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다양한 독서 방법과 기대효과(효능)
다독(多讀)은 말 그대로 많이 읽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무조건 많이 읽기만 하면 좋은 것일까? 언제나 그렇듯 양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해야 더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문해력을 기르는데 더 많이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하루에 3시간씩 10년 동안 한 분야의 일을 하면 1만 시간을 채울 수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식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보다는 ‘어떻게’ 많이 읽을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다독을 하려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게 좋다. 첫 번째는 한 계통의 책을 읽는 계독(系讀)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책을 읽는 남독(濫讀)이다. 전자는 특정 주제나 장르에 관한 책을 모아 읽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특정 주제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책을 읽는 방법이다. 즉 편식 없이 정말 골고루 밥을 먹는 것처럼,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으라는 말이다.
우선 계독의 장점을 살펴보자. 같은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 그 분야에 능통해질 수 있다. 《10대, 교과서 대신 1000권의 책을 읽어라》라는 책에서는 같은 분야 책 10권을 읽으면 대학 전공자와 대화할 수준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비슷한 지식을 계속 머릿속에 넣을 수 있기에 좁고 깊게 학문을 탐구할 수 있다. 한 우물을 파면 물이 나오는 것처럼, 지식도 한 분야를 파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말이다.
2년 6개월 동안 220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독을 실천했던 나도 우선 노력했던 점이 바로 계독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약간의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소 3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전문성을 가지고 책을 쓸 때는 주제에 맞는 책을 최소 10권 이상 읽으면서 전문성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1등급 공부법》 책을 쓸 때는 공부법 관련 책을 정독 20권, 발췌독 10권 합 30권을 읽었기에 완성도가 높은 책을 쓸 수 있었다. 《우리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유대인 교육법》을 쓴 백종욱 작가도 유대인들의 교육법에 통달하기 위해 유대인 관련 책을 40권 읽은 후에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비록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도 이미 지식을 응축해놓은 책을 10권 이상 읽으면 교집합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작가마다 강조하는 포인트가 달라서 여집합 요소를 구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 방법에 능숙해지면, 3권 정도만 읽어도 무엇이 중요한 핵심 내용인지 무엇이 다른 내용인지 분별할 수 있게 된다. 좁고 깊게 파고드는 것 같지만, 책의 특징을 파악하며 읽으면 무엇이 아쉬운지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뇌는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지식도 마찬가지로 같은 내용이 들어오면 중요한 것이라 인식한다. 계독을 하면서 공통분모의 내용이 반복되어 뇌에 각인시키고 그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가져가게 만든다. 뇌에서 정보의 전달은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과 같기에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마치 전선 피복을 두껍게 만들어서 전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지식을 넣는 것은 피복을 두껍게 만드는 행위가 같다. 3번 반복되면 3배 두꺼워지고, 10번 반복되면 10배 두꺼워져서 더 정보를 전달할 때 누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 분야의 지식이 확고히 기억에 자리 잡으면서 이미 무기가 생겼기에 다른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기존 지식을 더 활용하기가 좋다. 인지심리학자인 피아제가 말한 것처럼, 스키마(사고의 틀)에 맞춰서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기에 기존 지식이 많을수록 더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을 때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독파해보기를 권해본다.
학창 시절에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하지 않고, 같은 내용을 다루는 다양한 책이나 교재를 다양하게 가지고 공부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때 나는 굳이 시간도 없는데 저렇게 여러 책을 살펴보나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름의 전략을 쓴 것이었다. 교과서에는 모든 내용이 담길 수 없기에 다른 교재에서는 어떤 내용이 추가되었는지 확인하면서 공부했던 것이었다. 단순히 전기 피복을 두껍게 만든 게 아니라 피복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두껍게 했던 것이었다. 그런 공부 방법 덕분인지 몰라도 성적도 잘 나왔고, 자신만만하게 의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만날 일이 없었지만, 대학에 가서도 어렵다는 의학 공부도 같은 방법으로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늦게 마다 그 방법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대학교와 대학원에 다닐 때 그 친구의 방법을 활용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교재는 기본서로 두고, 학교 도서관에 가서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으면서 빠진 부분을 채우며 공부했다. 실제 경험해보니 왜 그 친구가 이 전략을 썼는지 이해가 갔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읽으면서 더 이해할 수 있고, 장기기억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또한 빠진 부분은 채우면서 공부했더니 사고를 확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험을 볼 때도 교수님들이 확장적 사고를 평가하려고 했는지 어려운 질문을 던지셨는데, 다행히도 더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었다. 이 방식 덕분에 지식을 많이 쌓을 수도 있었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었다. 대학 졸업할 때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덕분에 외국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유리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면서 교수님들한테 아이디어가 많은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대학원 성적도 상위권에 속해서 우수한 등위로 졸업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내 성적이 좋았다고 자랑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효과가 있었던 독서 및 공부법에 대해서 강조하고자 내 경험을 공유했다. 다만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이 방법이 시간적 낭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문해력을 기르는 방법으로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깊은 사고를 하면 할수록 우리의 뇌는 재구조화하고, 더욱 유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연결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이, 지나치게 특정 분야의 책을 읽기만 하면 우물에 갇히게 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얻기도 하지만, 사실 감수성을 기르고 공감하는 능력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도 성장할 수 있다. 보통 국어에서는 문학과 비문학으로 분야를 나누는데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과유불급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어린 시절 아무리 다독왕이 될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어도 편식 독서를 한 경우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문학만 읽었던 학생은 비문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 국어 점수가 잘 안 나와서 고생했다. 거꾸로 비문학 위주로 읽었던 학생은 문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에 가까워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그 부족함을 채우느라 엄청나게 고생했기에 이왕이면 어릴 때부터 문학과 비문학 균형을 맞추어 독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기에는 문학작품을 통해 감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몇몇 학생들은 어린 시절에는 책을 별로 안 읽었지만, 중학교 때 문학 위주로 책을 다독했고 문해력을 크게 향상시킨 경우가 있었다. 혹은 이성적인 사고를 더욱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문학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문학을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독의 세계에 들어온 나도 처음에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며 탐색전을 펼치다가 필요에 따라 한 분야에 책에 빠져서 계독을 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너무 그 분야에 내가 갇히게 될까 봐 일부러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찾아서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영어교육, 독서, 책 쓰기, 공부법, 부모교육 등은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고 지식이 필요한 분야라서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경제, 재테크, 뇌과학, 인문학, 고전 등은 약점이라서 일부러 중간중간에 껴 넣어가며 읽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뇌과학의 매력에 빠져서 이 분야의 책도 10권 이상 읽게 되었다. 현재는 뇌과학과 다른 분야의 지식을 모두 연결할 수 있어서 신기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내가 했던 방식의 독서를 운동과 비교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워서 비유해볼까 한다. 처음 턱걸이를 시작할 때는 1개도 제대로 못 했지만, 악력을 기르면 턱걸이를 더 잘할 수 있다고 해서 악력 기르기에 힘썼다. 악력기를 시도 때도 없이 했고, 매일 꾸준하게 두꺼운 턱걸이 봉을 잡으며 힘을 길렀다.
그렇게 반복하며 한 달이 지나니까 혼자 3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두 달이 되니까 혼자 5개를 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손 힘과 팔 힘이 아니라 등과 배 근육도 활용하여 턱걸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에 한 가지 무기가 생기면, 그 무기를 활용하여 다른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수월해진다는 말이다.
다독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인 다양한 책을 읽는 남독은 우선 계독이 자리 잡게 한 후에 시도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은 처음에는 탐색전으로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 가질지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흥미가 생기면 그 분야의 책은 계독하고, 전문성이 생기면 다시 남독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확장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길 바란다.
문해력은 다른 게 아니라 우선 이해력을 기르는 것이고, 나아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분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계독 후 남독 혹은 남독 후 계독을 적절히 섞어가며 균형을 맞추는 독서 방법을 활용하기를 바란다. 이번 꼭지에서 나온 다독에 관한 내용이나 청소년기 문학 중심 독서 등은 <4장. 올바른 독서 습관 기르기>에서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