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다양한 독서 방법과 기대효과(효능)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이 문구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새를 자신으로 생각하고, 알은 내가 사는 세계로 바꿔서 생각해볼 것이다. 그러면 다음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사색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깨달음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독의 본질일 테니까 말이다. 누구든 정독을 한다면, 이 문장들을 두고 깊게 생각해볼 것이다.
이처럼 모든 책을 정독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전체적인 흐름만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독서법이 속독(速讀)이다. 속독은 말 그대로 빠르게 전체 내용을 파악하거나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하면서 읽는 방식이다. 같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공통되는 주제를 찾거나 교집합 분모를 통해 요약하고 싶을 때 주로 쓰는 독서 방법이기도 하다. 혹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넘기고 새로운 내용만 읽는 방법에도 해당한다.
이 독서 방법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빨리 읽어야 속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묵시적으로 1분에 2,400자를 읽으면 그때부터 속독이라 한다. 일반 성인이 보통 1분에 500~700자 정도의 속도로 독서를 하니까 4배 이상 빠르게 독서를 한다면 ‘속독’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소설책을 2시간~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30분~1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인문고전 책보다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담긴 실용서를 읽고자 할 때 적합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혹은 소설이나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책을 읽을 때도 유용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빠르게 읽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거나 글쓴이의 의도와 다르게 오해하며 읽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나무보다 숲 전체를 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독하는 사람은 문장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깊게 생각하면서 읽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주변에만 봐도 내가 2시간이면 충분히 끝내는 책을 4시간 넘게 걸려서 읽는 경우가 있다. 나는 속독까지는 아니지만, 정독과 속독을 섞어가면 혼합해서 읽는 성향이라 빠르게 책을 읽는 편이다. 사실 그동안 읽은 책이 누적되어 배경 지식이 있는 경우에는 빠르게 넘어가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천천히 읽는 사람보다 짧은 시간에 책을 읽더라도 책을 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포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항상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꼭지를 읽더라도 꼭지 제목이 과연 전체 꼭지 글의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예상하며 읽기에 속도는 빠르지만, 글 전체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무 생각 없이 글자만 보는 게 아니라 빠르게 글자를 읽더라도 ‘핵심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이해력도 상승한다.
게다가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운전할 때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운전자는 더욱 집중해서 주변을 살피고 위험 요소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속독할 때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읽기 때문에 행여나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는 않을까 더욱 집중해서 글의 내용을 파악하려고 한다. 혹시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이 말은 모든 잡념을 없애고 한 가지 일에 힘쓰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그만큼 독서에 열중한다는 말이다.
즉, 독서에 몰입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황농문 교수의 책 《몰입》에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이 몰입이라고 하며 몰입도를 올릴 때 필요한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온몸의 힘을 빼고 의자에 편안히 앉아 알파파를 유지한 채 천천히 생각하듯 공부하면 몰입도가 높아지고 오랜 시간 지치지 않게 될 것이다.” 주장했다. 몰입 상태에서는 뇌의 전두엽 오른쪽이 활성화되고, 두정엽이 비활성화되는데 이는 명상이나 기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와 같은 뇌 상태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속독의 필요충분조건이 바로 ‘집중력’ 일지도 모른다. 정신을 고도로 집중할 수 있어야 속독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을 집중해서 글을 깊이 있게 이해할 때는 우리의 뇌파를 베타파 상태에서 알파파 상태로 낮추어 글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의 뇌파가 베타파일 때는 외부 의식 수준이고, 사람의 뇌파가 알파파일 때는 내부 의식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독서를 할 때는 외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며 생각을 해야 하기에 알파파일 때가 더 집중하기에 좋다는 말이다.
생각의 속도가 빠른 경우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베타파가 분출된다고 한다. 뇌에 빠른 입력과 출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생각의 속도를 줄여서 알파파 상태로 만들어 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속독을 잘하기 위해서는 잡념을 제거하고, 긴장된 상태를 풀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뚜렷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학습자 스스로 성취 의욕과 동기를 부여하고,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속독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즉, 책과 혼연일체가 되어 고도의 정신 집중 상태를 유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속독이라는 건 인간의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개봉한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 매버릭〉을 보면 전투기가 과열로 파괴될 수 있는 상태인 마하 10 속도를 넘어서는 것과 유사하다는 말이다. 왜냐면 우리는 글자를 처음 배울 때 소리 내어 문자를 읽어왔기에 아무리 빨리 읽고 싶어도 소리 내어 읽는 속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소리 내어 읽기의 속도를 넘어서 속독을 한다는 건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냥 속독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시험을 대비하는 학생이라면 속독은 필요한 무기라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시험이 많기 때문이다. 과목으로 해보자면 국어나 영어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글 읽는 속도가 느리면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보다 4배나 빠른 고수의 속독법이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글을 빨리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수능 시험장에서 보면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들을 보면 문제를 빨리 풀고 시간이 남아서 검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점수가 잘 안 나오는 학생들은 정답을 다 맞히기는커녕 시간에 쫓겨서 문제를 다 못 풀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정독이 높은 경지의 오르는 하나의 독서 방법이라면, 속독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독서법이라 볼 수 있다.
속독 실력을 기르기 위한 두 가지 꿀팁을 전수해보자면, 첫째는 관련 배경 지식을 많이 쌓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단어마다 읽는 게 아니라 의미 단위 덩어리로 글을 읽는 것이다.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우리의 뇌는 내용을 예측하면서 읽을 수 있기에 속도가 빨라진다. 한 단어씩 읽는 것보다 의미 단위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며 읽으면 마치 축지법하는 것처럼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영어로 된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말로 알고 있는 내용의 글이 나오면 훨씬 더 빠르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의미 단위로 끊어 읽으면 한 단어씩 나눠서 읽는 것보다 이해도 빠르고 읽는 속도도 올릴 수 있다. 한국어든 영어든 글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에 같은 방법이 통하는 것 같다.
단, 속독 독서법을 활용하면서도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이 있기에 한 가지만 주의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바로 속도와 정확성은 반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속도가 빠른 만큼 오류가 더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정확성이 무조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두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속도와 높은 정확성을 추구하는 속독은 분명 학습에 큰 도움이 되기에 속독 훈련에 힘써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