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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경복궁

20년 만에 경복궁

by 파란하늘

가을 하늘 완연한 서울에서 이번엔 경복궁 나들이를 하고 싶어졌다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 외국인들을 따라가면 된다. 나서면 바로 고궁박물관이 나온다

조선의 과학.. 해시계와 물시계 천문학 등 둘러보며 학교 때 많이 보고 듣던 것들인데, 새삼 자격루가 원래 저리 컸구나 싶었다.

사람 키만 하다. 물을 받아 항아리에 물이 채워지면 종이 쳐지는 원리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는데, 서양의 과학에 못지않은 동양, 그중 조선에서도 과학은 눈부셨다 말해도 되겠다.. 망원경도 없이 별을 관측하던 이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음을.

박물관 안에 학구열 높은 학생들과 어른들의 무리가 제법 있었다. 애들이야 학교 과정에 있다지만, 어른들도 이리 열심이다. 수요가 많으니 해설하는 가이드도 곳곳에 많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야라.


경복궁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중 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외국 방문객은 주로 한복을 입고 있었다. 중국에서 만든, 한복이라 하기도 아니라 하기도 애매한.


놀라운 건, 이런 청소년 가이드가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유창한 영어로 개별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신통방통.


경복궁은 문 닫아놓은 근정전 보다는 역시 경회루와 향원정이 하이라이트다. 살랑이는 가을 비람 속에 한참을 앉아 바라보았다.


조선시대 객사로 이 경회루와 여수 진남루, 통영 세병관을 손꼽는다.

향원정 바로 뒤에 고종과 명성황후의 거처인 건청궁이 있다

건청궁은 왕실의 다른 궁궐과 다르다. 보통 궁궐과 관아의 기둥은 둥근기둥을 쓴다. 이 건청궁은 궁궐임에도 사가의 양반집처럼 사각기둥을 썼다.


게다가 이 건청궁에서 명성황후의 시해 사건이 벌어졌다. 건청궁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경복궁. 서울 살 때, 경회루 앞에서 아이가 뛰어놀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던 걸 보면 10월 말쯤이었으려나

이제 그 아이는 다 커서 곁에 없고 한적하던 곳은 한복 입은 외국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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