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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여행 갈 때 이거 어때요?

여행 나전키트

by 파란하늘

2011년 인문학 강좌로 알게 된 동갑 친구들이 있다. 당시 남편 따라 통영살이를 시작한 이들이다. 통영에 있는 동안 모임을 처음 만들며 거의 매일 만났는데 또 남편 따라 통영을 떠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때 추억을 늘 품고 사는 이들이다.


한 번은 어찌 안부를 묻다 ‘같이 여행 가자’가 되었다. 다들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네 사람이다.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첫해는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었다. 다음 해는 돈을 모아야 간다며 매달 5만 원씩 통장 입금을 하라 한다. 그마저도 각자 입금이 들쑥날쑥 하자 다시 시작하자며 돌려주고 한 해를 보냈다. 자동이체를 하라며 종용한 한 친구 덕에 이번에는 돈이 모였다. 말 꺼낸 지 3년 만에 드디어 여행을 떠났다.


1인 60만 원으로 갈 수 있는 곳과 각자의 일터에서 몸을 뺄 수 있는 시간 여유가 길지 않았다. 가까운 곳으로 일본을 잡고, 하나투어에 신청했으나, 모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친구가 아는 곳에 의뢰해 부산에서 배 타고 갈 수 있는 곳을 제안했다. 그렇게 유후인 온천여행이 되었다. 2박 3일. 가는 날 저녁 배에서 자고 온천 호텔에서 1박, 체크아웃하고 배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부안에서 거의 네 시간을 운전해서 한 친구가 왔고, 수원에서도 한 친구가 KTX를 타고, 통영에서도 한 친구가 부산으로 왔다. 터미널에 주차하고 부산역에서 모두 모여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가 꽃을 피웠다. 부안 사는 친구는 통영에 집이 있고 아직 모임을 하고 있어서 자주 보는 편이고, 수원 친구가 오랜만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배에서는 우리끼리 잘 수 있게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나전 작가 친구가 나전 키트를 꺼낸다.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준비를 해 온 모양이다. 수저와 반지, 키링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반지를 일단 해서 내일부터 같이 끼고 다니자 한다. 다들 반기며 자리를 잡았다. 나전은 어떻게 붙여도 그 화려함에 빛이 난다.

모두 손재주가 좋아서 뚝딱 예쁜 반지가 완성되었다. 내 게 더 이쁘다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네가 만든 게 더 이쁘다고 말해주는 이들이다. 우정반지라고 이름 붙였다.

사서 끼는 것보다 의미 있고, 무엇보다 예쁘다. 여자친구들끼리 여행 갈 때 우정반지나 우정 브로치를 같이 만들 수 있는 키트를 만들어도 좋겠다 했다. 같이 무언가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인사불성 음주가무가 아닌 예술활동이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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