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해요

1장. 공부가 어렵고 힘든 이유

by 신영환

우리 아이가 성적이 안 나왔을 때 보통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 아이는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고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볼 때 좋은 성적을 받을 만큼 노력을 했는지, 혹은 공부 방법이 효율적이었는지, 시험 유형에 맞게 전략적으로 준비한 게 맞는지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래도 통념처럼 따라다니는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을 보면 머리가 좋은 사람이 공부를 더 잘하는 것 맞다. 그렇다면 공부 머리는 타고난 것일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그 이유는 머리가 좋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공부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머리가 좋지 않아도 노력을 통해 공부를 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전자와 후자 모두 누군가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니 능력과 노력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특히 천재와 같은 공부 머리를 타고난 경우가 아니라면 후자의 경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세상의 많은 천재는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들이 남들보다 몇 배를 더 노력하는지 진실을 안다면 아무도 반론할 수 없을 것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인간은 태어날 때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모두 무한한 능력을 타고 태어난다. 쉽게 말하면 아기들은 천재라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나쁜 아기는 없다는 의미다. 특히 아기의 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부와 관련된 기능인 학습과 기억은 뇌의 회로 기능과 관련이 있다. 뇌 회로를 강화시킬 때는 두 가지 조건이 따른다. 우선 시냅스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하고, 둘째로 뉴런의 미엘린화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해마와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전두엽이 교신을 잘할 수 있다. 그럴 때 이해력과 사고력이 높아진다. 즉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말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인지 자극 훈련을 해야만 시냅스를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경우, 생후 2살이 될 때까지 초당 40,000개 정도의 시냅스가 새로 생성된다고 한다. 여기서 시냅스란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사이를 연결하는 부분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지나치게 많이 형성된 시냅스는 기존의 것과 관련 있으면 더욱 강하게 연결하고, 반대로 불필요함을 느끼면 가지치기를 통해서 정교화한다. 2세 정도에 경험에 따라 시냅스를 정리하고, 10살 정도가 되었을 때 2살에 비해 대략 50% 정도로 시냅스 숫자를 줄인다. 이렇게 지나치게 많이 형성되었던 시냅스의 수가 줄어드는 과정을 시냅스 가지치기라 부르는 데 뇌 회로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시냅스 가지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폐증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닌지 분별을 할 수 있어야 올바른 뇌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시냅스 가지치기는 계속 변화를 겪는 가소성의 특성이 있고, 이 가소성은 학습 및 기억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아기는 태어날 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스스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며 기존 지식과 연결하거나 필요 여부에 따라 가지치기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뇌 발달이 일어나고, 결국 나중에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머리가 좋냐 나쁘냐의 전제에서 왜 뇌 발달로 넘어왔냐면, 결국 머리가 좋다는 건 뇌의 기능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타고난 성향이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도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희망적인 것이다. 게다가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뇌는 변화의 여지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어린 시절에 적절한 인지 및 비인지 능력을 균형 있게 발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뇌에서는 같은 경험을 직접 및 간접적으로 동시에 함으로써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연결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 우유를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 직접 우유를 마셔보는 경험을 하면 그 기억이 강화된다는 말이다.


뼈가 진짜 튼튼해지는지 알 수는 없더라도 간접 경험을 직접 경험으로 바꾸면서 뇌에서는 같은 내용이 반복되니까 중요하다고 느끼고 연결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계속 쌓아간다면 가지치기되어 사라지는 것보다 남는 것이 많을 것이다.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를 쓴 이임숙 작가도 인지 능력과 비인지 능력의 조화를 강조했다.


시냅스의 수나 구조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뇌 회로 발달의 두 번째 조건이다. 앞에서 밝혔지만 미엘린화의 강화다. 미엘린은 축삭의 겉을 여러 겹으로 싸고 있는 인지질 성분의 막으로 미엘린 수초라고도 한다. 전선의 플라스틱 피복과 마찬가지로 신경세포를 둘러싸는 백색 지방질 물질로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한재우 작가도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를 통해 미엘린화를 전선을 두껍게 하는 것이라 비유했다.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는 피복이 더 두꺼워 전기신호가 누출되지 않아야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엘린화된 뉴런(신경세포)의 경우에는 전달 속도가 무려 100배나 빨라질 수 있고 시속 320킬로미터에 이르러 효율성이 극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머리가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봤으니 다시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머리가 좋은지 안 좋은지는 결국 뇌 회로가 잘 형성이 되었는지 아닌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뇌 회로는 성인이 되기 전에 가소성을 가지고 계속 변화할 수 있다.


생후 2세까지는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폭발적으로 시냅스를 형성하거나 가지치기를 하고, 10세 이후부터 20세 초반까지 아이 스스로 뇌의 회로를 발달시키고 변화시킨다. 특히 두 번째 변화의 시기에는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주 측이 되는 시기이기에 독서를 통한 인지적 능력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최승필 작가가 쓴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는 공부를 요리에 비유했다. 초보 독서가는 요리를 처음 해보는 자취생, 숙련된 독서가는 유능한 팀원이 딸린 특금 음식점의 주방장 같다고 말이다. 주방장은 오로지 요리 자체에만 집중하여 빠른 시간 안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결론은 이러하다. 머리가 좋냐 나쁘냐는 뇌 회로 장치 능력이 좋은지 안 좋은지로 바꿔서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로 바꿔서 볼 수도 있다. 그 처리 속도는 결국에 독서를 통한 뇌 회로 장치를 정교화했느냐로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인간이 뇌에서 만들어 낸 뉴런의 수는 1000억 개, 시냅스는 1000조 개가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성인이 되면 더는 만들어 내지는 못하지만 시냅스의 구조를 정보를 받아들이고 결합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것은 사실 내가 직접 지금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 3년간 200권 정도의 책을 읽었더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도 좋아졌고, 지식을 연결하는 응용력도 생겼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보는 사고력도 좋아진 것을 느낀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능성을 보았기에 아직 어린아이라면, 혹은 공부하는 10대의 학생이라면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한다는 핑계는 더는 대지 않기를 바란다. 독서를 통한 문해력 향상을 이루고, 뇌 회로 장치를 발달시킨다면 머리는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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