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공부가 어렵고 힘든 이유
학생들이 보통 공부한 시간을 측정할 때는 자의든 타의든 공부와 관련된 행동이라면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수업 듣는 시간, 인터넷 강의를 듣는 시간도 모두 공부하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은 ‘혼자 공부(혼공)’하는 시간만을 포함해야 한다. 혼자서 고민하면서 하는 공부가 진짜이기 때문이다.
《1등급 공부법》에서 이미 밝혔지만,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를 살펴보면 왜 진정한 공부는 혼자 할 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습 효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 가보자.
미국 행동과학 연구소에서 했던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 연구를 보면, 공부한 지 24시간 이후 기억에 남아있는 비율이 공부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강의 듣기 5%, 책 읽기 10%, 시청각 수업 20%, 시범강의 듣기 30%, 집단토의 50%, 실제로 해보기 79%, 가르쳐보기 90%로 효율이 달라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업이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은 5%짜리 공부에 불과하다. 최소한 누군가와 배운 내용에 대해서 토의하며 이야기를 나눠야 그 10배인 50%짜리 공부가 되고, 스스로 직접 해봐야 80%에 가까운 효율을 가진 공부가 된다. 즉,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이 직접 생각하면서 의미를 되새겨봐야 진짜 공부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어떤가? 학교 수업을 듣고, 행여나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 아이들을 학원으로 몰고, 과외시키고,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보기에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까 안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작 5%짜리 공부만 계속 시키는 꼴이 된다.
쉽게 말해, 깨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다. 아무리 많이 물을 부어도 독에 물이 차 있지 않으니 성적은 오르지 않고, 아이들은 공부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공부하는 시간은 어마어마한데 결과가 좋지 못하니 ‘망연자실(茫然自失)’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첫 꼭지에서 언급했지만, 이런 아이들은 혼자서 글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부족하니 문해력도 좋을 리가 없다. 문해력은 훈련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는 능력인데, 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문해력이 길러질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공부에 대한 자세와도 관련이 있다. 앞에서 말한 수업이나 강의를 듣는 공부는 수동적인 공부다. 반면에 자기 주도적으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능동적인 공부다. 부모가 아기들에게 밥을 떠서 먹여주는 것과 아이가 스스로 밥을 떠먹는 것에 비유해볼 수 있다. 혹은 아이에게 누군가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과 아이가 낚시하는 방법을 알아서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과도 같다.
매일 부모가 먹여주는 밥을 먹는 아이와 스스로 밥을 먹는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에는 계속 누군가 도움을 주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도움 없이도 알아서 밥을 챙겨 먹을 것이다. 낚시 이야기도 이와 같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를 공부에 그대로 적용해서 살펴보자.
중학교 때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공부가 통할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공부량도 방대할뿐더러 내용의 깊이도 중학교 때와는 달라서 스스로 모르는 걸 계속 찾아가며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모르거나 부족한 걸 찾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충분히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온 아이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무너지지 않고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유지한다. 수업이나 강의를 듣는 것은 공부 방향성을 정하고, 좀 더 효율적인 공부를 위한 수단이지 공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내가 우등생 20명을 인터뷰하면서 공통점을 하나는 그들이 학교나 학원 수업, 인터넷 강의, 과외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달랐다는 것이다.
우선 그들은 학교 수업을 듣고 나서 스스로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가졌다. 비율도 최소한 수업을 들은 것이 ‘1’이라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2’ 이상으로 투자했다. 학원 수업이나 인터넷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과외를 받는 경우는 자기가 평소 혼자 해결할 수 없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걸 해결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EBS 스페셜 프로젝트 체인지 스터디>라는 영상에서는 1부에서 ‘꼴찌가 1등처럼 살아보기’라는 제목으로 1등과 꼴등이 함께 공부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여러 관점으로 이 영상을 해석해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업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성적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꼴등 학생은 공부가 어렵고 재미가 없기에 수업 시간에 계속 잠을 잤다. 그런데 미술 시간이나 체육 시간에는 1등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만일 꼴등 학생이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자세를 능동적으로 키워왔다면 어땠을까? 미술이나 운동의 경우도 사실 공부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직접 얼마나 연습을 했느냐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남이 알려주는 걸 그냥 듣기만 하고 있으면 자신에게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모르는 걸 줄여나가는 과정을 경험한다면 결국 공부도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르는 것을 스스로 줄여나가고 해결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공부할 때 필요한 문해력을 키우는 과정과도 같다. 글을 읽었는데 모르는 내용이라면, 내가 아직 익히지 못한 어휘일 수도 있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지식의 배경 내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문해력이 부족해서라는 말이다. 단순히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글자가 혹은 문장이 가진 의미를 문맥에 맞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해력을 기르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일명 혼공이라 불리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20년 전 생각만큼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대학 입시가 걱정되었던 내 부모님께서는 고3 때부터 그동안 시키지 않았던 사교육을 몇 배로 더 시키셨다. 덕분에 나는 쉬지 않고 고3 내내 학교 수업 외에도 학원 수업을 많이 듣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런 노력이 있었지만, 성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는 이미 늦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공부의 본질을 알고 보니 턱없이 부족한 혼공 시간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깊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단순히 시험에 자주 나오는 내용 위주로 암기하려고 했던 공부 태도도 성적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다음 꼭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