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 시절부터 눈보다는 귀로 읽어라

4장. 올바른 독서 습관 만들기

by 신영환

《뇌박사가 가르치는 엄마의 두뇌태교》라는 책에서는 태아의 오감이 발달하는 순서를 설명한다. 우선 오감 중 임신 7~8주 경에 촉각이 가장 먼저 발달하고, 14주가 되면 머리 상부를 제외한 모든 곳이 신생아와 비슷한 감각을 보인다. 그다음은 미각과 후각이 발달하는데 임신 12주 경부터 양수를 삼키기 시작하면서 단맛과 쓴맛을 구별할 수 있다. 임신 24주경부터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고주파 소리보다 저주파 소리에 더 반응을 잘한다. 아기가 처음 듣는 소리는 엄마의 목소리보다 아빠의 목소리다. 끝으로 임신 27주 경부터는 눈을 깜빡이기 시작하고 임신 33주 째부터는 형체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순서를 보면 알겠지만, 인간은 시각보다 청각이 먼저 발달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순서대로 생긴다. 뇌과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뇌가 언어를 인식하는 능력은 갖추었지만, 약 5,000년 전에 처음 출현한 문자는 여전히 ‘학습’을 통해서만 가능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자를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는 우리가 글자를 읽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읽는다는 것은 단어를 보고 → 시신경을 통해 후두엽의 시각중추가 이를 인식하고 → 하두정엽에서 글자에서 소리로 전환된 후 → 전두엽에서 이해하고 운동 중추를 통해 발성 기관을 조절해야 소리 내서 읽기가 가능하다.”


심지어 우리는 글자를 읽지만, 뇌는 그 글자를 소리로 처리하여 의미를 파악한다. 처음부터 언어를 받아들일 때 소리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 아이들은 눈이 아니라 귀로 책을 읽게 된다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어휘를 학습할 수 있지만, 세상의 많은 경험을 다 겪을 수 없다. 따라서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며 다양한 어휘를 얻을 수 있기에 어린 시절 책 읽기 습관이 중요하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도 어휘력 향상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어린 시절 책 읽기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초등학교 입학 초기의 어휘력이 이후의 성적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3살이 되면 평균적인 아이는 거의 300 단어 정도의 어휘력을 갖게 되고, 4살이 되면 이해하는 어휘력이 약 900 단어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5살이 되면 아이는 이미 평생 사용할 어휘의 70% 내외를 이해한다고 한다. 즉 학교 입학 전부터 어휘력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가 책을 읽는 방법은 부모가 읽어주는 방법만이 남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가 생활화된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평상시에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식사 중에도 서재에서 사전을 찾아 그 뜻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도서관에 자주 갔고, TV 대신에 아버지와 함께 독서 토론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의 독서 습관은 사실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아이에게 책을 던져주고 그냥 읽으라고 하면 효과가 없다. 게다가 글을 잘 모르는 아이라면 더욱 책을 읽는 게 고통스럽다. 어린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책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아끼고, 책을 자주 보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서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준 경험을 한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 감정이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계속 책을 찾아서 읽어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부모와 아이가 스킨십하는 동안에 옥시토신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가 아이의 등 뒤에서 안전하게 감싸주기 때문에 아이는 안정감이라는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실제 동물이 지속적인 행동을 하게 하려면 좋은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한 예로, 공항에서 마약이나 폭발물 등을 찾는 탐지견들의 훈련 방법은 냄새를 구별하는 게 아니다. 이미 개들은 사람보다 후각 수용 세포가 최대 50배나 많아서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의 물에 티스푼 1/4 가량의 설탕을 넣은 것을 감지해낼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냄새를 맡는 훈련이 아닌 특정 냄새에 반응하도록 감정적 자극을 주는 게 훈련법이라 한다. 실제 훈련사와 훈련받는 개는 놀이를 통해서 감정을 주고받고, 특정 냄새에 반응하도록 한다. 긍정적인 감정 자극을 주어 다음에도 그 냄새가 나타나면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인간이기에 언어를 장착하고 태어난다.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능력에 좋은 감정적 자극을 주지 않으면 그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책을 읽는 행동이 나타나게 하려면, 책 읽는 행동에 대한 긍정적 감정 자극을 지속해서 투입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이다. 청각이 발달하는 엄마 뱃속의 태아 때부터 스스로 글을 읽고 독립하는 시기까지 말이다.


간혹 아이가 글자를 읽어도 계속 부모가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당연히 대답은 ‘Yes’다. 학자들은 만 4세(유치원생)부터 만 12세(초등 6학년생)까지 언어 습득의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 말한다. 따라서 최소한 이 시기에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다면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 되어도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실제 늦은 나이 때까지 부모와 함께 잠자리 독서를 하는 경우를 보면,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심지어 부모와의 관계도 유지하는 모습을 봤다. 실제 엄친딸이라 불리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고3 졸업할 때까지도 자기 전에 계속 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자녀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건 단순히 독서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만은 아니다. 책 읽기를 통해서 부모와 아이가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그 관계 속에서 좋은 감정을 공유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물론 그런 가정환경이라면 아이는 더욱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독서를 비롯하여 무엇을 하든지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 해내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린 시절부터 눈이 아니라 귀로 책을 읽으라는 궁극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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