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마실
먹고 싶은 거 뭐든 사줄게, 와!
그 한마디로 결정한 하얼빈행이다.
그래도 같이 간 언니나 나나 뭘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다.
하얼빈에서 꼭 먹어야 할 것으로
1. 라오추 지아 꿔바로우, 라피
2. 장바오푸 두부만두
3. 러시아음식
4. 춘빙을 꼽았는데, 결국 다 먹고 왔다.
선배가 생각해 둔 고급 음식점이 있었는데, 도저히 더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춘빙은 얇은 밀전병에 채소와 고기를 싸 먹는 요리다. 라오창춘빙. 체인점인데 나름 유명한 곳이란다. 공항에서 바로 큰 쇼핑몰로 갔다. 꽤 넓고 깔끔한 곳이었고, 가게 앞에서 호객하는 청년이 영업을 잘해서 그가 권하는 대로 주문을 했다.
기름 없이 구운 밀전병과 기름 두르고 구운 밀전병을 따로 판다. 5장 정도 주는데, 셋이서 먹는다고 하나 더 주문했다. 총 15장. 오리와 돼지고기를 각종 채소와 함께 싸서 먹으면 되는데, 월남쌈의 라이스페이퍼 대신 밀전병이라고 생각하면 딱 그 맛이다. 언니가 고수를 못 먹어서 선배와 나만 모자람 없이 고수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고수 러버.
회의 때문에 우리를 중앙대가에 내려주고 간 선배는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사회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홀가분해했다. 중앙대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라오추지아 본점이 있다. 하얼빈에 오는 손님 접대로 항상 오는 곳인데, 와본 사람들은 다들 좋아한다고.
꿔바로우와 전가복, 라피, 그리고 샐러드로 먹을 채소 냉채를 주문했는데, (사진이 없네), 종업원이 냉채가 3개인데, 뜨거운 요리가 2개라고 하나 더 시키라는 걸 이것도 많다 하였다. 중국사람들은 음식 주문을 원래 넘치게 한다. 여기는 냅킨도 돈 주고 사야 한다고 선배가 뭐라 한다. "제가 잘 챙겨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꿔바로우는 한국에서 먹는 맛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전가복은 가격이 제일 비쌌다. 우리가 원한 건 아니었으나, 선배가 우리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몸에 좋은 해삼이며 전복 등의 해산물을 다 먹으라고 챙겨주었다. 너무 짜서 밥을 시켜서 반찬으로 먹었다. 라피는 양장피의 땅콩소스 버전인데, 그냥 매콤하기만 한 우리나라 양장피와 달리 매력 있는 맛이다. 저 당근 정과 진짜 맛있다. 라피와 당근정과는 재방문 의사 장전.
둘째 날, 아침 시장의 북적함과 중국스러움을 흠뻑 느끼고 선배 집으로.
납작 복숭아랑 체리,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점심때 찾아간 러시아 식당. 중앙대가에서 제일 유명한 러시아 식당을 추천받았는데, 화메이라고. 대기가 너무 길었다. 함께 있던 셋 모두 "뭘 줄까지 서서 먹어, 다른 데도 있겠지."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어서, 근처 다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런 거 좋아. 의견 안 갈리는 거.
바로 옆 블록에 러시아 식당이 있다. 여기도 1918년부터 유서 깊은 곳이다. 이 건물이 1918년 된 건지, 식당이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여기도 러시아 식당이니 여기 가자!" 해서 들어간 곳. 결론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선배 생각으로는, 화메이에 줄을 서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 일 거라고. "싸고 맛있는 집은 원래 인기가 있지." 여긴 맛있고 좀 비싼 집이다. 바로크 양식의 건물답게 내부도 그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꾸몄다.
앉자마자 행복했다. 이런 분위기 진짜 오랜만이다. 그냥 이 공간이 이 시간이 황홀했다. 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할 일이 많던 시기였다. 거기서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좋은데, 이런 곳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다니.
"왜 자꾸 웃어?"
"그냥요, 다 좋아서"
양고기와 우설 샤슬릭을 고르고, 토마토 수프와 샐러드.. 그 외 이름 모를 것들을 주문해서 먹었다. 다 맛있어. 하얼빈 또 가야지
바로크 거리에 만두가게가 있는데, 거기도 웨이팅이 엄청나다. 포장만 해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해서, 기사에게 픽업을 부탁하고 다시 선배 집으로.
원래 하얼빈 마지막 날 저녁은 선배가 하얼빈에서 제일 비싸고 유명한 집에 데리고 가려했다 한다. 기사가 거기 못 가서 서운해할 정도의 식당인 모양이다. 선배 집으로 가는 내내 그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언니나 나나 점심이 과해서 저녁을 과하게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다음에 다시 올게. 그때 갑시다.
그리고 선배 집에서 얘기하고 놀았다. 기사는 하얼빈에서 유명한 홍창이라는 소시지와 두부만두, 새우만두, 고기만두를 종류별로 사 왔다. 한 팩에 어른 주먹보다 큰 만두가 여섯 개나 들어있다. 이걸 누가 다 먹어... 결국 두 팩은 집에 가서 먹으라고 기사에게 들려 보내고 우리는 만두를 종류별로 나눠 먹었다. 역시 두부만두 맛있어.
하얼빈의 마지막 밤이 깊도록 얘기가 꼬리를 물었다.
마지막에 물었다.
"우리 왜 오라 했어요?"
"그냥, 보고 싶어서. 다들 어찌 사나 궁금하기도 하고" 선배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오래 못 본, 젊은 시절 그 시간의 사람들이 궁금해서, 보고 싶어서, 오라고 부를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이 고마웠다. 오래된 인연의 안부를 묻는 일이, 살아가는 동안 내내 따뜻함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