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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하얼빈, 인천공항 출발

중국으로 마실

by 파란하늘

웬만하면 인천공항까지 가는 일은 안 하고 싶었다. 직행도 5시간인데, 시간이 안 맞아서 인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다시 지하철로 운서역까지 6시간이 걸렸다. 남편이 "고생이 만발이네" 한다. 잠을 자보겠다고 찜질안대까지 얹어보았으나 잠은 한 시간 정도 함께였고 내내 창밖을 살피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번잡스러웠다.

달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일은 안 그래도 침침한 눈에 좋은 일이 아니다. 덕분에 '달걀 한 바구니로 집 짓는 일'이 여러 갈래로 펼쳐졌다. 계속 앉아만 있어야 해서 뭘 먹어도 부대낄 것 같아 가방에 있던 견과류 한 봉지를 오래오래 씹어 넘겼다.


운서역에 언니가 나와 있다. 작년에 부산에서 보고 처음이다. 저녁은 먹었냐는 물음에, 휴게소에서 요기했다고 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몇 걸음 걸어 나가니 호텔이다. 호텔에서 웰컴 커피를 준다는데 마시겠냐 묻는다. "이 시간에 커피 마시면 오늘 못 자" 했더니 약과로 바꿀 수도 있다 한다. 호텔은 새벽 공항이용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가 보다. 캐리어 끌고 들어선 사람들이 많았다. 8시 비행기다. 5시 20분 첫 차를 타기로 한다. 뭐 세수만 하면 5시에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언니는 머리를 감아야 한다고 4시 반에 일어난단다. 잠 좀 못 자는 게 뭐 대수인가. 설레는 여행 첫날인데.


아침 첫 차도 사람들이 많아서 앉아 가는 건 포기해야 했다. 제주항공 하얼빈행은 셀프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카운터에서 수속하고 들어가는 길, 작년에 스마트패스를 김해공항에서 등록하고 태국도 다녀왔는데, 인천공항 스마트패스는 다른 모양이다. 언니는 그대로 들어가고, 나는 통과가 안 되어 옆 줄에 다시 섰다. 다행히 그리 복잡하지 않았고, 옆에서 보고 있던 아들뻘 청년들이 앞에 세워줬다. 공항 끝 우리 게이트 앞에 앉아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패스 앱을 깔고 등록했다. 기내식을 안 주니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드디어 출발!


1. 인천공항은 워낙 복잡한 공항이니 여유롭게 도착하도록 하자

2. 스마트패스 앱 다운로드하여 미리 등록하면 출국장 입장이 빠르다

3. 인천공항 + 앱 활용하면 공항 안에서의 모든 상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4. 출국장 안에 있는 편의점과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구입하여 기내에서 먹을 수 있다. 기내식 안 주는 저가항공의 경우 미리 구입하여 탑승하자.

5. 김해공항에는 정수기가 있는데, 인천공항에는 정수기가 없다. 물 마실 곳은 있으나, 포물선을 그리며 나오는 물이라 텀블러에 담기 어렵고, 무엇보다 내가 극히 싫어하는 냉수다.

6. 기내 안에는 한국 사람보다 조선족이 더 많았다.

7. 입국신고서를 써야 한다. 중국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야 한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도 호텔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야 한다. 미리 알아놓아야 걱정이 없다.


*호텔 이름과 주소는 바우처에서 받았는데, 전화번호는 없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 받은 거라 전화 배너는 있으나 누르면 연결되는 그림일 뿐이다. 선배 전화번호는 있으나 주소를 모른다.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지 않는 하늘 위라서 검색도 불가하다. 처음엔 호텔 주소에 선배 전화번호를 기입했으나, 누가 봐도 개인 손전화번호인데 호텔 주소라서 수속 때 뭐라 하면 어쩌냐 언니가 걱정한다. 결국 랜딩 후 이심 켜고 호텔 검색해서 전화번호 적어 넣었다. 만사불여튼튼이다.


*두 개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한 개씩 꺼내 먹었다. 언니도 하나 먹고는 마무리한다. 남는 것을 가방에 넣자니 나중에 그대로 버릴 것 같아, 옆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아침식사 하셨냐 물으며 권했다. 다행히 받아주셨다. 낯선 이의 호의가 요즘은 주의해야 하는 일임을 안다. 그럼에도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아줌마'라서 가능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아줌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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