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부 감정’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평소 몸 상태가 좋지 못하면 감정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건 당연한 현상이다. 피곤하니까 감정을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전에 충분한 체력이 있으면 더욱 여유롭게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다.
혹시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는 원리를 아는가? 자동차 배터리는 처음에 완전 충전 상태지만, 달리지 않으면 서서히 방전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운동하지 않으면 체력은 점점 사라진다. 그래서 ‘공부 감정’을 잘 기르기 위한 초석으로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고3 때 우르르 무너지는 시기가 있다. 1학기 2차 지필 평가가 끝나는 7월에 내신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한두 명이 그래서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 고3 담임을 하면서 관찰한 결과다. 절반 이상이 7월에 고통을 호소한다. 그동안 잠을 줄여가며 끝까지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수험 생활의 성공 여부는 7월 이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아직 수능까지 4개월이나 남았는데, 몸이 아파서 계속 공부하지 못하고 허송세월 보내다가 얼떨결에 수능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몸이 아파서만이 아니라 사실은 공부할 마음을 다시 잡지 못하고 해이해져서 그런 것도 있다. 특히 9월에는 수시 원서를 모두 쓰고 나니까 마치 수험 생활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유독 수능 전날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우등생들을 봤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전설의 도서관 13인방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자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능 전 마지막 주말까지 학교 도서관에 나와서 공부한 13인 모두 명문대에 진학한 것이다. 물론 그 친구들은 학기 중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계속 공부했다.
나는 그 13인의 아이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대다수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알고 있다. 특히 7월 이후에 슬럼프가 왔어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알고 있다. 다름 아니라 그들은 꾸준하게 산책을 하거나 무산소 근력 운동하며 체력이 채우며 공부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몇몇 아이들은 서로 친했기 때문에 점심 식사 시간에는 짝을 이뤄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책이 체력을 채우는 좋은 운동인 동시에 감정에도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햇볕은 멜라토닌을 세로토닌으로 변환시키는 촉매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수험생에게 매일 15분가량 햇볕을 쬐면서 걷는 운동은 매우 좋은 운동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하루 10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수험생에게는 산책하는 동안 척추를 펴고 근육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일부 학생 중에는 척추측만증이 있어서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그런데 의학 전문가들은 척추측만증 예방과 증상 개선을 위해 꾸준한 스트레칭과 더불어 전신 균형을 잡아주는 수영, 걷기, 약한 강도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수영장에 가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따르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약한 강도의 근력 운동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무산소 운동을 말한다. 턱걸이,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요가, 필라테스 등 근력을 기르거나 근육의 코어를 잡아주는 운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부의 신 강성태 작가도 어린 시절 턱걸이를 시작했는데 체력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 내가 가르쳤던 남학생 중에도 턱걸이를 3세트씩 매일 실천한 결과 수능 전날까지 공부한 전설의 13인에 들었고 명문대에 진학했다. 하루를 세 번 사는 나도 턱걸이의 효능이 좋다는 걸 알고 시작한 덕분에 체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
혹시 근력 운동의 기회가 없다면 천천히 걷는 산책과 더불어 빠르게 걷기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빨리 걷거나 뛰면 근력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계단 오르기나 등산을 추천한다. 분명히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어린 시절 경험을 떠올려 보면 분명한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를 따라서 주말마다 등산했다. 하루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산을 탔다. 그렇게 5년 이상 시간이 지나니까 체력이 좋아졌다. 덕분에 초등학교 때는 육상부에서 중거리 달리기 선수로 선발될 정도였다. 물론 감기와 같은 잔병치레를 덜 하게 되었다.
동생은 어릴 때 기관지가 좋지 않았는데, 산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오니 건강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맑은 공기도 공기지만, 아마도 체력이 좋아지니 면역력이 나아진 결과라 생각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는 경우는 면역 체계가 무너졌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예전보다 더 빠르게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비결은 아마도 매일 1시간 이상 산책과 턱걸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욱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수험생이 되었을 때 공부할 체력을 비축하자는 말이다.
자동차 배터리도 용량이 모두 다르다. 물론 용량이 클수록 더 힘이 세다. 우리도 공부 체력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용량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충분히 체력을 길러서 용량이 큰 공부 체력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수험 생활하는 동안 공부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동차 배터리도 가만히 세워두면 방전되기 때문에 가끔 운행하며 달려줘야 배터리가 충전된다. 마찬가지로 공부할 때도 운동하지 않으면 공부 체력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다. 만일 배터리 용량이 적다면 공부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수험 생활을 하면서 운동에 집중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수험 생활을 하기 전에 미리 공부 체력 배터리를 만들어두자는 것이다. 어린 시절 몸 놀이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에는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결국 성공적인 수험 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이다. 물론 이 습관은 나중에 대학에 가서도, 취직해서도, 사회생활할 때 모두 도움이 된다. 몸이 건강하면 정신 건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공부 감정을 잘 기르자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왜 운동과 체력을 말하는지 이제는 이해가 갈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공부 감정을 위한 준비 운동이라 말하고 싶다. 준비 운동이 철저히 되면 경기 중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선수에게는 이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꾸준하게 경기를 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공부 체력을 잘 길러서 감정을 잘 다스리고 끝까지 중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