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싫어할까?
우리 아이가 공부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책상에 앉아서 교과서를 펴고 연필로 혹은 펜으로 밑줄 치고 필기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공부의 장면을 이렇게 묘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 삶의 공부는 책으로 하는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다. 혹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하는 공부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지식 습득과 직접 경험은 학습에 있어서 필수다. 여기서 지식은 책으로 배우는 간접 경험을 말한다. 반면 직접 경험은 직접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직접 경험과 같은 살아있는 학습보다는 수동적인 간접 경험 학습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어렵다. 자기 주도적으로 궁금한 걸 해결하는 능동적인 학습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하는 부모의 호통이 듣기 싫다. 하고 싶지 않은데, 혼나기까지 하니 책을 읽기가 싫다. 게다가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도 다양한데 그걸 잘 모른다.
교육학 이론에 따르면 학습 성향에는 장 독립적과 장 의존적인 두 성향이 있다. 장 독립적인 성향은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장 의존적인 성향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함께 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전자의 경우에는 혼자서 책 읽고, 고민하고, 탐구하는 게 자연스럽고 편할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누군가와 함께 팀을 이뤄서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토론을 통해 지식 쌓는 걸 더 선호할 것이다.
물론 세상의 아이들을 이렇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는 건 옳지 않다. 그래서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했던 하워드 가드너는 9개의 지능을 소개했다. 9개 지능은 언어 지능, 논리-수학 지능, 공간 지능, 음악-리듬 지능, 운동감각 지능, 대인관계 지능, 개인 내적 지능, 자연관찰 지능, 실존 지능이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는 말이다. 고로 학습할 때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적극 활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는 ADHD 장애 자퇴생에서 하버드대 교수가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무엇을 더 잘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세상이 만든 틀에 자신이 어떻게든 노력을 통해 결과를 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학교 교육은 평균을 지향하는 시스템이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시스템에 잘 적응하거나 준비를 잘해온 아이들은 결과가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실패자나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대학입시에 실패하지만, 대학 진학 후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대학에서는 나름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객관식 문항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기본 지식을 확장하여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별 활동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협동 학습 역량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목고에 다니면서 대학입시의 신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었던 일부 아이들이 있다. 비록 명문대 진학은 못 했어도 대학에서는 매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장학금도 받고, 누가 봐도 멋진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대학입시로는 실패자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인생을 크게 놓고 보면 충분히 잠재력을 더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만 봐도 내 강점이 무엇인지 대학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수능시험을 치르는 것이 정답이었다. 객관식 문제를 정확히 맞히는 게 학업 능력이고 성공과 직결되는 입시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6차 교육과정이라서 거의 모든 과목을 다 공부해야 했다. 만일 내가 조금 더 늦게 태어나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수학과 물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과목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은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갈 수만 있었더라면 더 유리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는 활동적이기에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는 매우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신도 챙기고, 수능 공부도 해야겠지만 그래도 생활기록부 평가에서는 강점을 충분히 보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수능 공부만 하는 것보다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 성향에 따라 일반고와 특목고(혹은 자사고) 진학 여부를 결정하기를 바란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일반고에서는 혼자서 진득하게 공부에 파고드는 성격이 더 유리해 보인다. 반면 활동적이고 경쟁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특목고(혹은 자사고)에 진학해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스펙을 쌓는 게 더 유리해 보인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대체로 이렇게 두 성향에 맞게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이것도 너무 이분법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기에 다른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찌 되었든 모두에게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읽는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개인의 특성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공부법을 찾으란 말이다. 지인 중에는 교과서를 소리 내어 읽어야 이해가 되고 암기에도 강점은 보이는 자녀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지인은 시각적으로 접근하는 공부법이 아이에게 맞아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주로 학습을 시킨다고 한다. 다른 지인은 아이가 음악에 재능을 보여서 다른 공부를 할 때도 노래를 만들어서 공부하면 암기가 잘 된다고 말한다.
가르쳤던 제자 중에 문과에서 이과로 옮겨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려고 고2 때 학원가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학원에서 기본 수학 실력이 없으니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여러 군데를 찾아갔으나 같은 반응이라 하릴없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너무 다행히도 제자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성격에 맞았다.
그리고 10번을 돌려보며 마치 대사를 외우듯이 강사의 강의 내용을 외우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즐기듯이 강의를 보다가 다음에 볼 때 점점 기억이 안 나는 부분 위주로 복습하며 몰입했다. 덕분에 금방 이과 수학을 따라잡을 수 있었고, 수능에서도 수학 만점을 받아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이 모든 것은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은 덕분이었다.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만일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만 있다면 어떨까? 최소한 공부가 싫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탐 크루즈와 성룡은 모두 문맹에 가까운 난독증으로 누군가 대본을 읽어주면 통째로 외워서 연기했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만큼은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만일에 책으로 연기를 배우고, 대사를 외웠다면 어땠을까? 평생 그 자리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머물렀거나 그만둬야 했을 것이다. 반면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려서 할 수 있는 걸 했던 사람들이라서 성공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최재천의 공부》의 저자 최재천 교수는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말하며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비록 지금 아이가 교과서로 배우는 지식이 부족하거나 시험 성적이 안 나온다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아이들이 무엇에 더 흥미가 있고, 더 잘할 수 있는지 살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장점을 찾아내어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대로 된 공부 감정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