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올바른 독서 습관 만들기
고사성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의 유래를 혹시 아는가? 로마는 전쟁에 타고 갈 전차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바닥에 네모난 돌을 반듯하게 깔아서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이 점점 더 길어지고 넓어져서 나중에는 누구나 한눈에 ‘로마의 길’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나중에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통일하게 되었을 때도 어김없이 이 방식으로 길이 만들어졌다.
길을 만드는 방식은 먼저 땅을 판 후, 자갈을 채우고, 그 위에 넓은 판자 같은 돌을 깔았다. 길옆에는 물이 흐르도록 배수로를 만들어서 비가 와도 길 위에 물이 넘치지 않게 했다. 과거에는 모두 진흙 길이었기 때문에 로마의 길은 지금으로 비유하면 ‘고속도로’ 같았다. 덕분에 로마의 군대는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사용했다. 로마의 길을 통하면 결국 로마를 거쳐 세계 여러 나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말은 어느 곳에서든지 로마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으로 강성했을 때의 로마처럼 어떤 상황에서 중심이 되는 사람, 물건 등을 뜻하거나 같은 목표에 도달하는 데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역시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한다더니 공부법 하면 신영환 작가님이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단계 더 올려서 비유하고 싶다. “모든 독서는 인문 고전으로 통한다.” 즉, 독서의 끝판왕은 결국 인문 고전이라는 의미다.
한때 이지성 자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책으로 인해 인문학에 대한 열기가 대단했다. 그 이유는 아인슈타인, 처칠, 에디슨이 사고뭉치에서 위대한 천재로 탈바꿈한 비결이 모두 인문 고전 독서에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인문학이란 단어를 쉽게 접하게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문학적 소양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해 성찰하는 학문이다. 결국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성찰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인문 고전 독서는 우리 삶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는 “사람의 본성을 역지사지, 배려, 공감 등이라고 하면 인문학은 사람으로서 예의와 양심과 도리 같은 것을 배우는 학문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결국 학문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세계관에 대한 탐구에 목적을 두었다. 서양철학은 가장 주요한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존재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세계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형이상학) 둘째,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인식론) 셋째, 올바른 행동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가? (윤리학)
서양철학은 이렇게 논리적이고 사유체계에 기반하지만, 동양철학은 체험적 혹은 직관적인 것으로 윤리학과 관련한 마지막 질문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동양은 서양보다 농업 사회에 필요한 실용적인 물음이 있었고, 더불어 사는 삶이 농경사회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경사회에서 필요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유가의 발달이 있었다. 유가는 도덕적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고, 순수함을 담고 있는 것을 도리라고 여겼다. 반면에 도가에서는 도덕성은 자연스러운 본성이고 소박하면서 순수한 본성을 바탕으로 무조건 옳은 것만을 따지는 유가와 달리 도가에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마음 그 자체를 도로 여겼다.
사실 인문 고전이라고 하면 이런 철학적인 접근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문학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다음은 전효찬 작가의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에 나온 100개의 인문 고전 작품 목록이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쉽게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작가가 풀어서 쓴 책이라도 해도 과연 100%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은 인간으로서 가진 사유의 힘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기에 읽어볼 필요가 있다.
·1권·
1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 2선 《역사》 | 3선 《주역》 | 4선 《우파니샤드》 | 5선 《그리스 로마 신화》 | 6선 그리스 비극 | 7선 《아함경》 | 8선 《논어》 | 9선 《대학》과 《중용》 | 10선 《맹자》 | 11선 《국가론》 | 12선 《니코마코스 윤리학》 | 13선 《의무론》 | 14선 《변신 이야기》 | 15선 《장자》 | 16선 제자백가 | 17선 《사기》 | 18선 《고백록》 | 19선 한국 고전시가 | 20선 《당시선》
·2권·
21선 《보조법어》 | 22선 《삼국유사》 | 23선 《신곡》 | 24선 《군주론》 | 25선 퇴계문선 | 26선 율곡문선 | 27선 《돈키호테》 | 28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 5대 희극 | 29선 《신기관》 | 30선 《방법서설》 | 31선 《리바이어던》 | 32선 《과학고전선집》 | 33선 《구운몽》 | 34선 《춘향전》 | 35선 《정부론》 | 36선 《홍루몽》 | 37선 《법의 정신》 | 38선 《에밀》 | 39선 《국부론》 | 40선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 41선 《실천이성비판》 | 42선 《연암집》 | 43선 《한중록》 | 44선 다산문선 | 45선 《파우스트》 | 46선 《미국의 민주주의》 | 47선 《청구야담》 | 48선 《주홍 글자》 | 49선 《마담 보바리》 | 50선 《자유론》 | 51선 《종의 기원》 | 52선 《위대한 유산》 | 53선 《자본론 1》 | 54선 《안나 카레니나》 | 55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56선 《허클베리 핀의 모험》 | 57선 《도덕의 계보학》 | 58선 체호프 희곡선 | 59선 《꿈의 해석》 | 60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3권·
61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62선 《마음》 | 63선 《젊은 예술가의 초상》 | 64선 《변신》 | 65선 《무정》 | 66선 루쉰 전집 | 67선 《황무지》 | 68선 《마의 산》 | 69선 《고도를 기다리며》 | 70선 《간디 자서전》 | 71선 《삼대》 | 72선 《인간의 조건》 | 73선 《인간문제》 | 74선 정지용 시집 | 75선 백석 시집 | 76선 《고향》 | 77선 《천변풍경》 | 78선 《탁류》 | 79선 《픽션들》 | 80선 《설국》 | 81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82선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 83선 《카인의 후예》 | 84선 《슬픈 열대》 | 85선 《양철북》 | 86선 《객관성의 칼날》 | 87선 《광장》 | 88선 《과학혁명의 구조》 | 89선 《미디어의 이해》 | 90선 《백 년 동안의 고독》 | 91선 《부분과 전체》 | 92선 《감시와 처벌》 | 93선 《이기적 유전자》 | 94선 《괴델, 에셔, 바흐》 | 95선 《변신 인형》 | 96선 《카오스》 | 97선 《엔트로피》 | 98선 《토지》 | 99선《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 100선 에릭 홉스봄 4부작
다만 문해력이 조금 부족한 경우라면 같은 작품의 영화나 해설 강의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다시 책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문 고전은 수천 년 묵힌 산삼과 같은 명약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삼이 써서 잘 못 먹겠다면, 조금은 달달한 맛을 내는 제품부터 도전해 보란 말이다. 우리도 쓴 커피를 먹기 전에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먼저 먹으면서 익숙해지는 것과 같다. 장벽이 낮은 인문 고전부터 도전해 보고 점차 더 어려운 단계로 넘어가 보라는 말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세계 명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니 책으로 다시 만난다면 처음에 영화로 볼 때보다 더 이해도 되고 다른 생각도 들게 될 것이다. 실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 다양한 세계 명작을 영화로 본 아이는 나중에 문학작품을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스토리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니 구체적으로 작품 안에 들어간 요소를 파악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자기 성찰, 인간의 감정에 대한 탐구,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 등 다양한 사고의 흐름을 경험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022학년도 수능 시험은 모든 영역에서 문해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시험이다. 왜냐하면 인문 고전 문항이 다수 출제되었던 시험이기 때문이다. 국어의 경우 ‘헤겔의 변증법과 절대정신’을 소재로 한 인문학 지문이 나왔다. 탐구 영역은 인문 고전 배경지식이 없으면 독해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밀, 칸트, 이황과 이이의 이기론 등의 다양한 인문 고전이나 이론을 현재 우리의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시험에서 어려운 소재라고 하면 인문 고전 작품이 나온 경우를 말한다. 짧은 시간 내에는 절대 이런 어려운 작품을 읽고 이해할 수 없기에 어릴 때부터 천천히 한두 작품씩 경험하며 점차 그 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리면 경험이 부족해서 이런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를 수 있다. 인문 고전 관련 책을 보면 40대를 위한 책들이 많은 이유도 어느 정도 삶의 경험을 해야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재밌게도 인문 고전은 작품 안에 깊게 숨은 의미를 품고 있다. 그래서 여러 번 읽어도 같은 뜻으로 해석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과 연결 지어서 해석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노인과 바다》와 20대, 30대, 40대 등 다른 나이대에 읽는 《노인과 바다》는 분명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인문 고전을 두고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실용 학문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에서도 인문고전 교육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1892년 석유 재벌 존 록펠러가 설립한 시카고대학교는 당시 공부하기 싫어하는 부유층 자녀들이 기부금을 내고 가는 삼류대학이었다. 그런데 법대 교수였던 로버트 허친스이 1929년 시카고 대학 총장에 취임하면서 ‘시카고 플랜’을 운영했고, 학생들에게 고전 100권을 읽게 했다.
참고로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항존주의 교육철학의 대표자이다. 이 교육철학자들은 인간 최고의 본성은 이성이며 교육은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개발하는 과업이라고 했다. 따라서 오랜 세월 동안 진리가 축적된 문학・철학・역사・과학 등의 분야에서 고전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리는 절대적이고 영원하다고 이해하며, 그러한 진리는 이미 고대와 중세의 고전에서 확립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패할 것 같았던 이 프로그램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읽으며 차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처음 독서 모임에 오면 말 한마디도 못 했지만, 점차 말이 트이고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 고전을 읽는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과 어휘를 익히게 되면서 보통 사람과 다른 사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깊은 사유를 경험하고 공부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해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덕분에 시카고대학교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2022년 기준 100명이 넘었다. 이것이 진정한 인문 고전 독서의 힘을 보여주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세인트존스대학은 미국에서도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지성적인 대학의 사례도 있다. 대학 비평가 로렌 포프의 베스트셀러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Colleges That Change Lives)에서도 소개된 유명 대학이다. 이 대학의 교육 과정은 시험 없이 ‘Great Books Curriculum’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문 고전 100권 읽기로 학부 과정이 끝난다. 4년간의 교육과정이 인문 고전 100권 읽기라는 말이다. 선정한 인문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대학의 학부 과정이 끝난다.
세계 유수의 대기업에서 세인트존스 학생들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토론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유형의 문제점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런 역량에 특화되어 있기에 기업 구성원 사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안다면 어딜 가더라도 환영받지 않을까?
아직 수능이라는 입시 시험제도가 남아 있지만, 앞으로의 한국 교육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와 수능 절대평가라는 키워드는 획일화된 시험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논술형 형태의 시험이 추가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논술형 대학 시험인 바칼로레아와과 비슷한 형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든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도입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단순히 객관식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닌 글을 읽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문 고전 독서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활동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