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생각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서른살까지 몸무게에 큰 변화가 없었다. 서른이 넘으며 이 믿음에 금이 갔다. 쨍그랑.
어느순간 앞자리에 5자가 보이더니 매일매일 신기록을 달성했다. 3년 사이 8키로가 급격하게 쪘다. 닌나 씨와 처음 만났을 때를 비교하면 10키로가 찌며 조만간 앞자리를 또 갈아치울 정도가 되었다. 술은 좋아하지만 오히려 한창때보다 못 마시고, 먹는 양이 특별히 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잇살이야."
친구들이 말했다. 아, 그렇구나.정체는 '기초 대사량이 떨어지면서 붙는 나잇살' 이었다. 흔히 나잇살이 그렇듯, 뱃살과 팔뚝, 허벅지에 튼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굶어도, 필라테스를 해도, 저녁마다 공원을 돌아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뚝심있는 녀석들. 맞지 않는 치마가 늘었고, 어느순간 펑퍼짐한 원피스가 옷장에 쌓였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머, 살쪘네 라는 인사가 들렸다. 웃으며 응답했지만 우울했다. 언제 이렇게 쪘지, 이렇게 찔 동안 뭐했니 너. 맛있는 음식 뒤엔 죄책감이 따라왔다.
닌나 씨는 내 허리라인이 참 예쁘다고 했다. 사귄 지 일 년쯤 됬을 무렵, 청바지에 회색 무지티를 입고 있었는데 옷태가 예쁘다고 했다. 허리에 손을 둘러 꼬옥 안아주었다. 그 때 그 청바지는 이제 더 이상 입을 수 없다. 청바지 위로 도넛이 생겨버린 나를 닌나 씨는 아직 매력적이다고 생각을 할까.
어디 모임을 갔다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유난히 아팠던 밤.
"살도 많이 찌고, 예전보다 매력도 떨어진 거 같아 미안해." 카톡을 보냈다.
"지금도 예뻐." 간결한 답장에 담긴 단호함이 위로가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닌나 씨는 내 배를 아주 좋아해준다. 동그래서 귀엽다며, 푹신푹신하다며 만나면 배부터 쓰담한다. 통실통실한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 내 생각이 났다며 보내준다. 특히 수달 캐릭터가 많다. (흑흑) 여전히 많이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준다. 사랑받는 기분이 낮아진 자존감을 토닥거린다.
삐쩍 마른 닌나 씨도 나잇살은 피해가지 못하나 보다. 여전히 마른 체형이지만 배만 ET 배처럼 뽈록 나왔다. 그 배가 너무나 귀여워 꿀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쓰다듬는 맛이 굉장하다. 중독성이 있다고 하자 그래서 내 배를 못 끊는단다. 이런 취향까지 닮는 건가.
"저녁먹었어요?"
"응. 방금. 완전 배불러."
"꿀배야?ㅋㅋ"
"응. 꿀배두드리며 누워있어."
유치찬란한 우리만의 단어가 또 늘었다.
내일부터 또 다이어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