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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하얼빈, 오해

중국으로 마실

by 파란하늘

1. 하얼빈은 춥다


하얼빈은 빙등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라고 들었다. 비록 6월이지만 여기보다는 선선할 거라고 생각했다. 선배는 "여기 더워, 반팔 입고 다녀" 했으나, 이미 거기 기온에 적응한 사람의 말을 백 프로 믿을 수가 없다. 나도 처음 서울에서 통영으로 이사 와서는 한겨울에 반팔에 파카 입고 다녔으나, 20년이 지난 지금 통영의 겨울은 뼈가 시리게 춥다.

결론은, 하얼빈도 여름엔 덥다. 온통 청명한 날씨에 햇살이 엄청 뜨거운데,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보송보송한 여름이라니.


2. 하얼빈은 중국 북방의 작은 도시다


하얼빈은 안중근의 도시다. 가 본 적 없는 하얼빈을 책에서만 접하다 보니 이 도시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송화강을 중심으로 마천루가 거룩하다. 우리처럼 네모 반듯한 빌딩도 있지만 바로크 양식의 서양 건축물도 즐비하다. 산도 없이 지평선이 끝이 없다. 도로는 왕복 10차선이다. "우와, 속이 다 시원하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땅이 커서 그런가. 무엇이든 빽빽하다는 느낌 없이 시원시원했다. 도심을 벗어나면 걸리는 것 없이 끝없이 펼쳐지는 밭이라 했다. 공장 하나 없이 농사와 겨울 축제로 먹고사는 도시, 하얼빈이다.


3. 아날로그 가능하다.


중국에 처음 간 것이 1991년이다. 고려대학교에서 주관한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연이 닿아서 같이 갔다. 1993년에는 회사에서 출장으로 갔다. 수교 이후 인천-천진 간 선박이 오갔는데, 중국 다녀온 이후 그 회사에 취직이 되었고 상무님을 모시고 출장을 다녀왔다. 결혼 이후 2002년인가, 아직은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천진에 사는 선배의 초청으로 갔던 적이 있다. 그 이후 청도에 파견 간 남편 친구 집에 가족이 함께 갔던 적이 있다. 그리곤 문화원 국장연수로 단체관광을 두 번, 82 선배 부부와 상하이에 한 번 다녀온 것이 다다. 그 생각만으로 갔다. 코로나 이전의 중국은 현금을 썼다. 지금은 아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쓰고, 현금은 안 쓴다고, 인터넷 포스팅에 하도 그래서 위챗페이에 카드를 등록해서 갔는데, 카드를 분명히 등록했는데, 이게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을 할 수 없으니 된 줄 알았는데, 정작 쓰려니 카드 인증을 또 하라는 것이다. 몇 번을 해도 안 되어 결국 현금을 썼다. 카페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선배의 중국인 기사에게 현금을 썼다고 얘기하니, "싫어하죠?" 한다. 자기네들도 현금 쓸 일이 거의 없으니 현금이 처치곤란이란다. 은행에 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4. 2박 3일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선배는 하얼빈에서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을 미리 생각해서 오라고 했다.

가보고 싶은 데는

1. 안중근 기념관, 731부대

2. 중앙대가, 성소피아성당

3. 바로크거리

4. 아침시장

5. 공원

6. 상설 시장

7. 태양도

정도 찾아봤다. (선배가 호랑이 보러 가는 것도 괜찮다 한다. 호랑이는 뭐 굳이). 인터넷에서 본 곳 중에서 고르고, 그 외에 여행지에 가면 항상 가는 공원과 시장을 넣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태양도와 상설시장에 못 갔다. 쇼핑몰도 식사 때문에 갔다가 바로 나왔다. 태양도는 송화강 중간에 있는 섬으로 케이블카와 페리로 오갈 수 있다. 선배는 한 번도 안 가봤다 한다. 중국인 기사는 "너무 넓은데, 지금 가면 너무 덥다"라고 했다. 하얼빈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에 2박 3일은 너무 짧았다.


먹고 싶은 거는

1. 라우추지아 꿔바로우, 라피

2. 장바오푸 두부만두

3. 러시아음식

4. 춘빙

으로 골랐다.


선배는 라우추지아는 가 봤고, 춘빙도 먹어봤는데, 러시아 식당은 가 본 적이 없고, 두부만두로 먹어 본 적이 없단다. 백종원 님이 하얼빈 가서 맛있다고 한 건데... 스푸파 하얼빈 편은 봤으나, 우리가 거기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거기 나온 것을 다 먹을 수는 없었다.

1. 첫날 점심 - 유명 체인점 춘빙

2. 저녁 - 라우추지아 궈바로우, 라피, 전가복, 냉채 2

3. 둘째 날 아침 - 아침시장에서 산 납작 복숭아, 참외, 선배네 집에 있던 대련 체리

4. 둘째 날 점심 - 러시아 음식. 수프, 샤슬릭 외

5. 둘째 날 저녁 - 두부만두, 홍창

6. 마지막 날 아침 - 호텔 조식, 이후 저녁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다. 연일 이어진 과식엔 금식이 답이다.


남편이 항상 여행지에서 했던 말이 있다. '여행할 때만이라도 위가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라고. 그 말에 무척 공감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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