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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Aug 09. 2024

조선현호색

에피소드

 내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는 목련, 모과나무, 벚나무, 매실나무, 장미, 철쭉 등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 꽃구경과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이름 있는 나무아래 화단에는 민들레와 이름 모르는 길꽃들, 잡초, 거미와 개미, 이름 알고 싶지 않은 벌레들, 그리고 팔뚝만 한 쥐도 언제든 뛰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봄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철쭉을 보며 새삼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흰 철쭉 무리는 흡사 구름 같았다. 붉은색 철쭉은 어찌 저리도 색이 선명하고 고운지. 색이 그러데이션 된 철쭉은 어찌 저런 빛깔일 수 있는지, 새삼, 새삼스러웠다. 무리 중에 일찍 핀 꽃은 이미 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화생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도 너희는 내년에 또 피겠지. 오늘 피고 시든 너는 아니겠지만.

 

 그렇게 꽃구경을 마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이름 모를 꽃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기엔 예전에 사루비아라고도 불렸던 샐비어를 닮은 꽃이었다. 아니  마치 물고기가 달린 것 같이, 새가 모여 앉아 있는 것 같이 생긴 꽃이었다. 뭐, 이름 모를 꽃이 한둘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는 길 듬성듬성 띄엄띄엄 그 꽃이 피어 있었다.


참나, 뭐냐 이 길꽃은. 그래 내가 한 번 봐주마.

  

가까이 가서 들여다봤다.

깜놀!

처음 보는 꽃이라서가 아니다. 이 꽃의 구조 때문이었다. 대개 꽃이라 함은,

줄기 끝에 봉오리가 맺히고 꽃으로 피는, 위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나?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얕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 꽃은,


몸통 중간에 줄기가 있는 것이었다!!!


오오오오!!! 신기했다.

물론 내가 아는 꽃보다 모르는 꽃이 몇백 배는 많겠지만 그래도 이런 구조는 식물원에서 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검색창을 열어 사진을 찍어 이 꽃의 이름을 찾아봤다.

 

조선현호색


으앗! 이름도 특이햇! 독특햇!

조선시대부터 명맥이 유지된 그런 꽃인 것이었던 것이었던 건가?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

이란다. 찾아보니 현호색의 종류도 꽤 많다. 잎모양꽃빛깔다르고 지역별로 볼 수 있는 현호색도 여러 종류다. 와... 감탄...


흐드러지게 핀 철쭉의 감동은 흐려지고 조선현호색만 내 마음에 가득 찼다.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 아닌데, 1000원 이상이면 돈도 안 주워오는 사람인데,

꺾어오고 말았다. 곁에 두고 매일 신기하고 싶었다. 딱 사진만큼만 꺾었다. 집에 가져와 하루종일 들여다봤다. 이 꽃이 개화하는 과정몹시 궁금하다.

오래 살아있으라고 물에 담가놓았다. 하지만 나의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 다음 날 조선현호색은 시들었다. 차라리 책갈피에 꽂아놓을 걸 그랬나, 꺾어오지 않았더라면 며칠은 더 살았을 텐데, 조금 후회가 됐다. 

 

조선현호색.

내가 너를 보게 돼서

내가 너의 이름을 알게 돼서

진심 기쁘다.

내년에 또 보자! 그땐 반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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