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다양한 독서 방법과 기대효과(효능)
‘급한 마음으로 책을 대하면 얻을 건 하나도 없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뜻을 새겨 가면서 자세히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정독이야말로 진짜 책 읽기다’
이 말은 퇴계 이황이 남긴 명언 중 하나다. 조선 시대 ‘공부의 신’이라 할 수 있는 대학자의 소신이기도 하다. 정독(精讀)은 책 읽기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 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책에 있는 정보를 모두 읽는 방식이다. 사전적으로는 ‘글자와 낱말의 뜻을 하나하나 새겨 가며 자세하고 꼼꼼하게 글을 읽는 것’을 뜻한다.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정독할 때 필요한 기술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음독(소리 내어 읽기)을 해야 한다. 둘째는 필요한 부분은 되새기며 읽어야 한다. 셋째는 질문하며 읽어야 한다.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정독이라면 천천히 읽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속도를 천천히 해서 읽는 것이 첫 단계이기는 하지만, 실제 정독의 효능을 보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우선 정독을 할 때의 속도는 소리 내어 읽는 속도가 적당하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음독(소리 내어 읽기)을 많이 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뇌 발달과 관련지어 볼 때 음독을 하는 것이 훨씬 정보 습득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라면 묵독(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읽기)을 하면 속도가 비슷하게 맞춰진다.
음독이든 묵독이든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읽는 속도 때문이다. 만일 눈으로만 글자를 읽고 넘어가면, 뇌에 각인이 되지 않는다. 글자를 다 읽지 않고 건너뛰며 글을 읽게 된다는 말이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자가 모여서 이루는 글의 의미를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즉, 의미 단위로 글을 끊어가며 읽어야 이해가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쉼표는 쉬고, 마침표는 더 많이 쉬어가며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정독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글을 읽을 때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점이다. 간혹 우리는 독서를 하다가 다른 생각에 빠져서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혹은 아무리 읽어도 글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읽으면서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마치 소가 여물을 먹다가 소화가 안 되면 되새김질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많은 아이가 책이나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면, 그냥 한 번만 스치듯이 읽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독을 제대로 하는 아이는 몇 번이고 반복하더라도 자신이 이해될 때까지 여러 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읽고 의미를 찾을 때까지 뜻을 되새기며 생각한다. 심지어 모르는 개념이나 어휘가 나오면 사전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며 모르는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인다. 이것이 바로 정독할 때 두 번째로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여기까지 강조한 방법을 활용하여 공부할 때 정독한다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높이 올라서려면 꼭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질문을 하고 읽는 방법이다. 만일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작품이라고 한다면, ‘등장인물은 왜 그랬을까? 왜 마음과 행동이 바뀌었을까? 왜 이렇게 묘사가 되었을까? 나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이 모두 기억이 나고,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스며들게 할 수 있다.
반면 비문학의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비문학의 경우에는 개념이나 사례(예시)가 자주 나온다. 글에 등장하는 개념의 경우에는 보통 한자의 의미를 알면 파악하기가 쉽다. 그래서 어떤 한자로 쓰였는지 확인하면서 읽는 것도 개념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왜 생겼을까? 이 개념의 한자는 무엇일까? 왜 이 예시를 들었을까?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는 무엇일까?’ 등 설명하는 글이든 주장하는 글이든 계속해서 글을 읽으며 질문을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신비롭고 재미있는 날씨 도감》은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날씨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들어간 책이다. 그런데 중간에 어려운 개념이 한 번씩 등장한다. 예를 들어, 바람이 부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기압경도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면 ‘기압경도력’을 설명하는 글 주변을 맴돌면서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 할 것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바람은 왜 부는 걸까요? 정답은 저기압이 고기압의 힘에 눌리기 때문이에요. 저기압은 기압이 주변보다 낮고, 고기압은 반대로 주변보다 높은 걸을 말해요. 참고로 기압에 기본 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기압은 대기가 사물을 누르는 압력으로 고기압과 저기압이 가까이 있으면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다가 힘이 강한 고기압이 이기게 됩니다. 이때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는 기압이 한쪽으로 쏠리는 기압경도력이라는 힘이 작용하면서 공기가 움직이고 바람이 불게 됩니다.
만일 이 글을 빠르게 대충 읽으면 어떻게 될까? 고기압이니 저기압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보이고, 마지막에는 ‘기압경도력’이라는 어려운 말이 나와서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되새기면서 읽어보면 기압경도력이 한자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더라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다.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결국에는 기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작용하는 힘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한자어는 아래와 같이 풀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어떻게 바람이 부는지에 그치지 않고, 고기압과 저기압은 왜 생기는지 궁금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이해했을 때 진정으로 바람이 부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고기압과 저기압이 각각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보자.
주위보다 온도가 낮은 공기는 압축되어 밀도가 높아진다. 그런 곳에서는 공기가 압축되는 만큼 상공에서 주위로부터 공기가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지상부터 상공까지의 공기 무게가 주위보다 무거워지는 것이며 결국 지상의 기압이 높아져 고기압이 된다. 고기압은 기압이 높으므로 중심에서 주위로 바람이 불어 나오는 것이고, 그로 인해 고기압의 중심 부근에서는 하강 기류가 발생한다.
한편 지상의 공기 온도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주위와 비교했을 때 온도가 높은 공기는 팽창해서 밀도가 낮아진다. 그런 곳에서는 지상부터 상공까지의 공기 무게가 주위에 비해 가벼워지고 그래서 지상의 기압이 낮아져 저기압이 되는 것이다. 저기압은 기압이 낮으므로 주위에서 저기압의 중심을 향해 바람이 불어 들어가는 것이며, 그리고 거기서 상승 기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고기압과 저기압의 생성 원리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바람이 불어 나오는 곳이 고기압이고 바람이 불어 들어가는 곳이기에 바람의 이동 방향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보통 힘의 원리에 의해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람이 흘러가게 되는 점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앞의 글을 읽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단순히 ‘기압경도력’이라는 용어만 외우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으니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왜(why)’라는 물음을 통해 해결하고, 깊게 고민하면 더욱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 기반 암기여야 하기에 정독의 3단계를 거치면서 글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정독할 때는 3가지만 기억하자. 소리 내어 읽기 정도의 속도로 읽기, 이해가 안 되면 반복해서 읽기, 궁금한 점은 질문을 통해 해결하며 읽기. 이 3가지를 잘 활용한다면 분명히 책을 통해 얻는 지식과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선조들이 했던 것처럼, 정독을 통해 인문고전 책에서 시사하는 의미를 더 깊게 사색하여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