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올바른 독서 습관 만들기
참새가 방앗간에 드나들 듯 수시로 도서관에 다니고 나서부터 도서관 이 우리 집 서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내 서재처럼 마음껏 활용하니 한정된 책만 읽던 독서의 폭이 넓고 깊게 확장됐다. 돌이켜보면, 아이들과 내가 열렬히 사랑한 책들은 대부분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들이었다. 우리 집 책장에서만 책을 꺼내 읽었다면 책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누구나 이용하는 도서관이 우리 가족에게는 ‘지극히 사적이고 특별한 책장’인 셈이다.
-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 중에서
‘참새 방앗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곳은 그대로 지나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말처럼 부모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방앗간처럼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면 도서관에 가면 좋은 이유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저자의 집처럼 도서관이 ‘지극히 사적이고 특별한 책장’이 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참고로 인간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의 주변에 놓인 상황이나 환경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집에 TV가 있으면 계속 보게 될 것이고, TV가 없으면 영상 노출이 적을 것이다. 집에 책이 많이 있으면 책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고, 책이 없으면 책과 친해질 기회가 없을 것이다. 초콜릿과 같은 간식이 많으면 더 먹게 되고 살이 찌겠지만, 그런 간식을 사두지 않으면 찾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그렇게 환경에 맞게 따르는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다.
천재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절대적으로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도서관의 위치다.”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는 어린 시절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라거나 ‘커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거야’ 등 심한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도서관에 처박혀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서, 물리학서, 역사서, 철학서 등 마음껏 읽었다. 당시 그가 읽은 책을 쌓아 놓으면 자신의 키 높이만큼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책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좋아했다.
천재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도 3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자 어머니가 독서로 양육했다. 어머니는 에디슨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게 했다. 나중에는 도서관 절반의 책을 읽었고, 그런 그에게 인생 목표는 도서관 전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에디슨은 발명왕이기 이전에 맹렬한 독서가였고, 모든 발명은 독서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그가 학교 중퇴 후에 도서관에 밥 먹듯이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렇다고 학교에서 엉뚱하게 행동하고, 그만두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도서관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도서관을 긍정적인 자극을 장소로 만들어보라는 말이다. 독서 습관은 책에 대한 좋은 감정이 먼저 있어야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이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환경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 도서관은 일단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고, 읽을 책도 많기에 독서를 하기에 최상의 환경이라 볼 수 있다.
집에 있으면 TV가 보고 싶고, 침대나 소파에 눕고 싶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고, 독서 외에도 유혹의 손길이 많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오직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책 읽기다. 자신을 비롯해 다른 모든 사람이 모두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 위해 모인 장소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과 멀어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책밖에 없으니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과 친해질 기회가 있다. 심지어 글을 잘 못 읽는 아이들도 그림책을 보면서 점점 책과 친해질 수 있다.
사실 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중요시해서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익숙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적기 때문이다. 책과 계속 친해지고, 그 장소가 익숙해지면 뇌는 편안함을 느끼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게다가 한번 행동이 시작되면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뇌는 계속해서 하던 행동을 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일명 ‘작동 흥분 이론’이라는 것인데, 막상 시작은 어려워도 한번 시작하면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하던 행동을 하는 게 쉽다고 느끼는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아이는 부모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살피고, 궁금한 책을 직접 골라 읽기도 한다. 참고로 우리 뇌에는 거울신경세포가 있어서 다른 사람이 했던 동작을 관찰하면, 그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닮아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는 책 읽는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
도서관은 규칙이 존재하는 시스템의 공간이라서 살아가는 법칙을 배울 수 있다. 우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해야 하고, 다른 사람도 책을 읽어야 하기에 책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 도서관마다 책을 빌리는 권수가 달라서 수에 맞게 빌려야 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읽고 반납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도서관 사서와도 소통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배려심, 규칙 준수, 의사소통 등 다양한 삶의 법칙을 체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도서관에 다니면 좋은 점이 많다. 집에서 책을 주문해서 보면 경제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느낄 텐데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도서관 책은 모두 무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간이나 도서관에 비치가 안 된 책은 희망도서로 신청하거나, 상호대차 서비스를 통해 다른 지역 도서관에 있는 책을 신청해서 볼 수도 있다. 만일 하루에 1권씩 책을 읽는데 사서 보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으면 1년이 365일이니까 300만 원 이상의 돈을 아낄 수 있다. 물론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은 반복 독서를 위해서라도 직접 사서 보면 더 좋다.
다행히도 도서관을 참새 방앗간 들르듯이 가게 되었다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길 것이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말이다. 그런데 그 부분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도서관이 주는 장점을 만끽하면 되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책만 읽는다면, 편식 독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모든 분야의 다양한 책이 있어서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마트에서 쇼핑하듯이 표지나 목차를 살피며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진 책을 고를 수 있다. 그러다가 괜찮은 책을 고르게 되고, 읽은 후에 좋은 책이었음을 느끼면 보물을 찾은 느낌을 얻는다.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 도서관에 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이 나에게 딱 맞는지 몰라 막막하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나도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어떤 책을 권해 줘야 할지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책은 마치 음식과 같아서 나에게 맛있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집 탐방에 나서듯 도서관이 나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고를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 중에서
끝으로, 부모와 함께 가는 도서관 추억이 되고, 함께 같은 경험을 하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아이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사실 책으로 하는 경험은 간접 경험이지만, 부모와 도서관에 찾아가는 경험은 직접 경험이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과 경험이 아이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인터뷰에서 《엄마표 과학 놀이》 저자인 책냥이(이정화) 작가는 아들과 매주 도서관에 손잡고 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여름에는 더우니 더위도 피할 겸 가게 된 도서관에서 점점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읽는 책도 많았지만, 일주일 동안 읽을 책을 왕창 대출해서 수레에 끌고 가져와 읽고 반납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했던 아이는 도서관에 가고 책 읽는 습관을 통해 호기심을 길렀고, SBS 영재발굴단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만큼 한 분야를 깊이 탐구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랐다. 그 아이는 현재는 교육청 영재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는 평범했던 아이도 도서관이라는 장소와 책이라는 사물과 만남을 통해 제2의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이 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도서관을 놀이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도서관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 생각하여 장벽부터 만들지는 않나 싶다. 우선 도서관에서 책 읽는 습관을 기르려면 그 장벽부터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소에 대한 즐거움이 있어야 또 가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놀이공원 가서 즐거운 경험을 통해 다음을 간절히 기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도서관에서도 좋은 기억을 심어준다면 분명히 좋은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이라는 책을 보면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폐허 속에서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통해 절망의 시간을 견디며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투쟁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우리는 너무나 좋은 환경에 놓여 있는데도 도서관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부끄럽지 않은가? 그리고 때로는 시리아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말 마지막으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교훈을 되새겨 보려고 한다. 그런데 조금은 재해석하며 살펴볼 것이다. 우선 처음으로 이사한 무덤 근처에서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에게 인간의 죽음에 대해 알리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장소인 시장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삶’에 대해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끝으로 인간으로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고, 자신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 배움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서당 근처로 이사한 게 아닌가 싶다.
비록 우리는 맹자의 어머니와 같지는 않지만, 일단 도서관에 가서 인간에 대한 삶과 죽음, 삶에 대한 가치, 그리고 다양한 학문 분야의 즐거움에 대해서 보여줄 기회를 마련하도록 노력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우선 시작은 처음에도 말했지만, 좋아하는 분야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꼭지에서는 어떻게 하면 독서에 재미를 가질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