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를 보다
주말에 아내와 함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았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 삶 자체가 귀감이 되기에 단순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다가오는 울림이 있었다. 단순히 돈 많은 사람이 기부 천사가 되어 살았더라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거의 돈을 벌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나누는 삶을 실천하였다는 것. 돈을 사용하는 방향이 단순한 구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와 역사를 고민하는 다양한 용처에 방향성 있게 사용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놓으면 더럽고, 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말이나
장학사업을 통해 공부를 했던 것을 감사해하며 찾아와서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던 이에게는 "그런 의도로 돈을 준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도 나도 울림을 가지고,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인색한 것 (우리라기보다는 내가..) 우리가 떳떳하지 못한 것 (이것 역시 내가..)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가. 하는 이야기들.
예전에 장교 임관하고 소위 시절에 한 가지 실험을 하며 산 적이 있다. 월급을 받으면 일정량의 적금과 일정량의 기부와 헌금을 하고 생활비를 사용한 후에 월급 받기 직전에 남은 통장의 돈은 다시 모두 기부를 해서 통장 잔고를 0에 맞춰 사는 일이었다. 당시 소위 월급이라 봤자 한 130 언저리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어떤 달은 5만 원도 안 남기도하고, 어떤 날은 일이십 만원씩 남아서 꽤 넉넉히 베풀 수 있는 날도 있었다. 돈이 많이 남는 달은 기부도 하고 후배들을 만나 밥을 사기도 하고. 그러면 그렇게 마음이 풍족할 데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잔고를 0을 맞춤으로서 내가 잔고 숫자에 의존하는 삶을 살지 않는 상징 같은 것을 새기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실험은 일 년 정도는 지속했던 것 같은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군대 생활이어서 가능했던 것도 같고..
그렇다고 지금 내가 돈에 초연한 삶을 사는가 하면 전혀 아니다. 그 똥들을 모아놓고 싶어 커다란 똥통을 만들어 놓는 일에 열심이다. 덜 싸면 불안하고 못 쌀 것이 예상되면 거의 마음의 돌덩이 하나 얹은 것처럼 벌벌 떨기도 한다. 연구소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도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고, 앞으로 예상 수입을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전혀 답이 나오지 않아서 엑셀 파일을 바로 덮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요즘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지금 이 시기가 내 인생 중에 가장 부유한 시기라는 점이다. 더 모아 내려는 욕심을 통해 스스로만 괴롭히지 않는다면 지금 그대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어린 시절이나 청년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스스로 '서민'이라는 말 뒤에 숨지 않고 쉽게 가난하다거나 하는 말 사용하지 않고. 김장하 어르신처럼은 살지 못해도. 그렇게 만족하며 덜 인색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