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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씨 Jun 28. 2019

어쩌다 시골, 어쩌다 동거

말 그대로, 어쩌다보니

“우리 같이 살까?”


이야기를 꺼낸건 나였다. 닌나 씨는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6년 째 연애중이다.  오래 연애하는 연인들을 보면 늘 신기했는데, 이 사람과 있으면 시간이 물 흐르듯 흘렀다.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반,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결혼과 같은 미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던 닌나 씨가 겨우 입을 뗐다. “그러면 좋지만...”이라며 그마저 말을 흐렸다. 나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정작 나는 괜찮았다. 주위의 시선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해온 시간을 믿기로 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칠 시간이다. 너 얼마있어? 난 얼마있어- 같은 어색하면서도 낯뜨거운 순간. 둘 다 없는 살림인 건 알았지만 벌거벗어보니 우린 정말 가난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 쥐어짜면 서울 변두리 월세방 보증금을 겨우 마련할 정도랄까. 그나마 교통 편한 곳에 살려면 반지하의 문을 피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서글펐지만 어쩌겠는가. 이틀 벌어 하루 먹고사는 프리랜서의 운명인 것을.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어때?” 

출퇴근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인지라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되지 않겠냐는 나와는 달리 닌나 씨는 서울을 고집했다. 서울에서 자란 우리가 아무 연고도 없는 지방에서 어떻게 사냐며 반대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접한서울의 집값은 어마무시했다. 코딱지만한 투 룸 빌라는 월세 70-80만원이 기본이었고, 빌라촌 주변 환경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겨울 닌나 씨의 집 보일러가 터지면서 곰팡이들의 소굴이 된 적이 있다. 또한 매번 집 앞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둘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보금자리인데, 거창하지 않아도 또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햇살이 잘 들고, 쾌적한 집은 우리에게 사치인걸까. 서울에서 경기도로, 남양주에서 성남, 여주까지 검색 반경은 점점 넓어졌다. 

<여주 IC에서 30분, 충주 전원 주택 월세 놓습니다.> 

어느 귀농귀촌 카페에 올라온 글은 딱 우리가 꿈꾸던 집이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 탁 트인 전망과 작은 텃밭, 무엇보다 시골집에서 잘 안 나오는 월세였다. 월세 45만원! 둘이 반반씩 내기 부담이 없는 금액이다.  


충주는 너무 먼데 하면서도 제법 구미가 당기는 눈치다. 한 번 가보기나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쾌적했고(서울에서 보던 집들과 비교하면 궁궐 수준), 거리는 예상했던 것 보다 멀었다. 전망이 좋다는 것은 높은 곳에 위치한 다는 말과 동일어다. “여기 택배는 와요?”가 우리의 첫 질문일 만큼 꼬불꼬불 산비탈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내가 물었고 

“살아볼까?” 닌나 씨가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충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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