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문화

1장. 공부가 어렵고 힘든 이유

by 신영환

2018년 유엔아동기금(UNICEF)에서 발표한 국가별 학업 스트레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50.5%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낮은 네덜란드(16.8%)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7명은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10명 중 4명이 학업이나 진로 문제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 아이들은 이렇게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것일까? 그 이유를 밝히자면 끝이 없겠지만, 대표적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대학 입시 방법은 어쨌든 수험생을 한 줄로 세워서 뽑는 방식이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에 놓인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계속 올라가면서 경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쟁이라는 건 결국 아이들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로 이어진다. 성적에 따라 대학 간판이 달라지니 공부하는 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을 두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진정한 목적은 모르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우리 삶에 적용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반에서 몇 등인지, 수능 점수는 몇 점인지, 그로 인해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지 항상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


또한 명문대가 아니면 혹은 인서울이 아니면 입시에 실패한 것이고 낙오자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풍토도 한몫한다. 그렇다 보니 1등급 4% 혹은 2등급 11%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머지 90% 가까이 되는 학생들은 괴롭다. 웃긴 건 1~2등급에 들어가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그 과정을 겪고 견디기 위한 학업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좋은 결과를 받았든 받지 못했든 아이들은 공부로 인해 행복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비록 좋은 대학에는 들어갔지만, 종종 대학생들도 진로로 방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영향력 있는 인물도 많지 않다. 그들은 이미 치열한 경쟁을 하며 공부한 경험으로 인해 공부에 지쳤을 수도 있다. 혹은 공부의 목적이 순수한 학문 탐구가 아닌 대학 입시가 되다 보니 창의적으로 탐구하는 능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공부를 이렇게 하다 보니 책을 읽는 목적도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보인다. 한 권을 읽더라도 내용을 차근히 살펴보며 깊게 파고드는 게 아니다. 얼마나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입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었는지, 결국 독서의 과정을 중시하는 독서보다 결과론적인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한 우리나라에서는 독서도 얼마나 빨리 많이 읽느냐가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우등생 20명 정도 인터뷰할 때 독서를 어떻게 했는지 살펴봤다. 대다수가 초등학교 때쯤 ‘이달의 독서왕’이 되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다고 했다. 당연히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는 게 맞지만,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목적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실제 정독보다는 속독을 미덕으로 여기는 아이들을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친구랑 누가 더 책을 빨리 읽는지 시합을 하기도 한다. 그건 글자를 빨리 읽어내는 것이지 책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면서 읽는 것은 아니다. 《문해력 수업》에서 말하는 독서 단계에서 고작 1단계 시각적으로 글자를 읽는 수준에 그치는 독서가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어린 시절 이런 독서 습관을 형성한 아이들이 과연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할 때 문해력을 발동시킬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독서를 한 아이들은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기 때문에 책을 읽어도 시냅스가 형성되지도 않고, 특정 정보에 대한 미엘린화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계속 이야기한 문해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시험에 나오는 내용을 공부하고, 정해진 답을 찾는 공부를 하면서 어릴 때 천재로 태어난 아이들도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학교 교육은 식민지를 확장하는 시절에 노동자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관으로 활용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교육이라는 말이다.


리사 손 교수가 쓴 《임포스터》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아이들은 여러 이유로 가면을 쓰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니 좋은 성적만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정답만을 쫓는 그런 공부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은 결과가 좋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하게 된다.


《메타인지 학습법》에서는 실수나 실패를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책을 한 번 볼 때 여러 번 보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 간격을 두고 잊은 게 있을 때 다시 보는 게 더 효율적이라 말한다. 그렇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할 시간이 있어야 모르는 것을 채우며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메타인지’는 우리가 당장 눈앞에 얻을 결과보다는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해내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실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독서에서 오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독서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핀란드나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서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장소 불문하고 독서 후에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필수로 여기는 것이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과정을 중시하는 독서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독서와 공부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우리 아이들도 독서와 공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즐기며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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