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선조들의 고전 독서법

3장. 다양한 독서 방법과 기대효과(효능)

by 신영환

우리나라의 시초인 고조선 시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선조들이 지혜를 얻는 방법을 알면 어떻게 독서를 해야만 할지 알 수 있다. 기록이 남아있는 삼국시대에는 불교가 세상에 이치를 깨닫게 하는 종교이자 학문으로서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고 했다. 일명 문사수혜(聞思修慧)로 가르침을 듣고 얻은 지혜, 생각하여 얻는 지혜, 실천 수행하여 얻는 지혜를 의미한다.


조선 시대의 유교 사상의 경우에도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5가지를 강조했다.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辨), 독행(篤行)의 가르침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는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다산시문집>의 ‘오학론’에 보면 선조들의 고전 독서법이 소개되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박학(博學)으로 두루 혹은 널리 배운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심문(審問)으로 자세히 묻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신사(愼思)로서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방법은 명변(明辯)인데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방법은 독행(篤行)으로 곧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것이다.


불교든 유교든 지혜를 얻는 방법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보를 듣거나 찾고, 사고의 과정을 통해 옳은지 확인하고, 결론에 도달하면 실제로 해보라는 말이다. 결국에는 실천하는 독서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에서도 여러 독서 방법에 관해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는 이런 큰 틀을 기반으로 지금부터는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독서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는 인문고전 독서법을 강조하며 선조들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독서한다고 말한다. (1) 반복 (2) 필사 (3) 사색 (4) 황홀한 기쁨 (5) 깨달음 5단계의 독서를 따른다는 말이다.

우선 1단계 ‘반복’의 경우에는 조선 시대의 인문고전 독서법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대왕의 경우에는 백독백습(百讀百習)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백번 읽고, 백번 쓰는 독서법이다. <구소수간>이라는 책의 경우에는 1,100번 읽었다고 한다. 정조대왕은 ‘맹자가 내 안에 들어앉게 하려면 수백 수천 번 읽으면 된다’는 주자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실제 무한 반복 독서법을 실천했다. 왕 중에서도 왜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2단계 ‘필사’의 경우에는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을 말한다. 조선 시대 학자인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모두 인문고전 독서를 하면서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약용은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쓴 넋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 넣는 것이다’라고 했다. 필사의 장점은 느리게 독서를 하며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대적으로 볼 때 시험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기에 ‘필사’는 필수가 아닐까 싶다. 다양하게 쓰려면 읽어야 하지만, 잘 쓰려면 필사를 하라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밝혀진 것이지만, 손을 쓰면 뇌도 함께 발달하기에 필사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반복 독서와 필사는 요즘 시대의 천재들도 활용하는 방법이지만,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에 불과했다. 어찌 보면 단순한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3단계인 ‘사색’의 과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퇴계 이황은 ‘낮에 읽은 것은 반드시 밤에 깊이 사색해야 한다.’라고 했다. 율곡 이이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그 이치를 궁리하고 탐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선 전기의 대학자로 알려진 두 사람 모두 ‘사색’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조선 후기의 유명한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자신이 모르는 글자의 어원을 공부하고, 여러 책에서 그 글자가 사용된 문장들을 뽑아서 따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격물(格物) 독서법’을 따랐다. ‘격(格)’은 밑바닥까지 다 캐낸다는 말로 이렇게 근본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수백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유배 가서 깨달음을 얻고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최근 몇 년이래 독서에 대해 자못 깨달은 점이 있다. 한갓 읽기만 해서는 비록 날마다 백 번 천 번을 읽는다 해도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무릇 독서란 매번 한 글자를 읽을 때마다 뜻이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게 되면 널리 살펴보고 자세히 궁구하여 그 근원 되는 뿌리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차례대로 글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날마다 언제나 이렇게 한다면 한 종류의 책을 읽더라도 곁으로 백 종류의 책을 아울러 살피게 될 뿐 아니라 그 책의 내용도 환하게 꿰뚫을 수 있게 될 터이니, 이점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이 방법을 활용하려면 필연적으로 ‘초서(抄書)’를 해야 한다. 이는 가려 뽑아 요약하고 옮겨 적는 방법으로 쉽게 말해 ‘학습 메모’라 할 수 있다. 필사는 단순히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라면 이 방법은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하며 독서를 하는 동안에 황홀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독서를 통해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즉, 인문고전 독서의 마지막 단계는 ‘황홀한 기쁨’과 ‘깨달음’이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의 경우에도 이 단계까지 올라와 독서했다. 하지만 조선 전기와 후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 실학의 선구자인 반계 유형원의 사례를 살펴볼까 한다. 그는 현실과의 괴리가 많았던 성리학에서 벗어나 실용적 학문인 실학을 주창했던 인물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학문 공부를 시작했고, 소과 시험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는 과거시험에 도전하지 않았다. 유형원은 과거시험으로 관직에 나가는 것보다 피폐한 삶을 사는 백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왜란과 호란으로 인해 토지가 황폐해지어서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했는데, 양반들이 남은 땅을 다 수탈하게 되면서, 지주와 소작농 간의 양극화는 점차 심해졌다.


왜란과 호란 이후에 국가 체제가 정비되어야 했지만, 당쟁만 이루어졌을 뿐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에 유형원은 우주의 중심을 중시하는 성리학에 대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학에 관심을 가졌다. 가문으로부터 내려온 땅이 있는 부안으로 내려와 반계서당을 짓고, 실학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모순으로 가득한 조선 사회를 바꾸려고 관직을 그만두고 《반계수록》을 제작했다.


반계수록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받아 적은 책이다. 성리학에만 신경 쓰는 조선 제도에 개혁안을 제시함으로써 무려 19년 동안 제작되었다. 반계수록 내용은 크게 정치, 경제, 토지, 군사제도 등에 관심을 보였다. 토지의 국유화를 원칙으로 정하고 농민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는 제도인 균전론도 이 책에서 주장했다. 약해진 국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나라가 부강해야 하고, 부강하기 위해서는 백성의 삶이 풍족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시절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지만, 그로부터 100년 뒤 영조 때 관심을 두기 시작해서 정약용 등 많은 관료가 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며 유형원의 정책을 정치에 반영시켰다.


사실을 토대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알리고자 했던 유형원은 독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잘못된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암기식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에는 수준 낮은 독서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반면에 선조들이 했던 수준 높은 독서를 따라 한다면, 단순히 시험을 잘 보고, 대학에 잘 진학하고, 취직을 잘하는 인생이 아닐 것이다. 지혜로운 선조들처럼 우리도 ‘깨달음’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아이로 하여금 글쓴이의 마음을 깨닫게 해서 두뇌 속에 숨어 있는 지혜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문심혜두(門心慧竇)를 열지 못하면 만권을 읽어도 헛된 일이라는 말이다. 사색의 단계를 넘어서려면 ‘위대함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깊은 사색에 빠질 때는 뇌에서는 전혀 다른 뇌파가 나온다고 한다. 사색 수준을 넘어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모든 뇌의 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전혀 다른 형태로 재배열, 재탄생될 수 있다. 또한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무언가를 받으면 큰 기쁨을 맛보지만, 무언가를 주면 그보다 더한 기쁨인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황홀한 느낌을 누린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단순히 지식과 정보의 습득에 그치지 않고, 깨달음을 얻고 누군가에게 그 깨달음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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