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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멀 IMEOL Sep 01. 2019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

MBTI, 그리고 성격

선생님은 무슨 유형이세요? 


대학원에 입학하고 인상적이었던 점은 새로운 선생님들과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정말 자연스럽게 MBTI 유형을 묻는다는 점이었다. 중학생 때 혈액형별 성격에 대해 맹신했던 사람으로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류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은 대학 진학 후에 알게 되었다). 마치 혈액형이나 생일을 묻듯이 MBTI 유형을 묻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MBTI가 유명해지고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지만,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참으로 신박했다. 


이 질문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MBTI 유형은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MBTI는 차원 검사가 아닌 유형 검사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외향 점수를 갖는 등의 해석을 할 수는 없다(다만 조금 더 분명하게 해당 유형으로 나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적인 분석이나 연구도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는 비과학적인 검사라며 그 신뢰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가 삶 속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 또한 분명히 있다. 


특히 MBTI가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대인관계의 갈등 상황에서였다. 


MBTI 16가지 유형


나는 INFJ형(내향적 직관형)인데, 'ENFP, INFP, ENFJ, INFJ'가 번갈아가며 나오고는 했다. 그만큼 'NF(직관, 감정; 가치와 의미를 추구함)'은 의심의 여지없이 늘 한결같았다. 반면, 나의 파트너는 'ISTJ(내향적 감각형)'으로, 'ST(감각, 사고; 생산성을 추구함)' 성향이 강하다. 파트너는 아무리 다양한 성격검사를 해도, 그 모두를 관통하는 성격이 늘 안정적인 사람이다(이제는 다른 성격검사를 해보라고 하면 지겨워한다!). 


코드부터가 너무 다른 만큼, 관계의 초기에는 정말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싸울 때 누가 잘못하고 잘한 것이 뭐가 중요해? 어쨌든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우선 이 기분이 가라앉아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그것이 왜 기분이 나빴는지 나를 이해시켜달라니까? 그래야 다음에 똑같은 일로 싸우지 않을 수 있잖아."

항상 싸움은 이런 대화의 반복이었다. 


이 짧은 대화에서 어떤 점이 서로 다른지 보이는가?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면 보일지 모르지만, 직접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힘들고, 너는 너대로 상처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기간 만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를 MBTI를 통해 이론적으로 이해해볼 수도 있다. 


INFJ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능은 내향적 직관과 외향적 감정이다. 즉 대인관계에서 경험하는 여러 감정들을 통찰, 성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ISTJ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향적 감각과 외향적 사고이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사고하여 받아들인 정보를 자신의 체계에 맞게 분석,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늘 학술적 언어는 어렵지만, 둘의 갈등 상황에서 미루어보면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싸움에서 둘의 감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것이 왜 그랬는지를 통찰해서 서로의 감정을 돌보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파트너에게는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과 어떤 오해로 인해 이 싸움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뒤에 다시 갈등 상황을 겪을 때는 그 전과 확연히 다르다. 


성격에는 좋고 나쁨이 없어요. 그냥 다른 것이죠. 


결론적으로 MBTI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어떤 성격이 옳고, 다른 성격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좋고 나쁨에 대한 것도 아니다. 다만,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것이었다.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판단 기준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대부분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나는 저 사람이 대체 왜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쟤는 너무 이기적이야.'

'걔는 너무 감정적이야.'


각 성격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고, 그마저 각자에게 다르게 적용된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떤 성격이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상담자에게는 내담자의 말에 공감해주고 경청해주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담자의 말을 조금은 거리를 두고 파악하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는 이성도 필요하다. 


늘 MBTI 유형을 아는 상대와 갈등을 경험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럼에도 메시지는 같다. '쟤는 너무 감정적이야'라고 판단하기 이전에, '저 사람에게는 대인관계가 정말 중요한 가치이구나'라고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 사람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야'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현실적인 정보와 논리적인 사고로 판단하는 사람이라, 감정에 대해서는 잘 보지 못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TCI, MBTI, 에니어그램 등 아주 많은 성격검사가 있고, 각 검사에서 인간의 성격을 유형화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유형은 다양한 성격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었을 뿐이다. 같은 유형 안에서도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성격과 환경의 사람들과 살아가야 한다.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나쁜 게 아니라 다를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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