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005
"형, 좀 도와주세요."
"왜, 뭐가 잘 안돼?"
(......)
"그럼 내가 필요 없겠네."
"네?"
"니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데 내가 왜 필요해. 내가 가서 '응, 문제가 있어' 하는 게 대체 무슨 도움이 되겠어."
"그게 아니라 문제점을 고쳐주셨으면 해서요..."
"야, 들어봐. 자, 생각해봐. 두 학생이 있는데, 한 학생은 제 스스로 모자라다는 걸 알고 있고 능력이 부족하고 문제점이 많아. 다른 한 학생은 제 스스로 능력이 출중하고 완벽하다, 문제점이 없다 생각해. 두 학생 중에 선생님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모자란 학생 아닌가요? 저희 같은..."
"아니 틀렸어, 제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하는 학생이지."
"왜죠? 완벽한데 선생님이 왜 필요해요?"
"제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완벽한 거니?"
"......"
"선생님이 너에게 시험지를 내줬어, 그리고 너는 그것을 완벽히 써냈어. 그렇다고 채점받지 않을 거니?"
"받아야... 겠죠?"
"네가 시험지를 남는 문제없이 완벽히 써냈어도 그것이 정말로 다 맞았는지는 선생님과 답지가 필요한 거지. 그래서 자신이 완벽하다는 오만 때문에 남에게 평가를 받지 않는 건 정말로 위험한 생각이야. 오히려 자신이 완벽하다 생각될수록 남에게 평가를 받아야 해."
"시험을 망쳤어도 채점을 받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직도 모르는구나. 부족한 학생은 당연히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을 찾아가 답을 알려달라 할 수는 없잖아.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선생님, 답 따위가 아니라 공부, 스스로의 노력이야. 그렇게 스스로 답을 알아내었을 때 비로소 답지를 보아야 하지 모른다고 무조건 답지를 들춰보는 건 참 어리석은 일 아니겠니? 그러니 너에게 필요한 것은 정작 내가 아닌 너 자신이라는 걸 깨달아야 해.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방법을 모색해야지, 나보고 대신 해결해달라니. 그러고도 네가 지성인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