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는 것을 연결하는 게 곧 공부다

2장. 문해력과 공부의 상관관계

by 신영환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에 공부를 매우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매시간 선생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그 친구의 몫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에 추가로 자신이 아는 지식을 덧붙여서 자신 있게 생각을 말하는 그 친구의 성적은 항상 최상위권이었다.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특별히 문제집을 더 풀거나 하지 않았다. 항상 책을 손에 들고 있었고,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다니는 친구라는 차이 하나밖에 없었다.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친구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중학교는 같이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등학교 때 다시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비평준화 지역이라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에 진학했기에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평범했던 나도 공부 잘하는 그 친구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인문계고 그 친구는 자연계라서 같은 반이 될 수는 없었지만, 종종 학교 도서관에서 자습할 때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그 친구는 문제집을 풀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종류의 교재를 두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봤다. 혹은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보통 친구들이 공부하는 방법과는 분명히 다른 공부 방법이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화된 공부법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명문대학에 있는 의대에 진학했다. 분명히 그 친구에게는 공부에 대한 비법이 있었다는 것만은 직감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그 친구의 공부법을 활용했다. 효과도 톡톡히 봤기에 어떤 공부법이었는지 공유해보려고 한다.


혹시 땅따먹기 게임을 아는가? 우선 직사각형 각 모서리에서 손바닥 한 뼘을 대고 부채꼴 모양으로 자신의 땅을 그린다. 부채꼴 모양은 내 땅인데, 거기에서 돌을 세 번 튕기면서 선을 그리고 다시 내 땅으로 들어오면 그 범위만큼 내가 땅을 먹을 수 있는 게임이다. 땅을 확장하기 위한 게임의 전제는 내 땅 안에서 시작해서 다시 내 땅 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그 친구만의 공부 방법이 바로 이 땅따먹기 게임의 원리와 같았다. 물론 나도 깨우친 방법이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교과서 내용을 기반으로 관련 주제의 책을 최소 세 권 이상 구한다. 물론 교재일 수도 있고, 단행본일 수도 있고, 논문일 수도 있다. 종류에 상관없이 주제가 같으면 수집을 한다.


처음에 읽을 때는 세 권의 책에서 내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같은 부분을 찾아가며 읽는다. 신기하게도 교과서와 다른 종류 책 세 권에서 공통분모가 분명히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핵심 내용이라는 걸 깨닫는다.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책마다 다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읽는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조금 다른 내용을 연결하여 추가로 확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다른지 분별하게 된다.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이 방법이 공부의 본질을 꿰뚫는 공부법이다. 진짜 공부는 내가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뇌의 작동 원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혹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장기기억으로 남겨둔다. 반면 익숙하지 않거나 자주 반복되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잘 두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면 새로운 지식이라도 관심 가지게 된다.


바로 이 원리에 의해 공부를 잘했던 내 친구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대학교에서는 이 원리에 의한 공부법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았고, 덕분에 해외 대학원에 진학할 때 크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도 이 방법을 썼다. 그 덕분에 대학원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문해력과 공부의 상관관계를 밝히면서 어린 시절 친구의 공부 방법에 대해서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공부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새로운 지식과 연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때 필요한 능력이 바로 문해력이고, 문해력을 통해서 공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히 교과서 내용에만 매몰되어 공부해도 물론 여러 번 반복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깊고 넓게 공부하는 힘은 얻지 못한다.


반면에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을 확장하는 공부 방법은 배경 지식에 대한 코어를 단단하게 만든다. 알고 있던 지식을 더욱 강화하여 장기기억으로 가져가고, 새로운 지식도 최대한 연결 지어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충분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지식이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더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초6의 독서는 달라야 합니다》를 쓴 전영신 작가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단순히 책 읽는 걸 즐기는 게 아니라 사고력을 발휘해서 자기 생각과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아는 것을 고차원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학년 때까지는 단순히 누군가 읽어주는 내용을 듣고 단순 사실만을 확인하게 되지만, 고학년부터는 단순 사실을 넘어서 우리 삶에 지식을 연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고등학교에 가서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능 시험을 볼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이미 늦은 나이에 들어선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에 들기 마련이다. 운 좋게도 우리의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서 죽을 때까지 계속 변한다. 어린 시절이 아니라도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기르면 뇌 구조가 바뀌는 걸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내 이야기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


나는 2019년 1월부터 시작한 독서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200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중간에 둘째가 태어나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졌지만, 2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200권을 읽은 경험으로 인해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었다. 생소했던 뇌과학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생소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공통분모를 찾게 되고, 반복해서 나오는 인용 글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마다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달라서 차이점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는 게 많아지면서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새로운 지식과 연결하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3장 <같은 분야에 대한 반복적인 독서의 힘> 꼭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독서 덕분에 나는 아는 것을 연결하는 힘이 생기면서 폭발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단순히 작가의 의도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글을 구조화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아가 내가 쓰는 책에 어떻게 인용하면 좋을지 항상 고민하게 되었다.


한 예로, 《1등급 공부법》 책을 쓰면서 내가 가르치지 않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제2외국어 과목에 대한 글을 쓸 때 아는 것을 연결하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었다. 20명의 멘토의 공부법 사례를 취합하고, 20~30권의 공부법 책에 나온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내가 알던 지식을 최대한 끌어와 연결할 수 있었다.


계단을 한 단계씩 위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래 있는 계단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과목별로 필요한 공부 방법을 설명할 때도 비유를 통해서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가 연구를 해야 할 때도 이미 키워드가 머릿속에 있으니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뇌에 있는 시냅스는 우리가 어떤 지식을 접하느냐에 따라 구조가 바뀐다고 한다. 만일 내가 독서 없이 책을 쓰려고 했다면, 지식을 연결하는 힘이 부족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그 한 주 동안 내가 겪은 모든 경험과 쓸 글의 주제와 최대한 연결하는 과정이 있어서 글이 나오고, 책이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독서를 통해 아는 것이 점점 많아질수록 지식의 간격을 좁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공부를 더욱 잘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시냅스 구조가 변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연결망이 촘촘하게 엮이면서 뇌 안에서 정보 처리가 더욱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삼단 논법에 따르면, “독서는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공부다. 고로 독서는 공부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확장하여 아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 곧 공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단순히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푸는 걸 공부라 하고 있다. 진정한 공부는 내가 아는 것을 무한으로 늘리는 과정이라 봐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아는 게 많을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르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라서 멈추지 않고 끝없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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