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부 감정’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항상 노력한다.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과정을 말한다. 운동한 후에는 체온이 올라가니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땀을 내보낸다. 식사한 후에는 혈중 당 농도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한다. 반대로 식사를 오랫동안 하지 않아 당이 떨어지면 글루카곤이 나와 혈중 당 농도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이렇게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공부를 꾸준하게 하기 위해서도 공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여기서 공부 항상성이란 지식을 머리에 넣기 위해서는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 사이에 조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부 시간에는 새로운 지식을 넣는다. 이 말은 뇌를 활성화하여 정보를 기억으로 남겨두는 걸 의미한다. 반면에 휴식 시간은 뇌가 정보를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쉬지 않고 계속 새로운 지식을 쌓기만 하면 뇌는 과부하가 걸려서 오히려 역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는 언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활성화를 준비할까? 다름 아니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거나 잠을 잘 때 뇌는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회복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쉬거나 잠을 자는 동안에는 세포들도 휴식을 취하며 재생한다. 뇌에서도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하는 일을 한다. 정확히는 해마에서 기억을 처리한다. 쉬는 동안에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분류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뇌로 기억을 전송하여 장기기억으로 보관한다.
만일 쉬지 않고 계속 뇌를 사용하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기억이 정리가 안 되어 뇌 효율성이 떨어진다. 마치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면 디스크에 저장된 정보가 많아져서 뒤섞여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가끔 디스크 정리를 통해 필요한 정보는 남겨두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은 정보는 삭제하지 않는가? 이 과정을 뇌에서 그대로 하는 것이다. 뇌는 효율성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담임교사일 때 맡았던 한 학생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 학생은 그동안 채우지 못한 공부량을 극복해보겠다고 하루에 2시간 잠을 자며 쉬지 않고 공부했다. 일주일 동안은 잘 버텼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서서히 졸기 시작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졸거나 잠을 잤다. 새로운 지식을 넣어야 할 시간에 잠을 자니까 시간 낭비가 되었다. 그렇게 낮에는 자고, 밤새며 공부하는 패턴을 이어갔다.
2주일이 지났을 무렵,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통과 복통을 동시에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는 정도가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이 학생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병원에 가지 않고 피로회복제를 먹으며 버텼다. 한 달쯤 되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다. 정밀 검사해보니 장염이 심해서 궤양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영양분 흡수가 잘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 만일 그대로 방치했으면 하마터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부족한 공부량을 채우려고 욕심을 부렸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얻게 된 사례다. 이 학생이 혹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꾸준하게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테고, 덕분에 뇌도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더 건강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뇌가 건강을 지키려면 장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궁금했어, 뇌과학》이라는 책에서는 우리 몸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 지구에 생물이 나타났을 때는 뇌가 없었기 때문에 음식물을 소화해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장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고로 뇌는 장에서 진화되어 나온 기관 중 하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뇌는 장과 신경 세포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또한 뇌처럼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이유도 이렇게 뇌와 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우등생들은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는지 연구한다. 쉰 만큼 회복해서 다시 공부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부분과 더불어 뇌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더 잘 쉬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잘 쉬는 것도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할 때 중간에 꼭 쉬어가야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원리와 같다.
그런데 이게 왜 공부 감정과 연관이 있을까?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도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렵고 힘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얼마나 그 힘든 일을 잘 견디며 멈추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공부를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하려고 하는 것이다. 휴식이 계획되지 않으면 결국엔 무너질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연구마다 혹은 개인마다 결과는 다르지만, 나이대별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대략 3세 경 영아는 약 3~5분, 4~7세 유아는 약 5~10분, 초등학생은 약 10~15분, 중·고등학생은 약 15~25분, 성인은 약 20~35분 정도가 최대 집중 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학교급에 따라 수업 시간이 다르다. 초등학교는 40분,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대략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나눴을 때 최대 나이대별 집중 시간과 맞물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나이대별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수업을 진행하다가 중간에는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더 집중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만일 학생이 수업 전반부에 집중해서 지쳐갈 때쯤 중간에 잠시 쉬거나 주의 환기를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머지 후반부도 집중해서 수업에 임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좁게 보면 이렇게 수업 시간에도 잠시 쉬어가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아가 하루 일정으로 살펴보자면, 중간에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혹은 공부에 몰입한 이후에 계획을 다 실천했으면 공부 스위치를 끄고 푹 쉬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점 중 하나는 계획을 세울 때는 80%만 넣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나머지 20% 시간에 부족한 걸 하거나 혹은 모든 일을 마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비록 80%의 계획만 세웠더라도 매일 계획을 모두 실천한다면 어떤가? 매일 80점짜리 하루가 된다. 반면에 일주일 중에 2일은 150% 공부량을 채웠는데, 3일째부터 공부하는 게 힘들어서 나머지 5일은 20%만 실천한다면 평균 점수는 형편없어진다. 계산해보면 대략 평균 50점 정도를 웃돌뿐이다. 이것보다는 매일 80점 삶을 살아가는 게 훨씬 더 효율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물며 요새 유행하는 말이지만, “잘 쉬는 게 혁신이야!”라는 말도 있지 않겠는가. 안정적인 공부 체력과 감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채찍질하고 있는지 꼭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달리는 말에게 당근 없이 채찍질만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상처가 나서 병에 들고 결국에는 죽고 말 것이다. 반면 중간에 당근도 주고, 물도 주고 하면서 말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오래오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꼭 중간에 전략적으로 쉴 수 있도록 고민했으면 한다. 그게 목표를 이루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