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문해력과 공부의 상관관계
수능 만점자들의 공통적인 대답 ‘교과서로 공부했어요.’라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그런 의구심은 분명히 한 번 이상은 품어 봤을 것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왜냐하면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를 기반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우등생은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기에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설 교재는 교과서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서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 분량은 정해져 있어서 과목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사여구는 최소화하고 사실 정보 위주로 요약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교과서를 쓰는 전문가들이 아무리 쉽게 쓰려고 노력해도 여러 제약으로 인해 압축된 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심한 경우에 앞뒤 문맥 없이 정보만 나열될 수도 있다. 그래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연 설명이 들어 있는 참고서나 교재를 통해 내용을 보충하고,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강의를 듣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학생에게는 여기에서 공부의 맹점이 생긴다. 교육과정의 핵심이 모두 담긴 교과서 중심이 아니라 교과서를 풀어놓은 교재를 우선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재를 설명하는 사람이 강조하는 내용 중심으로 공부를 하게 되어 기본적이고, 사소한 내용을 놓치고 지나갈 수 있다.
반면 우등생들은 시험에 나오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교과서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마치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먼저 살펴보는 것과 같다. 목차를 보면서 무슨 내용이 핵심인지 파악하고 나서 본문 내용을 세세하게 알아가는 과정과 같다는 말이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깊게 이해하면서 공부하는 과정이 이와 일치한다. 일명 학습도구어라 불리는 핵심 용어들을 먼저 파악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실제 대학 입시 전형 중 하나인 논술 전형에서 제시되는 문제의 내용이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 대학 입학처 사이트에 가서 확인해보면 교육과정 내용을 기반으로 출제된다고 명시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실제 교과서 지문이 그대로 활용된 경우도 아닌 경우도 있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이 출제된다는 말이다.
어느 교육 전문 신문 기사에서는 교과서 내용이 그대로 출제되지 않았다고 해서 교육과정 외에서 출제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학 입시의 초석이 되는 수능 시험 문제도 교과서 지문 내용이 그대로 나오기도 하지만 확장되어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길게 교과서가 어떻게 시험에 활용되는지 설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압축된 교과서를 이해하는 게 힘든 학생에게는 과연 문해력이라는 무기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밝히기 위해서다. 반면 성적이 잘 나오는 우등생의 경우에는 반대로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해도 어떻게 그렇게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는지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다.
계속 강조했지만 교과서의 경우에는 정보 중심 전달의 글이고, 매우 핵심만 요약되어 있다. 그래서 배경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야지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학습도구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어려운 이론에 관한 용어가 등장하기도 해서 아무리 예시를 들어 설명해도 깊게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교과서에 ‘교류 분석’ 이론 설명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교류 분석 이론의 정의부터 관련 예시를 매우 압축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교류 분석’이라는 말을 1차원적으로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어떤 이론인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교류 분석 이론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교과서 공부를 할 때 문해력이 어떻게 발동되어야 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 이론은 행동 분석을 위해 의사소통자의 자아를 부모(Parent), 성인(Adult), 아이(Child)로 삼원화하여 자아 구조를 제안하여 사회적 상호교류를 분석하는 이론이자 정신 치료 방법이다. 의사소통자는 정서 문제를 해결할 때 자아 상태를 변경하고도 배우는 데 초점을 둔다.
나아가 이 세 자아의 상태는 성격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기능한다. 우선 첫째 부모의 역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이에게 원칙과 규율을 가르치는 ‘통제적인 역할’과 아이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양육적인 역할’이 있다. 그래서 부모는 통제적 부모(Controlling Parent)와 양육적인 부모(Nurturing Parent)로 구분된다. 어른 자아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상태의 한 가지 역할로만 나타나는데 ‘Now and Here’이라는 문구로 이상적인 어른을 표현한다. 아이의 경우에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역할이 두 가지로 나뉜다. 부모가 정해 놓은 규칙을 거부하거나 순응하는 경우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아이(Free Child)와 순응하는 아이 (Adapted Child)로 구분된다.
결국 우리 성격에는 5가지가 있고, 각 성격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교류 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교류 분석 이론의 대가인 에릭 번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교류할 때 자신의 자아와 성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정확히 알고, 상대방의 성격 유형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로 개선 또는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교과서의 국어 비문학 지문이나 사회 과목의 예시로 나올 수 있기에 예로 들어본 것이다. 만일 위의 내용을 쉽게 이해했다면, 문해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문해력 부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내용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면 반성이 필요하다. 우등생들은 지금 내용을 읽고 그냥 외우려 하지 않고 분명히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류 분석 이론을 매우 쉽게 연결하여 설명한 책이 있다. 스피치 소통 전문가로 활동하는 임정민 작가의 《어른의 대화법》이라는 책에서는 교류 분석 이론을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캐릭터와 연결 지어서 설명했다. 통제적인 부모는 화끈이, 양육적인 부모는 포용이, 이성적인 어른은 침착이, 자유로운 아이는 솔직히, 순응하는 아이는 끄덕이로 연결하여 교류 분석 이론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공부하는 수험생도 마찬가지로 교과서를 공부할 때 이런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교과서에 나온 문자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을 활용하거나 주변의 경험에 연결 지어서 정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배경 지식이 부족하거나 (간접) 경험이 부족하다면 교과서를 이런 식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수능 만점자와 우등생들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독서 경험과 실제 생활 속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과서를 읽으며 충분히 지식을 확장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결론은 문해력이 기반이 될 때 교과서 위주의 공부는 분명 효력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휘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문해력이 부족한 수험생이라면 교과서 위주의 공부법이 절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교과서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도구 혹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정된 지식의 틀에 갇혀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영원히 기를 수 없게 될 것이다.
교과서는 압축 파일이다. 압축 파일을 풀려면 압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때 말하는 압축 프로그램은 ‘문해력’이라고 볼 수 있다. 성능이 좋은 프로그램일수록 압축을 오류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교과서를 읽으며 오류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좋은 문해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