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영상 시청은 공부의 주된 적이다

2. ‘공부 감정’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by 신영환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게다가 스마트 기기 개발에 힘쓴 두 사람이기에 그들의 자녀는 아마도 더 능숙하게 기계를 다루고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녀가 비디오 게임을 할 때는 타임 제한을 두었고, 14세가 될 때까지 휴대폰을 사지 못하도록 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이 새로 출시된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영상 시청이나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두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고, 창의력 저하, 학습 발달 능력 저하 등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스크린에 노출되는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또한 다른 연구 기관에서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계속 노출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그만큼 스마트 기기 사용과 영상 노출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 게임을 하거나 영상 시청을 할 때는 뇌에서는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나온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뜻밖의 보상을 받았다고 느낀다. 보상을 받았다는 말은 곧 좋은 일이라고 판단하기에 계속해서 그 보상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중독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식당에서나 혹은 집에서 밥 좀 편하게 먹어보겠다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고 영상을 보도록 하는 부모가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 물론 나도 한때 그랬다. 첫째 때는 그렇게 영상 노출을 조심했는데, 둘째가 태어나서는 그럴 수 없었다. 우선 첫째가 이미 영상을 보기 시작했으니 자연스럽게 둘째는 어릴 때부터 영상에 노출됐다.


또한 혼자서 동시에 둘을 돌보는 게 어려우니 미봉책을 생각해 낸 일이 영상을 보여주는 거였다. 아이들이 잠시 영상을 볼 동안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편한 길을 선택하니 무섭게도 금방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서히 영상에 중독되었다. 밥 먹을 때만 영상을 찾는 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영상이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그리고 어쩌다 영상을 1시간 넘게 보게 되면, 이유 없이 짜증 내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을 봐서 피곤해지니 모든 일에 짜증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도파민이 과도하면 ADHD, 조현병, 치매, 우울장애 등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실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도파민은 사실 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물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인간을 흥분시켜 살아갈 의욕을 생기게 하고, 흥미를 생기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쉽게 말해서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쾌락을 느껴 두뇌활동이 증가하여 학습 속도, 정확도, 인내, 끈기, 작업 속도 등에 좋은 영향을 준다. 실제 공부 중독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 결과라고 한다. 그러니 이왕이면 영상 중독이 아니라 공부 중독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요즘에는 전보다 자극적인 것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손쉽게 노출되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강한 자극에 이끌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른 것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 《도파미네이션》이라는 책에서도 이런 점을 꼬집어 지나친 쾌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특목고 우등생들도 공부를 잘하다가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학기 초에는 성실하게 잘 지내다가 언젠가부터 수업 시간에 계속해서 꾸벅거리며 조는 학생이 생긴다. 이런 아이들을 불러서 상담을 해보면 밤새 영상을 보거나 게임에 빠져서 꼴딱 밤새고 다음 날 학교생활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잠을 못 자니 수업 시간에도 졸고, 종일 찌뿌둥한 느낌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평소와 다른 정상적이지 못한 자신의 상황에 괴로움과 고통을 호소한다. 쉽게 화내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인다. 감정이 불안정해진 것이다. 지나친 도파민 분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한 아이는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 화면을 두드렸다.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숨 쉴 틈도 없이 계속 게임을 했다고 한다. 이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려고 여러 번 불러서 상담하면서 회유하여 끝내 게임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다짐을 받아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끝내 졸업하는 날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했고, 입시 결과도 좋지 못했다.


놀랄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아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한 번도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심지어 항상 학급 반장을 하거나 심지어 전교 회장이었던 일명 엄친아로 불리던 아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부는커녕 일상생활이 무너진 것이다. 부모도, 교사도 끊임없이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려고 노력했어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성인도 하물며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계속 자극받고,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경험한다. 그러니 청소년이라고 다를까? 심지어 어린아이는 그런 강한 자극에 얼마나 취약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예전에 바보상자라고 부르던 TV보다 작은 화면에 더 빠르게 화면을 전환하는 요새 영상들은 자극 강도가 더 세다고 한다. 그러니 중독 현상이 더 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게다가 유튜브는 쉼 없이 관심 분야의 추천 영상을 제공하니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아주 다행히도 우리 집 아이들은 환경을 바꾸면서 영상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영상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건 아니다. 주말에만 시간을 정해서 약속된 시간만큼 영상을 시청한다. 물론 처음에 이 습관을 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타이머가 울리면서 화면이 멈추니 울면서 짜증도 내고 화도 냈다. 하지만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니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영상 시청 시간이 끝나면 단호하게 보지 못하게 했다. 대신 다음 주에 다시 볼 수 있다는 계획을 말해주었다. 타이머가 끝나면 반납해야 한다는 약속을 잘 지키면 매주 토요일에는 항상 50분 영상 시청 약속은 지켜지도록 했다. 세계 보건기구에서 정한 5세 미만 어린이에게 1시간 이내 시청 권유 기준 시간을 지켰다.


또한 유튜브 채널을 어린이용으로 설정하여 유해 영상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티가 안 나게 일부러 교육적인 내용이 포함된 영상을 볼 수 있게 유도했다. 장난감 상품 리뷰나 아무런 생각 없이 보고 끝나는 영상은 피하도록 노력했다. 혹은 영어 소리에 노출될 수 있는 영상 위주로 보려고 했다. 어쨌든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물론 영상을 보여주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이미 노출이 시작되었으니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규칙을 정해서 최소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 집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방금 말한 내용을 참고하여 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해보길 바란다.


끝으로 영상 노출이 별로 없었던 친한 친구네 집 아이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한다. 이 아이는 10세가 될 때까지 집에서는 영상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화면에 나오는 광고만 봐도 재미있게 본다고 했다. 그러다 11세가 되어서부터는 봉인을 해제하고 디즈니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영어로 된 버전으로 봤다고 한다. 그렇게 1년 정도 노출이 있었다.


고학년이 되니 학업이 걱정되어 영어 학원에 보내야 할 것 같아 레벨 테스틀 봤다고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주니어 토플 성적이 잘 나와서 고민이라고 했다. 혹시 입시 영어를 하면 아이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을까 해서였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그동안 디즈니 영화만 봤을 뿐인데 그동안 영상에 대한 목마름을 제대로 풀면서 교육적 효과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 아이는 영상 노출이 별로 없었기에 자기가 경험하는 세상에 더 호기심이 많았다. 강한 자극에 노출이 없었기에 감정적으로도 더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교우 관계도 원만했다. 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영상 노출이 적었던 이 아이는 공부 감정이 안정적이라는 점이 특징인 것이다. 그러니 부모로서 우리 아이의 영상 노출에 대한 고민을 꼭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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