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상하이
남편은 조선(造船) 쪽 일을 한다. 거제에서 오래 일하다가 울산에서 2년, 부산에서 7년째 일했는데, 이번에 중국 상하이로 발령이 났다. 7월 1일부터 상하이 사무실 출근이다.
남편이 회사에서 처리하고 있어서 상하이로 가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일단 중국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워킹비자를 중국 측에서 받았다며 보여준다. 그 후 한국에서 남편은 취업비자(z비자)를, 나는 동반가족(s1비자)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필요한 서류로 나는 여권과 사진만 내었고, 나머지는 남편이 준비하여 제출했다. 해운대에 있는 비자센터가 아니라 중국총영사관에서 열 손가락 지문을 찍은 지 며칠 만에 비자가 나왔다. 비자가 나오고나서 6월 말에 상하이로 가는 편도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는 것이 내 몫이다. 통영과 부산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며 갖고 갈 것과 남길 것, 버릴 것을 구분해야 한다.
부산 집은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통영은 우리 소유라서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데, 급매로 내놓아도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거래가 없단다. 그럼 두고 갈 수밖에.
부산집에 있는 소파와 냉장고 텔레비전은 부산에 오면서 샀던 것이라 아직 7년밖에 안 되었다. 통영의 것은 어느새 15년을 넘긴 것이니 통영에 있는 것들을 이제 그만 버리기로 하였다. 대형가전은 수거하는 시스템이 있으니 나중에 처리하면 될 것이다. 소파는 중고거래에 나눔으로 내었더니 공장에서 쓰겠다고 연락이 왔다.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분리수거로 많은 살림살이가 나갔으나 아직도 집은 정리가 멀었다. 쓰지도 않으면서 뭘 그렇게 끌어안고 살았던 걸까. 내었다 도로 넣는 과정에서 폐기의 경계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명쾌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많았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란 결론을 내린다.
통영 집 정리가 더 시급한데, 나는 부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남편이 여기서 출퇴근을 하는데 혼자 두고 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상 정리를 하려고 봐도 뭔가 진행이 더디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 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