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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멀 IMEOL Aug 29. 2019

소중한 나, 세상의 중심?

적절한 '자기(self)'의 크기를 찾는 이야기.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나는 이 세상의 중심일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 나는 자존감이 몹시 낮은 사람이었다. 주변인들의 평가와 시선에 연연하고, 그들이 바라는 '착한 딸', '성실한 학생'으로서 살아가고자 아등바등했다. 

"대학교는 어디로 갈 거야?"

"서울로 가면 좋지 않을까?"

"전공은 어디로 넣을지 정했어?"

"글쎄... 난 뭘 하고 싶을까?"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 때문에 어떤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목표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기에 전공을 선택하려니 막막한, 취미와 특기란을 쉽게 채울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평가할 때는 '성실하고 끈기 있는 학생'이었으며, 정말 그 모습을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나를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운이 좋게도 적성과 흥미에 잘 맞는 전공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것은 정말 우연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참 많이도 변화시켰다. 심리학과에 진학한 나는 자아존중감이라는 개념을 마주하게 되었다. 

자아존중감이란, '자기'에 대한 주관적 평가이며 스스로를 수용, 존중하고 좋아하며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Rosenberg, 1965). 

자아존중감이 높고 안정된 사람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가 흔들리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마주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떤 모습이더라도 자신을 수용하며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혹여나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아니어도, 가끔은 게으르고 이기적일지라도 나만큼은 나를 가치 있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문장으로부터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착한 딸, 성실한 학생이 아니어도 가치 있는 사람일 수 있다니. 목에 '착한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울타리 속에 갇혀 있던 내가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이는 이후에도 진정한 나의 모습을 탐색, 성찰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내 모습으로 타인을 마주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이다.




'자신과 타인 모두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자기의 크기와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이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자존감을 갖게 된 후의 고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을 타인과 같은 크기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나에 대한 존중을 타인에게 강요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나인데, 너도 날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니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수용과 존중에 집중하다보니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멀리서 조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강요와 행동들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니, 다시 움츠러 들게 되더라.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작아지면, 나를 너무 갉아먹고 희생하는 인간관계를 하게 된다. 또 내가 너무 크면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오히려 그들의 무심함에 힘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이지만, 세상의 중심은 아니다.


나는 분명 이 세상의 일원으로써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에 사람 없듯이 타인과 나는 같은 크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나 이외에 수많은 타인이 모여 이 세상을 이루므로, 당연히 나는 세상의 전부 혹은 중심이 아니다. 그래서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할 때, 혹은 내가 누군가를 평가적 잣대로 바라보고 차별하려 할 때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지만, 세상의 중심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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