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제로웨이스터의 일기장
지난밤, 잠이 안 와 sns를 뒤적이다 '비닐은 만들어지는데 5초, 분해되는데 500년' 이라는 글을 봤다. 5초와 500년이라는 대조되는 숫자에 사로잡혀 몇 시간을 검색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1위란다. 남극의 빙하는 녹을 대로 녹아 펭귄들이 진흙더미에서 살아가고 있고. 어쩌면 지구는 이렇게 해서라도 "나 너무 아파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어두운 밤 달빛 감성에 젖어서였을까, 그동안 지구에게 무례하게 굴어왔다는 죄책감 탓이었을까. 뒤늦게 알게 된 지구의 아픔 때문에 그날은 결국 잠에 들 수 없었다.
달이 저물고 해가 뜨는 동안, 지구의 심각한 환경 문제와 우리가 할 수 있는 해결방안들을 검색했다. 그러다 알게 된 그들! 지구의 아픔을 이제야 알게 된 나와는 달리, 진작에 실천으로 옮긴 사람들이 있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꺼이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생활 속 환경 운동가들 - 그리고 그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 제로 웨이스트 >
" 제로 웨이스트 : zero waste -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 "
"제로 웨이스트? 뭔가 힙한데?"
그랬다. 한밤중 나의 마음을 어둡게 했던 지구의 아픔은, 새벽 아침이 밝아올 때 즈음 '제로 웨이스트' 라는 힙한 희망의 빛이 되어, 나의 마음을 깨우기 시작했다.
핸드폰의 작은 화면 속 제로 웨이스터들의 일상은 마치 거대한 거인들의 움직임처럼 다가왔다. 그들의 가방 속에는 늘 텀블러와 손수건, 장바구니 등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막기 위한 친환경 무기들이 들어있었고, "빨대는 필요 없어요" "영수증은 출력하지 말아 주세요" "여기에 담아주세요"
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었다.
사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며 정부에서는 일회용 비닐 사용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마트에서는 곳곳에 일회용 비닐이 비치되어 있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들은 비닐 사용을 대신할 천 주머니, 이름하여 '프로듀스 백' 을 항상 갖고 다닌다고 한다. 진짜 마트 한 번만 다녀오면 생기는 비닐이 몇 장인가? 그동안 줄여야지 줄여야지 막연하게 생각만 해왔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늘 실천이 어렵다.
원래 뭐 하나에 꽂히면 한동안 그것밖에 안 보이는 성격인지라, 이틀 내내 프로듀스 백을 만들었다. 이게 뭐길래 이만큼이나 만드냐는 남편에게도 제로 웨이스트와 비닐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완벽한 실천은 어렵겠지만 조금이나마 우리 함께 실천해보자고, 우리의 이 작은 실천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언젠가는 아주 커다랗게 되어 있을 거라고 -
그렇게 나는 오늘부터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2020. 3. 7. S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