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T'와 관계하는 법.
MBTI 워크숍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거지만 'NF'유형들은 MBTI 검사를 참 좋아한다. INFJ의 한 개인으로서 느끼는 MBTI의 장점은 첫째, 내 성격에 대한 성찰할 수 있고 성격 유형 설명에 의해 공감받는다고 느낀다. 그리고 복잡하게 수치화된 검사가 아니어서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점들이 많다.
INFJ는 16가지 유형 중 그 유형의 사람이 적은 편이라, 글로만 보았을 때는 잘 와 닿지 않는다. 특히 직관(N)이라는 코드가 해석되는 방식은 상당히 어려운 편이고, 감각(S) 유형들이 본다면 더욱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 그래서 내가 일상에서 다른 유형들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나눠보려 한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NF' 성향이 상당히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INFJ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 유형인 'ST' 유형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써보고자 한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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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 그리고 ST
NF는 이상주의적인 유형이다. 직관에 의해 정보를 인식하고, 감정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따라서 사실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고, 특히 감정과 관련한 것들이 중요하다. 그래서 특히 상담이나 교육분야에 많은 유형이기도 하다(나 또한 그렇다). 반면 ST는 훨씬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유형이다. 현실과 사실에 의해 정보를 인식하고 논리적인 사고 흐름으로 해결하려 한다.
내 주변의 'ST' 유형은 대부분 'ISTJ' 유형이다. 한국에 가장 많은 유형이기도 하고, 전공이나 환경 자체가 'ST' 유형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ISTJ 유형의 파트너와 지내면서 매 순간순간 다름을 느끼지만, 최근에 더욱 크게 와 닿게 한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확인하는 긴 대화 시간을 갖는다(물론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로 나이다). 질문은 인터넷에서 빌려오기도 하고, 당시 이슈가 되는 일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질문 리스트를 빌려왔다.
INFJ: "너는 물이야. 불같은 나를 진정시켜주기도 하고, 또 평소에 잘 튀지 않아서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삶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존재야."
ISTJ: "너는 평소에 걱정이 참 많은 것 같아. 그래서 너는 걱정이야."
성격의 차이가 와 닿는가? NF는 비유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면, ST에게 비유적인 표현은 상당히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이 예는 평소 생각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주제 자체도 크게 창의적이거나 튀지 않아 집단에 잘 녹아드는 ISTJ와 생각이 많은 INFJ를 잘 반영하고 있다.
ISTJ: "우리는 우선 그 날 너의 집 앞에서 만났어. 그리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경치를 보다가 내려와서 산책을 했지. 6시간쯤 걸은 뒤에 우리는 스테이크를 먹었어.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집 근처를 세 바퀴 정도 걸었어."
INFJ: "음, 그 날은 둘 다 옷을 신경 써서 입고 있었어. 그리고 오래 걸어서 좀 힘들었고, 스테이크 집에 가서 어색해하는 우리 모습이 웃겼어. 참 풋풋했다. 그렇지?"
사실 쓰면서도 정확하게 그 날 무엇을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ST는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순서대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반면 NF는 그 날의 느낌과 감정, 그리고 장면들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영화를 보아도 정확한 스토리보다는 그 당시의 감정과 느낌이 주로 남아 있다.
NF와 ST가 갈등을 해결하는 법
먼저 NF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직관과 감정이고, ST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과 논리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 서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예컨대, ISTJ인 파트너가 화가 났을 때 나는 빨리 머리를 굴려 내가 잘못한 점을 찾는다. 그리고 빠르게 사과한다.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실을 내가 무시한 것 같아서 화가 난거지? 그 점은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해.'
감정이 상한 것과 별개로, 논리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서로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재발방지를 위해 대안을 논의한다.
'다음에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너는 이렇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나는 이 대안을 기억해뒀다가 최대한 가깝게 하면 같은 문제로 갈등이 반복되지 않는다.
반면 내가 화가 났을 때에는 그것의 이유가 무엇이 됐던지 내 감정을 해결하려 함께 노력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지금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너의 그 말에 너무 서운했고, 눈물이 날 것 같아. 감정이 좀 진정되고 나면 대화를 하자'
이 말을 전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감정이 좀 누그러들면, 내가 어떤 부분의 말이 왜 서운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는지 전달한다.
어떻게 보면 MBTI에서 N, F, S, T 코드는 가장 자연스럽게 인식, 판단하는 방식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만약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상대가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 예시를 상세하게 이야기했지만, 메시지는 지난 글과 같다. 내게 그 가치가 중요한 만큼,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존중해야 갈등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멀듯, NF와 ST는 그 간격이 참으로 멀다고 느낀다. 물론 한 유형으로써가 아니라 각 개인으로써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한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