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부모는 영상 보면서 아이는 공부하라고요?

1.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싫어할까?

by 신영환

집에 오면 소파에 앉아서 TV 드라마를 보는 엄마,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 유튜브 영상을 골라보는 아빠. 그런데 아이들은 매일 그런 부모한테 ‘영상 그만 보고 공부해!’라는 잔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혹시 생각은 해보셨나요? 우리 아이가 공부보다 영상 보는 걸 왜 그리 좋아하는지 말이죠.


뇌과학적으로는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설명하지요.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관찰이나 간접 경험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해요. 심리학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습득하게 되는 ‘모방 학습’이 일어난다고 해요. 일상생활 속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학습이라는 말이지요.


그동안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행동을 보며 따라 했을 뿐이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리고 당연히 부모가 즐겁게 영상을 보고 있으니 자신이 해야 할 공부보다 영상 보는 일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랍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공부보다는 영상을 보는 일이 더 즐겁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또한 억울합니다. 엄마 아빠는 편하게 놀고 있는데, 자기들만 공부하라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씩 따져 물어봅니다. “엄마 아빠는 만날 영상 보면서 왜 우리는 못 보게 해요?” 그러면 부모는 대답합니다. “너희 나이 때는 원래 공부해야 하는 거야. 우리도 다 그랬어.” 과연 이 말은 공정한 걸까요?


비교의 시점은 현재여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때랑 지금은 분명히 다른 시대니 까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과거와 비교해본다면 현재는 20~30년은 훌쩍 넘어 있지는 않나요? 이미 강산이 여러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말이죠. 살아가는 환경도 변하고, 공부하는 상황도 변하고, 변화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시대가 변하기도 했지요. 과거에는 부모님 말씀이라면 무섭게 느껴지고, 무조건 따라야만 할 것 같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친구 같은 부모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런데 부모는 공부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공부하라고 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지요. 부모가 솔선수범을 보일 때 아이들도 잘 따라 할 수 있는 거랍니다.


책 읽는 부모 아래 책 읽는 자녀가 자라나고, 공부하는 부모 아래 공부하는 자녀가 자랍니다. 욕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바른말 쓰는 자녀가 자라나고, 인사 잘하는 부모 밑에서 인사성 밝은 아이가 자라나지요.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라 합니다. 그동안 왜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지, 혹은 공부에 관심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되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결국 부모가 현재 어떠한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서 아이도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교사로서 봐왔던 우수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부모님이 어떤 분들 일지 궁금했습니다.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상담할 때 만나고 나면 역시 부모님과 닮아서 아이가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는 부모님이 독서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인성이 좋은 아이는 부모님의 말하는 태도나 말투에서부터 왜 그런지 알 수 있었습니다. 끝없이 나열할 수 있지만, 공부와 인성 두 가지만 이야기해도 충분히 이해할 거라 믿습니다.


대신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제가 10대였던 시기에는 부모님이 일로 모두 바쁘셔서 집에 오면 항상 쉬는 모습만 보여주셨지요.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항상 드라마나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항상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지요. 물론 한다고는 했는데, 가끔은 억울했습니다. 왜 학생만 공부해야 하는지 말이죠. 그런 생각을 했으니 결국은 공부 슬럼프가 왔고, 방황도 하고 해서 입시 결과는 좋지 못했죠.


그런데 저의 10대가 지나고 20대가 되어서 집에 다른 변화가 일어납니다. 항상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던 어머니는 어느 날 몸이 아파서 수술을 받고 간신히 회복했습니다. 그 이후 어머니는 50살이 되어서야 이제라도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것을 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서양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매일 여러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시더니 5년 후에는 서양화 작가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10년 정도가 되니 다른 누군가를 평가하는 심사 위원으로도 활동하시게 되더군요.


그리고 아버지도 퇴직이 다가오자 노후를 준비한다고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셨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여러 자격증을 따셨고, 공부가 재미있다고 항상 말씀했지요.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제가 대학에서 그리고 대학원에서 모두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와 맞물립니다. 지나고 보니 20대 나이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행동이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괜찮다는 걸 부모님께서 몸소 보여주셨기에 저도 작가가 되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와 부모님 이야기를 통해 느끼는 게 있기를 바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한창 어리기에 더 많은 잠재력과 더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10대인데 공부 안 한다고 걱정할 시간에 오히려 부모님이 먼저 변화하는 삶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요? 영상이 아니라 책 읽는 부모, 나이는 있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 혹은 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부모의 좋은 변화에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더 빨리 좋은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 잘 고민해보시고,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보시길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 우등생도 공부가 어렵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