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되어 떠나는 첫 여행-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제천. 우리가 살고 있는 충주 바로 옆에 붙어있는 도시이다. 닌나 씨와 나, 남실이 윤슬이 두 댕댕이까지 함께 한 첫 가족여행이다. 물론 연애할 때 같이 놀러 간 적은 있지만 매일 살을 부데끼며 사는 가족이 된 후로는 처음이다.
우리는 캠핑을 하기로 했다. 반려견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게 얼마만에 하는 캠핑인지! 오랜만에 콧바람 쐴 생각에 신이 났다. 텐트와 캠핑장비에 음식들, 멍이들꺼까지 짐이 한 보따리다. 장을 보고 바로 용두산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향했다. 평일이었음에도 캠핑장은 절반 이상이 차있었다. 뚝딱뚝딱 닌나 씨가 텐트를 치자, 금새 우리 집에 완성되었다.
해질녘에 맞춰 의림지로 향했다. 캠핑장에서 3키로 정도로 무척 가까웠다. 산책로가 잘 되어있어 실슬이와 한 바퀴 가볍게 돌기 딱이다. 오랜만에 맞는 낯선 개들의 냄새에 애들은 몹시 신나했다. 예전 취재 때문에 잠시 왔었는데 느긋하게 걸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하늘이 담긴 호수가 오렌지빛에서 남색으로 물들었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다. 캠핑에서 고기가 빠지면 섭하다. 브루스타에 목살을 굽고, 인스턴트 된장국을 끓였다. 고급스러운 바비큐 장비나 테이블은 없지만 맛, 분위기 모두 엄지 척! 해가 지니 급작스럽게 온도가 떨어졌다. 금방 아까까지만 해도 반바지를 입고 의림지를 다녀왔는데 이가 덜덜 떨릴만큼 추웠다. 주위를 보니 다들 패딩인데 우리만 후리스다.
작은 버너 조명 하나 켜두고 어둠 속에서 밥을 먹고 있는 우리에게 관리자 님이 스탠딩 조명을 들고 오셨다. 그냥 빌려드릴테니 더 편하게 식사하라며 배려해주었다. 몹시 추워하는 우리에게 옷이 그거 밖에 없냐며, 새벽에는 훨씬 더 추워진다고 전기장판까지 빌려주셨다. 정말 그 전기장판 없었으면 모두 입돌아갈뻔 했다. 네 가족이 찰싹 붙어 잤다.
새벽 5시 엄청난 새들의 지저귐에 잠이 깼다. 우리 집도 한 새 소리하는데, 용두산 자락 텐트에서 맞는 새 소리는 천둥처럼 울렸다. 아침 해가 뜨자 곧 텐트 안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입구를 열자 바람이 솔솔 불었다. 다시 아침 단잠에 빠지기 딱 좋은 조건이다. 분리불안이 있는 아이들이라 예전엔 내가 움직이면 화장실까지 쫒아오던 아이들인데 이제 아빠도 익숙한지 나 없이도 잘 있는 모습에 뿌듯했다.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캠핑장 주위를 산책했다. 바로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는데 여름에는 물놀이도 가능해보였다. 체크아웃 후 미리 알아두었던 근처 애견 동반 카페로 갔다. 야외 정원이 있어 애들을 풀어둘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이 닫겨있었다. 휴무일도 아니었는데. 대체 어째서, 왜 때문에. 주위 다른 카페를 갔는데 거절 당했다.
고민하다 단양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도담삼봉. 닌나 씨와 나 우리 두 사람에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닌나 씨와 난 여행작가학교 라는 곳에서 만났다. 나는 여행작가를 꿈꾸는 학생이었고, 닌나 씨는 그곳의 교육이사면서 사진을 맡아 가르쳤다. 13주의 수업 중 첫 실습여행을 떠난 곳이 바로 도담삼봉이었다.
그 때가 2012년, 자그마치 8년 전 일이다. 그 때만 해도 여기를 다시 함께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에겐 서로 다른 연인이 있었고, 다른 삶이 있었다. 심지어 당시 남친과 백일이라 자랑하자, 닌나 씨가 백원을 주기도 했었다. 인연이란 참으로 알 수 없고, 신기하다.
지금까지 오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수없이 부딫치며, 상처주고, 상처받기를 되풀이했던 시간도 있었다. 미워죽을거 같다가도, 사랑해 죽을것 같았다. 셀 수 없이 입을 맞추는 동안 삶의 방향도, 속도도 맞아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강변을 걸었다. 마주잡은 손의 온기가 괜시리 더 뭉클하고 사랑스러웠다.
다녀왔습니다!
단양 시장에서 마늘 만두를 산 뒤 집으로 왔다.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이라니- 어쩐지 좀 묘하다. 예전엔 여행 마지막 날이면 벌써부터 헤어짐이 아쉬웠다. 그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굳이 서울역이나 고터 근처 밥집에서 뒷풀이를 하곤했었다.
홈, 홈, 스위트 홈- 돌아올 곳이 있어 행복한 여행이다. 함께 '다녀왔습니다'를 외치며 들어서는 순간, 단순한 집이 아닌 포근한 보금자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대충 풀고, 대충 던져놓았다. 씻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뒷풀이에 임했다. 마늘만두와 맥주 한 잔- 남실이와 윤슬인 피곤했는지 각자 방석에서 골아 떨어졌다. 우리도 내일 아침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자꾸나!
여행이 끝나도 여전히 함께라는 것- 여행의 즐거움이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