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싫어할까?
우리 인간은 자극과 반응, 즉 보상과 동기에 의해서 심리가 작용하곤 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밥을 잘 안 먹으면, “밥 먹으면 젤리 줄게.”라고 말하며 조건부 보상을 하려고 한다. 혹은 공부를 안 하는 아이가 있으면, “1시간 공부했으니 1시간 게임하게 해줄게.”라고 말하며 더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근데 과연 이 보상이 공부하는 아이에게는 도움이 될까?
아이마다 성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아이는 모든 공부에 있어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자기가 궁금해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부모는 그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꾸만 외적 보상을 통해 단기적인 행동 변화만 유도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약으로 준 보상이 독이 되는 결과를 만든다.
수십 년 동안 교육 학계에서는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파괴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즐겁게 하고 있는데도, 더 잘하라고 혹은 더 높은 단계로 빨리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상을 투입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여러 실험 사례가 있지만,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서 소개해볼까 한다.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낮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남성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갑자기 몰려와서 시끌벅적하게 농구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참고 넘어갔는데, 매일 아이들이 몰려오자 이 남성은 한적하게 쉬고 싶어서 꾀를 냈다.
아이들에게 1달러씩 돈을 주면서 농구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우니 내일도 와서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은 돈을 받고 즐거워하며 더 열심히 뛰었다. 다음 날에는 50센트밖에 없어서 이것밖에 못 주겠다고 하면서 그래도 농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1센트씩 주면서 부탁했더니 아이들이 짜증을 내면서 싫다고 거절하고 농구장을 떠났다.
이 일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외적 보상은 분명 동기를 자극해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적 보상이 작아지면 동기도 같이 감소한다는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외적 보상은 더 강해져야 반응 행동도 더 잘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스스로 하던 일에 외적 보상을 투입하면 오히려 보상이 없으면 자발적인 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바탕으로 농구하는 아이들을 공부하는 아이들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어쩌면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보상을 줄 것이다. 그런데 그 보상이 처음에는 잘 먹힐 것이다. 하지만 보상의 강도가 강해지지 않으면, 아이는 공부하는 걸 거부할 것이다. 혹은 스스로 공부를 즐기던 아이라면 보상 없이는 공부할 마음을 먹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어릴 때는 해야 할 공부 수준이 높지 않아서 아이들이 공부에 관심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내적 동기를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다. 스스로 하려는 마음을 잘 챙겨주고,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의 과제를 제시할 때 그 동기가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소개된 ‘골디락스 법칙’이 이를 증명한다. 동기는 행동 난이도에 따라서 부여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데, 도전적인 수준이 관리가 될 정도로 적당해야 동기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법칙이다. 너무 난이도가 쉬우면 지루함을 느끼고, 너무 어려우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니 동기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단, 골디락스 존이라 불리는 적당한 수준의 위치에 들어가면 동기는 최상이 된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건 즉각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작은 접근하기 쉽게 약하게 하더라도 조금씩 아이의 수준에 맞게 과제 난이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면 ~해줄게”, “~했으니 ~해줄게” 등의 조건부 보상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치 우리 삶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고 습관처럼 자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나중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늘어나는 공부량을 소화하고, 점점 올라가는 난이도를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중학교 때까지는 세계에서 최고로 높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대학 진학률도 높은 나라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손으로 꼽는다. 그 이유는 모두 내적 공부 동기와 관련이 있다.
실제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량도 난이도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는 차이가 난다. 웬만한 끈기 없이는 포기하기 일쑤다. 외적 보상으로 그동안 공부를 해왔다면 더더욱 무너지기 쉽다. 배우는 과목은 많은데 막상 실제 생활에서 바로 써먹거나 보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다고 당장 도움이 되지 않고, 논문 수준의 영어 지문을 읽는다고 당장 생활 속에서 써먹을 데가 없다. 그러니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포기로 이어진다.
아무리 부모가 시험 잘 보면 노트북을 사준다고 해도,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준다고 말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노력과 받게 될 미래 보상의 갭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굳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공부도 안 하면 그만인 상황이 된다. 또한 좋은 대학을 가면 좋겠지만, 대학 좀 못 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 (물론 대학이 전부인 학생도 있지만...) 그렇게 까지 공부에 올인하고 싶지 않다.
2022년 한국 수학사를 새롭게 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허준이 교수는 한인 최초로 세계수학자대회 126년 역사에서 필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참고로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수학계에서 풀리지 않는 난제를 푼 40세 미만의 연구자에게만 수여하는 노벨상에 맞먹는 상이다. 누구나 이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그의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그는 현재는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초중고 및 대학 교육을 모두 한국에서 나온 국내파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는 시인이 되고 싶어서 자퇴했다. 다시 학업을 이어가고 싶어서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진학했고, 물리천문학과를 전공하며 수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4년제 대학을 6년 동안 다녔는데 수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5년째부터였다. 비록 속도는 느렸지만, 자신이 관심 가진 분야를 찾고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덕분에 필즈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마음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조금씩 돕는 게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최고의 보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어렵다는 수학 공부도 비록 속도는 더뎠지만, 즐겁게 마음을 돌보며 했기에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우리가 키우는 아이는 저마다 속도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국어, 영어, 수학을 못 한다고 걱정하며 지나치게 공부를 강요하고 몰아쳐서 아이가 공부에 지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게 되어 완전히 놓지 않도록 공부 감정을 다스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 점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도 외적 보상 없이도 공부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