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올바른 독서 습관 만들기
다독(多讀)이라고 하면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많이 읽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양하게 읽는 것이다. 즉 많이 읽되 다양하게 읽으라는 말이다. 음식으로 치면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음식을 많이 먹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한 가지 음식만 계속 먹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꼭지에서 좋아하는 분야의 책부터 시작해보라고 했다. 그것은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일단 흥미를 가지면 계속 책을 보게 되니까 그런 이유로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 한 분야의 책만 파고든다면 지식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세계를 이끄는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독서법> 꼭지에서 언급했던 ‘확증편향’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간혹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야만 깊게 파고들어서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있다. 그로 인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지 못하고, 편향적인 생각에 빠질 위험이 있다. 비록 큰 항아리에 물을 부어서 가득 채웠을지라도 다른 항아리의 물이 어떻게 다른지 모를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지식 항아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한 분야의 책을 다독하면서 항아리를 채우고, 다음 항아리를 채우는 것이다. 일단 항아리 하나를 채울 정도의 능력이 생기면 다른 항아리를 처음부터 채우는 일이 힘들어도 익숙해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여러 항아리를 동시에 채우는 방법도 괜찮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여러 지식 항아리를 채우는 것이다. 만일 항아리에 물을 다 써버려도 다른 항아리가 있으니 안심도 된다.
나도 책을 쓰면서 계속 같은 내용을 글로 쓰거나 인용하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고, 이왕이면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며 다양한 지식을 채우려 노력한다. 물론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도 있어서 좋다. 나아가 결국엔 모든 지식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다독’을 권하는 이유다.
물론 ‘다독’의 특이한 사례도 있다. 인터뷰했던 우등생 중에 중학교 때 ‘삼국지’ 책을 여러 방법으로 다독한 사례다. 삼국지를 우리말로 편찬한 작가는 다양하다. 그 학생은 처음에는 가장 유명한 작가가 쓴 삼국지로 처음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작가가 쓴 책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책을 읽으며 반복 독서이자 다독을 하게 되었다. 5~6종류의 다른 책을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거의 300권을 읽었다. 덕분인지 몰라도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사고력과 문해력이 폭발했다.
삼국지는 실제 역사를 토대로 쓴 장편 소설이다. 그렇기에 책 내용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메시지가 담겼다. 역사적 사실, 인간관계, 전쟁 관련 지식과 전략, 처세술, 인재 등용법 등 모두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수많은 생각을 펼칠 수 있고, 자기 삶에 적용해볼 수 있다. 한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다양한 책을 읽었을 때의 경험이 가능한 책이란 말이다.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다독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다독할 때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올바른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괜찮은 책을 고를 수 있을까? 사실 괜찮은 책이라는 것부터 주관적이라 정답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래도 자신이 읽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책을 고르는 방법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 음식을 고르거나, 물건을 살 때 어떻게 하는지 기억이 나는가? 책을 고를 때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고를 때 음식 사진도 보고, 음식에 들어간 재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사람들의 평가도 확인한다. 물론 물건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보면서 물건의 특징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는 구매평가를 보며 구매 의사를 정한다.
책도 가장 먼저 보는 건 표지다. 표지 디자인과 동시에 책 제목을 살핀다. 그리고 책을 쓴 작가를 간단히 확인하고, 목차로 가서 내가 궁금한 내용이 들어갔는지 알아본다. 목차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책을 쓴 목적이 담긴 프롤로그 내용을 읽어본다. 시간이 좀 더 나면 가장 궁금한 내용이 담긴 꼭지 하나를 5분 정도 시간을 내어 읽는다. 그러면 나머지 내용도 읽어도 좋을지 판단할 수 있고 구매로 이어진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에 대한 서평이나 평가 점수를 보며 판단해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가끔은 이렇게 올바른 방법으로 책을 골라도 전체 내용을 읽고 실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책을 사서 읽으면 더 후회스럽기에 최소한의 과정을 거치라는 말이다. 물론 책 구매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고 좋으면 소장을 위해 나중에 구매하는 방법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서 보든, 빌려서 보든 가장 중요한 건 책을 다 읽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책 고르는 경험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아직 독서 초보라면 책 고르기 실패 경험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독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양질의 독서를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다 다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기에 더욱 책 선택의 방법이 중요해진다.
어린 시절에는 아이들보다 부모가 고른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도 부모도 함께 책 고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 표지를 보고, 제목을 읽고, 목차를 보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인지 아닌지, 도움이 될 책인지 아닌지 확인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책 고르는 습관을 기르면, 다음에 내가 무슨 책을 읽을지 정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올바른 다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에 단기간에 많은 책을 읽고 다독왕이나 독서왕 등의 타이틀을 얻곤 하는데 학창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인 독서 습관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성을 가진 독서가 진정한 의미가 있는 다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예로 작가인 나도 어린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지만, 중학교 때 이후로 입시 준비로 책 읽을 시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험을 위한 전공 책 독서 말고는 1년에 개인을 위한 독서는 5권을 읽을까 말까였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안정된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최근 20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다양한 분야의 책에 도전했다. 만일 한 분야의 책만 읽었다면 200권 넘게 읽을 수 없을 텐데, 중간에 일부러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어려운 책도 읽으면서 지식을 확장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큰 변화도 있었다.
글을 읽는 속도, 글 쓰는 속도, 업무 처리 속도 모두 빨라졌다. 인간으로서 우리 삶에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어로 글을 읽더라도 배경 지식이 많이 있으니 지식을 연결하는 속도가 빨라서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 과목을 가르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말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영어로 읽고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독 경험은 내 삶에 긍정적인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 몇 권을 더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한 권씩 다양한 책을 읽는 습관은 죽을 때까지 지키고 싶다.
1일 1독하는 작가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독서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 습관을 기를 때는 개인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독서 습관이 생기지 않았다면, 1달에 1권부터 시작해서 2주에 한 권, 1주에 한 권 이렇게 점점 더 많이 독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매일 책을 읽는 시간이나 분량을 쪼개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로 독서 시간을 확보하는 게 가장 필수라는 말이다. 하루 중 독서 시간을 꼭 포함하거나 혹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짬짬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독서 시간을 우선시하는 삶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다독하는 작가들도 처음에 독서 습관을 기르려고 일부러 어린이용 쉬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놓지 않으려 했다는 게 포인트다.
독서 습관을 들어야 하니 초보자들은 처음에 분량도 적고 쉬운 책으로 시작해도 좋다. 권수를 채우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자기효능감으로 이어져서 지속 가능한 독서 습관을 만든다. 물론 나중에는 다독을 위해 당연히 중급 혹은 고급 수준의 독서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독서 수준이 다르기에 천천히 자기 수준에 맞는 독서를 통해 다독의 길에 꼭 들어서길 바란다. 나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