했던 만큼 문턱이 낮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누군가의 연구,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탁해서 내었던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도구를 쥐어주고 싶었고.
그때 떠오른 이미지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 그 막막함을 안고 두드릴 수 있는 곳'에 대한 상(想)이었다.
아마 그때의 나도 막막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그 마음이 전이되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아내에게도 이 연구소의 이름을 들려주었다. 정말 그 이름으로 할 거냐는 질문을 듣고 대답했다.
응 그렇게 할 거야.
하지만, 조금 더 정신이 들고. 내 막막함도 조금 진정되었을 때.
이 이름이 가진 맹점들이 눈에 보였다.
연구소는 머물러 있고,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그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나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림 위에 세워진 이름이라는 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그간 만들었던 조직에서는 한글로 된 이름을 썼었다.
'듣는연구소'도 그렇고
'주택협동조합 시작이반'도 그렇고.
이번에도 한글 이름을 짓고 싶어서 다양한 연관어들을 쭉 써보면서 이미지를 연결 지어 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추상적인 한자 단어들, 의미로 뭉친 무거운 단어들만 떠올랐다.
다시, 내가 지금 관심 있고, 보고 있는 자료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내가 관심 있게 보는 활동들의 핵심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모든 자료에 'Community base'라는 말이 붙어있었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그럼, 이름을 'Community base'라고 짓지 뭐.
'Community'냐 '공동체'이냐를 놓고 보면.
한국사회의 특성상 '공동체'라는 말이 가부장제 기반의 전통적 공동체 모습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에는 영어로 사용하기로 했다.
얼른 만들어본 로고 한영버전, 영문버전
사각형 안에 C가 위치한 디자인은 야구의 홈베이스 위치를 상상하며 만든 형상이다.
사람들이 함께할 기반으로서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커뮤니티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
그렇게 연구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