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중학교부터 시작되는 공부 격차

2장. 문해력과 공부의 상관관계

by 신영환

《공부가 쉬워지는 청소년 문해력 특강》이라는 책에서는 공부에도 마태 효과가 적용되는 것이 바로 ‘문해력’이라고 말한다. 문해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주위에서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결국 공부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돈이 많은 사람은 돈 벌기가 더 수월한 것처럼, 문해력을 더 많이 기른 아이가 공부할 때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독서량이 결국 문해력과 직결되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독서량과 비례해서 배경 지식이 늘어나고, 개념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공부에 재미가 붙는다. 더 어려운 글을 읽더라도 금방 익숙해져서 더 수준 높은 독서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로 문해력을 쌓는 아이들은 중학교에 가서도 혹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공부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담을 쌓고 지냈다면 말이 달라진다. 문해력을 가장 잘 기를 수 있는 독서가 기반이 되지 않은 공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부 능력을 기르는 것과 나무를 기르는 것에 비유할 때, 독서와 문해력은 나무의 핵심이 되는 뿌리를 내리는 것과 같다. 아무리 큰 나무도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으면 풍파에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뿌리가 튼튼하면 어떤 시련에 닥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 뿌리 뽑히는 나무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뿌리는 나무에 있어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위라 볼 수 있다. 즉, 아래로 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위로 높이 자랄 수 있다. 그리고 위로 줄기와 가지를 뻗으려는 노력보다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렵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라서 뿌리가 잘 내렸는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뿌리가 단단히 내렸다면, 자연스럽게 줄기도 튼튼하게 자라고, 가지도 뻗어가고, 꽃봉오리를 맺고, 열매와 꽃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면 그 나무는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다.


나무가 성장하는 모습을 공부에 비유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독서와 문해력은 뿌리를 내리는 작업이다.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성실하게 독서를 통해 어휘력, 문해력, 이해력, 논리력 등을 늘리면 중학교에 가서 몸통을 키우고 줄기를 길게 뻗을 때도 문제가 없다. 나아가 고등학교에 가서 가지를 뻗고, 10년의 정규 교육 과정의 꽃인 대학 입시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예쁜 꽃과 달콤한 열매만 생각할 뿐 어떤 노력을 해야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신경 쓰지 못하는 것 같다. 땅 아래 숨겨진 뿌리를 보지 못하고 겉에 드러난 것만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뿌리가 없으면 줄기가 없고, 줄기가 없으면 가지가 없다. 가지가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고, 꽃이 피지 않고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열매의 달콤함은 결국 뿌리의 깊이와 힘겨운 노력으로 버텨낸 인고의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시기적으로 볼 때, 초등학교 때까지가 문해력의 결정적 시기라고 해보자. 그러면 그때까지가 뿌리를 내리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만일에 문해력이라는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면, 그 나무의 몸통인 줄기는 어떻게 자라날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중학교 시기가 뿌리의 힘을 바탕으로 줄기를 뻗어 나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때 뿌리가 튼튼한 아이는 몸집을 잘 키울 것이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튼튼한 줄기를 만드는 게 힘들 것이다. 그래서 중학교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학교 시기가 되어서 문해력을 극복하기에는 많이 늦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물론 노력을 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독서 습관을 잘 들이고, 독서량의 임계점을 넘기면 다시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다. 어린아이가 처음 줄넘기를 배울 때보다, 청소년이 처음 줄넘기를 배울 때 속도 면에서는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해력이 부족해도 그동안 살아온 경험이 있기에 계속해서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늘린다면 분명 효과가 있다.


실제 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일부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는 비록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중학교 때 폭발적으로 독서량을 늘리고, 꾸준한 독서 습관을 들였던 경우에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무너지지 않고 가지도 뻗고, 꽃도 피고, 열매까지 맺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그 이유는 중학교 때 다시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해온 독서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들이 극복해야 할 독서량은 어마어마했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여러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이 과정은 초등학교 때 독서량이 많은 아이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기는 좀 늦었지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한 분야에 깊이 들어갔다가 더 분야를 확장하여 점점 어려운 수준의 독서로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당장 중학교 때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더라도, 땅을 뚫고 줄기가 올라와 가지를 뻗을 때는 속도가 붙어서 고등학교에 가서 다른 나무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긴 시간 땅 아래 뿌리와 땅속줄기를 견고하게 내리고, 급성장하는 나무의 경우에는 ‘대나무’만큼 좋은 예는 없는 것 같다. 대나무는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폭격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식물이다. 또한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에도 죽지 않고 똑바르게 싹을 튼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그런데 이 강인한 생명력은 바로 대나무 숲을 지탱하고 있는 땅속줄기 덕분이다. 대나무의 땅속줄기는 땅속 10m 아래까지 내리고, 심지어 콘크리트나 벽돌까지 뚫고 내려간다. 물론 이 기간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5년 후에는 하루에 20cm씩 죽순이 자라서 최대 30m 높이까지 순식간에 자라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어떻게 보면 이 대나무처럼 공부 능력을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속해서 땅속 깊이 뿌리와 땅속줄기를 내려서 영양분을 잘 저장한 후에 때가 되면 빠르게 땅위줄기를 튼튼하게 뻗어서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실제 고등학교에서 성적을 유지하고, 많은 향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대부분 튼튼하게 뿌리를 다져온 경우가 많았기에 충분히 증명된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문해력이 어떻게 공부에 영향을 주고,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나무의 성장에 비유하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문해력을 잘 다지고 기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독서 방법은 아직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실제 나무도 종류에 따라서 기르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독서를 통해 문해력 및 공부와 관련된 다양한 능력을 키우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다양한 독서 방법에 대해 알고, 장단점은 무엇이 있는지 세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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