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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jmind Oct 05. 2015

왜 인디게임은 투자받기 어려운가요?

가상사례 분석

앞선 글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먼저 투척해 드리고 이야기를 이어 가 보겠습니다.

'인디게임은  투자받기 어려운가요?'


앞글의 끝에서 '성냥팔이 소녀  홍춘이'라는 인디게임을 만드는 '이메쿠라 스튜디오'와 VC 간의 가상의 대화를 보셨습니다.


이제 그럼 이 대화를 통해서 무엇이 서로 간의 시각 차이인지.. 

왜  투자받기 어려운지 하나 하나 집어 보도록 할게요.



[성냥팔이 소녀 홍춘이 - 선물상자에 성냥이 들어있을 겁니다...아마도..]


인디게임 '성냥팔이 소녀 홍춘이'의 성적은 이렇습니다.


. 글로벌 원빌드

. 다운로드 : 100만

. 서비스 기간 : 6개월

. 인앱매출 : 1억 원

. 광고매출 : 일평균  100만 원

. 최대 DAU : 4만 5천

. 최대 MAU : 50만


인디게임 업계 분들이라면 매우  부러워할만한 숫자를 보여주고 있쥬?


자. 그런데 VC의 눈에는 이 숫자들에 대해 이런 생각들이 마구 나타났다가 사라진답니다.


. 글로벌 원빌드 

 / 추가 매출을 낼 시장이 없다는 건가?

. 다운로드 : 100만

 / 오.. 많네. 아직 늘고 있나? 이젠 사그러 들었나?

. 서비스 기간 : 6개월

 /  음.. 모바일 게임 평균 라이프타임은 지났네.

. 인앱매출 : 1억 원 

/ 레이븐은 한 달에 200억 원을 번다는데.. 6개월간 1억 원??

. 광고매출 : 일평균 100만 원 

/ 6개월이면 섭스했으니 1.8억 원인데. 

그럼 인앱결제보다 광고매출이 높다? BM설계 실패했나?

. 최대 DAU : 4만 5천 

/ 잔존율이 높다는 거야? 낮다는 거야?

. 최대 MAU : 50만 

/ 초반에 다운로드가 몰렸다는 건가? 언제 기준이지?


등등의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이러는 와중인 겁니다.


어쨌든 다음으로 넘어가 보죠.




/ 얼마를 투자받기 원하시나요?


. 2억 원입니다.

. 3D로 그래픽을 올리기 위해 아트디자이너, 모델러, 애니메이터, 배경 디자이너 등 그래픽 인력으로 4~5명 충원해야 하구요.

. 기획인력도 1명 정도 보강할 생각입니다.

. 서버인력도 1명 늘릴 꺼구요.

. 클라이언트 개발자도 1명 정도 늘릴 생각입니다.


/ 그럼 총 8명이 느니까 도합 10명의 스튜디오가 되는 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어느 스튜디오를 가나 이 정도 인력이 최소로 필요합니다.


/  동의합니다. 그럼 자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 기존에 벌어들인 매출 3억 원이 있다 보니 당장 돈 걱정은 없습니다.

. 투자는 2억 원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개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매출 3억 원이면 스토어 수수료 제외하면 실제로는 2억 원 있으신 거죠?

/ 그럼 2억 원  투자받으면 총 4억 원으로 개발하신다는 것인가요?


. 네. 그렇습니다.


/ 그럼 10인으로 늘게 되면 사무실 확장 이전하셔야 하고. 장비도 더 구매하셔야 할 거고. 기본 운전자금으로 월에 최소한 3천만 원씩 들어갈 텐데 약 6개월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을 원하시는 건가요?


. 기존 이익금이 있다 보니 합치면 1년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법 긴 얘기지만 여기서 VC의 눈은 또 디테일로 빠집니다.

/ 3D로 게임을 만드는데 인력 유치는 가능한가? 이전에도 해본 사람들인가?

/ 보강하는 기획인력의 히스토리는 어떻게 되지?

/ 서버는 어떤 스펙의 사람이지? 웹서버 좀 만져본 정도로는 안될 텐데.

/ 클라이언트 개발자의 수준은?


/ 기존에 번 돈 중에 2억을 딴 데 안 쓰고 전부 새 게임 개발에 쏟아 붇는다?

/ 법인은 어떻게 만들 생각이지?

/ 기존에 번 돈은 회사에 자본금으로 전부 넣겠다는 건가?

/ 주주비율은 어떻게 되지?

/ 추가 투자받는 돈은 신주로 넣어달라는 것인가?

/ 아니면 PF투자를 해 달라는 것인가?


사실 개발사에서 미리 생각해 두지 않으면 곤란할 만한 질문들이 VC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어쨌든 또 넘어가 봅시다.



/ 그럼 기대 수익은 어느 정도 인가요?


. '홍춘이'가 광고랑 과금 합쳐서 3억 원을 냈으니 저희가 제대로 BM 붙인 게임을 내게 되면 최소 10배는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경험은 있으신가요?


. 주변에서 많이 알아봤습니다. 가챠와 월정액, 길드가 핵심이라고 하더군요. 전부 지원할 생각입니다.


/ 그럼 매출 30억 원에 스토어 수수료 30% 제하면 2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 거군요.


. 네. 2억 원 투자해주시면 원금 제외하고 3 배수 캡으로 6억 원, 총 8억 원을 정산해 드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이 대화에서 VC 머릿속은 어느 정도 정리단계에 들어갑니다.

제대로 BM 붙인 게임을 내면 10배는 낼 수 있을 것이다. / BM 설계해본 경험이 없다는 얘기 아닌가?

주변에서 알아보니 가챠랑, 월정액, 길드 등이 필요한데 전부 넣을 거다. / 없다는 거네..

금 제외하고 3 배수 정산 가능하다. / 네.. 그러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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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셨나요? 대화요. 대화....]


일단 여기까지 보면 VC란 사람들이 어느 정도나 보수적으로 사고하는지는 쉽게 감을 잡으셨을 거라 보입니다.


VC들의 보수성 자체는 사실 욕할게 못됩니다. 본인들 돈이 아니라 대부분 펀드. 즉 남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사람들이니까요.(거기다가 펀드 총액의 30~60%는 정부자금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기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닌데 이 정도 보수성도 없이 움직인다면 책임감 부족이라 탓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나 게임 분야에 투자하는 VC 들은 수익성과 안정성 두 가지를 매우 중시합니다.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생각하는 도전. 가능성과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수익성' 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내일 세 번째 글을 이어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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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글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정말 인디게임은 투자 받기 어려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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