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부보다 재밌는 게 더 많으니까

1.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싫어할까?

by 신영환

세상에 과연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명 모두 공부가 재미없다고 말할 것 같은 느낌이다.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한 사람도 다른 힘든 일이 있었기에 그나마 공부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이지 재미있다고는 안 했다. 우리 아이들도 공부라면 먼저 어렵고, 힘들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건 당연한 결과인듯하다. 왜냐면 세상에 너무나도 재미있는 게 더 많으니까 그렇다.


중학교 때 공부를 꽤 했던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 중에도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에 빠져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사로서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졸거나, 정신이 나간듯한 표정을 하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학생들을 가끔 만난다. 나는 당연히 교무실로 불러서 그들과 상담해본다.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아 봐주고 싶기 때문이다.


불러서 물어보면 대부분 밤새 무언가에 빠져서 잠을 못 이룬 경우가 다수다. 게임을 했거나, 스포츠 경기를 봤거나, 인터넷 서핑을 했거나, 웹툰을 봤거나, 미드를 봤거나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들어보면 마치 중독된 사람처럼 그 즐거움의 유혹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다고 목놓아 말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최우수 성적을 받는 학생이든 중간 정도 성적을 받는 학생이든 성적이 잘 안 나오는 학생이든 그 누구든 모두 공통으로 가장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을 알아냈다. 그건 다름 아닌 ‘게임’이다.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쉬는 시간에도 보면 계속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학생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PC나 게임기로 해야 하기에 집이나 게임장 같은 한정적인 장소에서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부보다 게임이 더 좋았던 학생들의 에피소드가 있다.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다가 중간에 집에 가는 학생이 있는 경우 무조건 부모님들과 통화하고 보내는 규정이 있다. 그 이유는 학생이 자습 중간에 빠지고 PC방에 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학교 근처 PC방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자주 출입한다는 첩보를 받고 순찰을 돌아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많은 우리 학교 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중에는 분명히 학원에 가 있는 것으로 자습 명단에 기록되어 있는 학생도 있었다.


공부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야간 자율학습을 신청해놓고 빠질 정도로 유혹적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10대 후반의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보이는 행동이라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계속 다음 단계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도파민이 더 잘 나온다는 말이다.


참고로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도파민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결심하거나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길 때 도파민이 활발하게 분비된다. 그래서 장점은 도파민이 적절하게 분비되면 학습 속도, 정확도, 끈기 등이 향상된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분비되면 중독성, 강박증, 조현병, 과대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부족하면 파킨슨병, ADHD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 게임 정책 자율기구의 2021년 한 설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첫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둘째 단순히 재미있어서, 셋째 친구 및 주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이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이 비율은 각 46.1%, 23.4%, 10.6%로 합치면 대략 80%가 넘는다. 그리고 초등학생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주중 2.53시간이고 주말에는 2.88시간이라고 한다. 이 통계는 평균이기 때문에 게임에 중독된 경우에는 더 오랫동안 게임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왜 그렇게 학생들은 공부보다 게임이 좋을까? 중독성 있는 게임이나 비슷한 활동은 도파민 보상체계를 활성화시켜 즐거움을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보상체계 활성화가 반복되면 같은 쾌락을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고로 장시간 게임을 하게 되고, 게임에 대한 점점 의존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앞에서 언급했던 학생들처럼 밤새 게임에 빠져 잠 못 이루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학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안 그래도 공부는 재미없는 활동이라서 하기 싫은데 더 재미있는 게 우리 삶 주변에 항상 포진하고 있으니 거기에 자꾸만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누구나 상관없이 다양한 도파민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에 흥미 가지게 할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공부하면서도 적절한 양의 도파민을 분비시킬 방법이 있다. 앞에서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공부할 때도 똑같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게임의 뇌》 저자인 이경민 교수는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그 과정을 통해 뇌의 연결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공부를 곧 하나의 게임이라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매번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한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관련 해당 지식을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인간은 살면서 언제나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문제 발생 시 인생 게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공부는 필수 불가결의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사소하지만 어릴 때부터 아이가 새로운 걸 경험하고 배울 때 ‘호기심을 유발’해보는 건 어떨까? 의사 결정할 때는 ‘스스로 직접 선택’해보게 하는 건 어떨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실패해도 괜찮으니 한번 경험’해보게 하는 건 어떨까? 혹시 처음에 어려워하더라도 다시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해보게 하는 건 어떨까?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보면 좋을지 ‘스스로 전략을 짜’ 보게 하는 건 어떨까?


방금 말한 내용은 게임을 할 때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이다. 어떤 게임일까 궁금해하고, 자신이 직접 게임과 관련된 걸 선택하고, 잘못해도 한번 해보고 나서 결정하고, 첫판에서 실패해도 다시 여러 번 도전해서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실패 후에는 스스로 전략을 짜서 더 좋은 방법을 찾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과연 배울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어떤 책을 볼지 혹은 어떤 강의를 들을지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처음에 잘 몰라도 일단 한번 배워보고, 잘 모르겠으면 여러 번 시도해서 이해가 될 때까지 고민하고, 혹시 성적이 잘 안 나왔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더 성적이 오를지 고민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올바른 공부 감정을 만들고, 앞에서 말한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나올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도파민은 사실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다. 공부 자존감은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길러주고, 공부에 숙달하여 더 학습 역량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50명 가까이 보내던 경기도 소재의 한 명문고를 졸업한 동기 중 한 명은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결국 프로 게이머가 되었다.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하던 시절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만큼 유명세를 겼었다. 그런데 맨날 게임만 한 건 아니었다. 게임을 통해서 길렀던 자존감을 바탕으로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다.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명문대에도 진학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과 공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재미를 붙이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글을 읽고도 분명 그래도 어떻게 공부가 재미있을 수는 있는지 끝까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으니 모르겠다면 알 때까지 한 번 해보길 바란다. 다만 공부가 흥미롭도록 필요한 공부 감정에 대해서는 3장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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