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중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는 발췌독(拔萃讀)

3장. 다양한 독서 방법과 기대효과(효능)

by 신영환

효율성(efficiency)이란? 최소한의 투입으로 기대하는 산출을 얻는 기능이나 성질을 의미한다. 독서를 할 때도 효율적인 독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만 찾아서 읽는 것이다. 일명 발췌독(拔萃讀)한다고 말한다. ‘발췌’는 사전적으로 책이나 글 따위에서 필요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할 때 분명한 목적으로 갖고 하나의 관점을 유지하며 책을 대하면 의외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발췌독을 통해 요긴한 부분을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단순히 수간의 느낌에 따라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부분 혹은 필요로 했던 내용을 놓치지 않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쓴 고영성 작가는 “이전까지는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서평을 쓰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어보았다. 그러자 서평이 뚝뚝 써지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동안은 정독이나 속독으로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는 발췌독을 통해 더욱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 발췌독을 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필요한 정보나 지식이 들어간 책을 검색한다. 당연히 제목부터 살펴볼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목차를 훑어본다. 단 목차의 내용은 모두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목차를 통해 책 전체 내용을 한눈에 살펴보면서 큰 틀에서 주제를 파악하고 저자의 관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목차를 통해 읽어야 할 부분을 찾아내면 다음 단계는 책 내용의 맨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다. 보통 글의 앞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에는 글을 쓴 사람이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본문을 읽으면서 찾고 싶었던 내용을 발견하면 밑줄을 치거나 따로 옮겨 적어둔다. 이 방법이 우리가 보통 말하는 발췌독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활용할 때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해력 향상과 연관 지어보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겉핥기씩 독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을 꼭꼭 씹어서 먹어야 분해가 되어 흡수가 잘 될 수 있는 것처럼, 책도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어야 우리 머리와 가슴에 모두 남게 된다. 꼭꼭 씹으면 체하지 않지만, 급히 먹으면 체한다. 꼼꼼하게 읽으면 내용이 이해되지만, 대강 빠르게 읽고 지나가면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된다는 말이다.


발췌독은 그런 면에서 볼 때 자주 활용하면 안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도 그렇다. 공부할 때 발췌독은 딱 필요한 만큼만 활용해야 하는 독서법이다. 실제 정독하던 사람들이 발췌독을 맛보면 마치 달콤한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쉬운 독서에 중독된다. 그런데 초콜릿은 어떤가? 엄청 맛있지만 계속 먹으면 이도 썩고, 비만과 같은 좋지 않은 병에 걸리기도 한다.


발췌독이 비록 매혹적인 독서법이지만 지나치면 결국엔 남는 게 없는 독서가 되어 버린다. 정신 차리고 다시 정독하려고 해도 이미 쉽고 빠른 방법에 익숙해져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특히 쾌락을 느끼는 행동들은 중독성이 강해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뇌에서 도파민이 나와서 더욱 그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발췌독도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약과 같은 독서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 중 생활기록부에 독서기록을 위해 독후감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발췌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남이 책을 읽고 올려둔 서평이나 독후감을 읽고 요약하여 제출한다. 결과론적으로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니까 도움이 되지만, 막상 나중에 고등학교 진학이나 대학에 진학할 때 생활기록부 내용 기반 면접이라도 진행되면 낭패를 맛볼 수 있다. 행여나 조금 어려운 책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췌독은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활용해야 할 독서법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은 없는데 보고서나 발표 자료를 완성해야 할 때는 발췌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은 시험을 보고 나서 틀린 문제를 오답노트 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개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처음에 말했던 발췌독 방법을 변형하여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목차를 통해서 찾는다. 그리고 해당 부분에 가서는 발췌독이 아니라 정독을 하면서 더 깊게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책 전체를 다 읽을 필요는 없으니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적어도 필요한 부분만은 자세히 읽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내용을 소화하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특히 개념 설명이 많은 사회나 과학과 같은 과목을 공부할 때는 방금 말한 방법을 통해 학습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시험에서 자신이 틀리는 내용은 개념부터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공부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 우등생들도 첫 개념을 모두 훑을 때를 제외하고는 발췌독을 활용하여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중심으로 찾아가며 공부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데 속독에서도 빠질 수 있는 딜레마가 발췌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빠른 속도만큼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지식이나 정보 혹은 메시지가 있는데, 일부 내용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성급한 일반화는 사전을 찾아보면 ‘일부 사례만을 제시하거나 대표성이 없는 불확실한 자료만을 가지고 바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데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발췌독을 하면 지극히 일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문해력을 키우고 싶다면 발췌독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단계를 갈 때 진정한 문해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력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는 깊은 사고를 할 때 재구조화를 통해서 성장하는데, 발췌독은 오히려 그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건 평소 정독을 통해 깊은 사고를 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그래야 발췌독을 해야 할 때 그동안 쌓아온 사고력을 바탕으로 정보의 호수에서 무엇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경우에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을 쓴다. 독서 방법에서는 발췌독에 딱 그 표현이 어울린다. 분명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장점이 많아서 단점이 치명적이면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치명타를 입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순간의 유희에 빠지지 않고, 정도(定道)를 걷는 독서를 해야 길게 오래갈 수 있다. 발췌독은 정도를 가는 길에 한 번씩 필요에 따라 써먹는 요행 정도라고 생각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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