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부 감정’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김승언 작가가 쓴 《느리고 서툰 아이 몸놀이가 정답이다》 책을 보면 아이 발달 특성에 몸 놀이가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 발달 지연, 자폐 성향, 수면 문제, 정서적 불안, 감정 조절 어려움, 소근육 발달 지연, 신체 협응 미숙, 편식, ADHD 증상 등 다양한 증상에 만병통치약이 몸 놀이라는 의미다.
특히 정서 불안 감정 조절과 관련하여 다양한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무표정한 아이, 다쳐도 울지 않는 아이, 짜증이 많아 울음으로 해소 못 하는 아이, 한번 울기 시작하면 조절이 안 되는 아이 등 감정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며 해결책으로 몸 놀이를 강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뇌과학에 있다.
사실 공부 감정 책을 기획할 때 원래는 뇌과학과 공부 감정을 연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독자들이 어려워하고 거부감이 있을 거라 예상하여 방향을 틀게 되었다. 결국에 공부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뇌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에 이번 꼭지에서는 뇌과학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한다.
우선 아이의 몸을 자유롭게 해 주면 학습 두뇌가 형성될 수 있다. 참고로 두뇌 신경 연결은 약 90%가 7세 이전인 미취학 시기에 이뤄진다. 그래서 이 시기에 다른 것보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뇌간은 생존 담당, 감각은 인지 담당, 소뇌는 운동 관장, 변연계는 감정의 사령탑, 대뇌피질은 사고를 관장하기에 두뇌 발달을 위해서는 꼭 몸 놀이가 필요하다. 왜냐면 뇌는 움직임이 많아야 자극받고, 자극될수록 뇌는 더 많은 활동을 요구하니 또 움직임이 생기고 두뇌가 자극받아 계속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특히 감정을 관장하는 것은 변연계다. 《그림으로 읽는 친절한 뇌과학 이야기》에서도 감정과 관련하여 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변연계에는 주의력과 관련한 전방대상피질,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시상하부, 기억과 연결된 해마, 감정 불안과 관련 있는 편도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주의력, 스트레스, 기억, 감정 불안은 모두 공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학령기 어린이의 3~7%가 경험한다고 말한다. 충동성,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의 이유에는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의욕이나 쾌감을 낳는 도파민과 단기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노르아드레날린 수치가 불균형할 때 그렇다. 특히 여러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신체 활동보다 영상 시청을 많이 한 아이의 경우 ADHD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트레스의 경우에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코르티솔은 외부로부터 느끼는 위협적인 요소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과도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에 따라 교감 신경을 활발하게 하여 혈당을 높여 결국 인슐린 과다 분비로 이어진다. 이는 지방 축적으로 연결되어 결국 비만이라는 질병을 얻게 한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험생들을 보면 고3 때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체중이 증가한다. 실제 학교에서 교복이 맞지 않아서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다행히도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코르티솔 분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적절한 신체 활동은 필수다.
해마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든다. 그리고 특히 감정이 실린 기억을 좋아한다. 그래서 충격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기억이 오래가는 이유다.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해마의 크기가 줄어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주로 그렇다고 한다. 결국 해마의 크기가 유지 혹은 증가를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실제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도 이를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감정 불안은 편도체와 관련이 높다. 부정적인 감정을 편도체가 조절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부정적인 감정이 극대화하여 불안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정동’이라는 것과 관련성이 높은데 편도체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 심한 경우에는 자폐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상대방의 눈을 보지 않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등 자폐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편도체가 손상된 사람의 증상과 매우 비슷하다.
자폐와 관련하여 다른 이론은 옥시토신이라는 사랑 호르몬 부족을 들기도 한다. 옥시토신은 신체적 접촉이 있을 때 분비량이 늘어나 더욱 사람 사이의 관계에 신뢰를 돈독하게 만든다. 신뢰가 증가하고 상대방의 말을 더 믿을 수 있으니 낯선 사람도 덜 경계하고 부정적 감정을 만드는 편도체의 활성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부정적 감정 해소로 인한 긴장 완화는 좋은 영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는 변연계의 특징을 알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아이 개인으로는 다양한 신체 활동이 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모로서는 아이와 함께 교감하며 몸 놀이를 비롯해 신체적 접촉이 더 있으면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 몸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러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이 있다. 몸 놀이는 분명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기를 놓치면 실천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다 큰 청소년 아이들과 갑자기 신체 접촉을 하며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생각만 해도 헛웃음이 나온다. 대화도 잘 안 하는데 스킨십이 포함된 활동이라니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나중에 커서도 분명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수험생으로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어릴 때부터 뇌를 건강하게 잘 길들여왔으니 위기가 와도 극복 가능하다는 말이다.
요새 교사로서, 작가로서 바쁜 삶을 살면서 아직 어린 자녀와 피부를 맞대는 일이 점점 줄었다. 하지만 몸 놀이도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틈만 나면 아이들을 안아주고, 싸움 놀이라도 좋으니 피부를 맞대고 몸 놀이에 투자한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은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도 아빠를 많이 좋아한다. 아마도 몸 놀이의 힘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작은 꿈이 있다면, 사춘기 시기가 되어도 서로 부둥켜안는 행위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그러면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