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마실
하얼빈은 우리보다 1시간 늦다. 우리가 8시면 거기는 7시다.
하얼빈 도착시간이 10시 20분인데, 그게 하얼빈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적힌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비행기가 서면 다들 일어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 국룰이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중국 사람 서너 명이 올라와서 승객 몇 명을 데리고 나갔다. 복불복 코로나 검사라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런 모양이다. 비행기 다 내리고 데려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다. 그 이후 내리라는 소리가 들려도 통로 쪽 아주머니가 그냥 앉아 있다. 참 느긋한 조선족이다.
처음 마주한 공항은 작았다. 게이트 연결 없이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작은 건물 하나가 전부인 국제공항이라니. 역시 작은 도시로구나 싶었다. 하얼빈으로 운항하는 비행기가 많이 없는 모양이다.
입국수속대 앞에 섰다. 쓰고 간 모자를 벗어야 했고, 지문을 열 손가락 다 찍고, 사진도 찍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탑승권도 내놓으라 한다. 그리고는 별말 없이 도장 쾅! 들고 간 가방과 소지품 엑스레이 통과 후 바로 밖으로 나갔다. 언니나 나나 기내용 캐리어 작은 거 하나 들고 갔던 터라 수화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작은 건물이라 다들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통과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버스 터미널 대합실보다 작은 공항 대합실에서 선배를 만났다. "어, 뭐 이렇게 빨리 나왔어?" 그게 선배의 첫마디였다.
오랜만에(30년쯤?) 만난 선배는 그만큼 나이 먹은 모습이었다. 내가 1학년이던 당시 4학년 ROTC로 같이 학교를 다니다 졸업했으니, 그의 기억에 우리는 스무 살 언저리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선배도 우리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겠지. 그래도 반가웠다. 타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