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공부가 어렵고 힘든 이유
강의식 수업과 암기식 공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수업방식과 공부법이다. 왜 그럴까 확인해봤더니 입시 제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40년 가까이 사고력보다는 암기 위주의 평가가 이뤄졌다. 안타깝게도 지식 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으로 인해 1994학년도가 되어서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사고력을 평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실시한 지 아직 30년이 채 안 된다.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봐도 암기식 시험제도의 시기가 더 길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현재의 교육자들은 예전에 암기식으로 배우던 시절에 자신이 배운 대로 학생들을 가르칠 가능성도 있다. 비록 수능을 치르고 현재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젊은 교육자가 있다고 해도 자신이 배운 걸 그대로 답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암기라는 건 완전학습에 있어서 필수요소다. 이해만 하고 암기하지 않으면 절대 장기기억으로 남길 수 없다. 그러나 이해와 암기의 비율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암기만 하면 또한 오래 기억할 수 없다. 이해를 기반으로 한 암기야말로 완전학습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른 공부법 책에서도 빙하의 부력으로 비유해봤다.
빙하의 일부는 물 위에 있고, 나머지는 물아래 잠겨 있다. 여기서 물 위에 있는 부분은 ‘암기’에 해당하고, 아랫부분은 ‘이해’에 해당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빙하의 아랫부분보다는 윗부분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오랫동안 빙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단한 하부 빙하가 없으면 상부 빙하는 금방 물에 녹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암기식 공부법은 사실 중학교 때까지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 분량이 한정되어 있고, 지식수준도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견고한 빙하를 만들고 유지해야 하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암기식 공부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무너지는 것이다. 고로 어린 시절부터 중학교 때까지 암기식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올바른 공부법이 필요하다.
그 핵심이 바로 ‘문해력’을 통한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문해력의 뜻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보면 알겠지만, 암기라는 말은 없다. 대신 ‘이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그렇다. 암기식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공부가 바로 문해력을 활용한 공부다. 공부가 어렵지 않으려면 문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기억하길 바란다.
암기식 공부가 왜 도움이 안 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다. 그리고 문해력을 활용한 공부가 왜 더 좋은 지도 재차 강조하려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 중에 놀랍게도 공부를 통한 이해의 과정과 우리 몸의 영양소 소화와 흡수 과정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기에 이를 공유해보겠다.
설명에 앞서 소화와 흡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소화는 영양분 흡수를 위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거나 녹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흡수는 그렇게 소화된 영양분을 소장에 있는 융털의 모세혈관과 암죽관(림프관)으로 옮기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흡수의 효율은 100%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소장에 있는 융털은 최대한 표면적을 넓게 하여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도우려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3대 영양소의 소화와 흡수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해해보자. 우선 탄수화물의 경우에는 단당류라고 부르는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 형태로 소화되어 흡수된다. 단백질은 단당류와 같은 형태인 아미노산, 디펩타이드, 트리펩타이드의 형태로 소화된 후 흡수된다. 끝으로 지방은 간단하게 지방산이라는 구조로 흡수된다. 더 쉽게 묘사해보자면, 탄수화물은 물의 형태로 흡수되고, 단백질은 물부터 죽의 형태로 흡수되고, 지방은 건더기만 빼면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흡수가 되는 형태로 가기 위해서는 소화가 필수라는 점이다. 공부로 비유해보자면, 소화의 과정이 이해의 과정이고, 흡수의 과정이 암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 그래도 효율이 낮은 흡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암기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탄수화물이 흡수되기 위해서는 모든 당류가 단당류의 형태까지 분해가 되어야 한다. 공부할 때도 많은 지식을 잘게 나눠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해야 한다. 만약 소화 과정 중에 문제가 생겨서 다당류가 단당류로 분해되지 못하면 절대로 흡수되지 못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해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암기로 이어질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유당을 들 수 있다. 유당의 경우 우리 몸에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가 없거나 부족해서 유당불내증이란 증상을 겪게 된다. 영아기에 소장 내에 많이 존재하던 유당 분해효소가 이유식 시기 이후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이 질환이 생긴다. 대개 성인이 되었을 때 나타나며 동양인의 90%, 흑인의 75%, 서양인의 25%에서 이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유당불내증의 원인은 유당 분해효소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 효소가 없으면 우유 속의 당이 체액을 흡수해서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이는 마치 우리가 문해력이 부족해서 어려운 글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에 쉬운 글을 읽을 때는 이해도 되고 쉽게 암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문해력이 부족하면 글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해서 탈이 나는 것이다. 즉 문해력은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유당 분해효소는 더는 몸에서 만들 수 없지만, 문해력은 언제든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문해력을 다져간다면 문해력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동안 암기식 공부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 방법으로 바꿔보길 바란다. 공부하면서 모르는 내용을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하며 ‘이해(소화)’의 과정을 거친다면 쉽게 ‘암기(흡수)’하는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혹시 ‘속이 빈 강정’이라는 말을 아는가? 속이 빈 강정이란 ‘속에는 아무 실속이 없이 겉만 그럴듯한 걸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암기식 공부에 딱 맞게 비유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겉모양이 같더라도 속이 가득히 찬 강정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에서는 진짜 달걀과 모양이 똑같은 가짜 달걀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화학물질로 만들었기에 영양분은 완전 차이가 난다. 내가 아무리 책에 쓰인 내용을 그대로 외웠다고 하더라도 혹시나 ‘속이 빈 강정’이나 ‘가짜 달걀’은 아닐지 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