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뱃속에서부터 시작하는 독서 습관 만들기

2. ‘공부 감정’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by 신영환

뱃속에서 독서를 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독서는 눈으로 책을 읽는 행위를 말하지만, 귀로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책이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지 않은가? 고로 귀로 하는 것도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뱃속 아이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귀로는 들을 수 있으니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왜 뱃속에서부터 독서를 하는 게 공부 감정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 시작점을 뱃속부터 한 이유가 있다. 부모가 뱃속 아이에게 책을 직접 읽어주는 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아빠의 중저음 목소리는 태아가 잘 반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양수인 물에서는 음파 특성상 고음보다 중저음이 더 잘 통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전달된 소리가 아이의 청각 세포를 깨워 두뇌를 자극할 수 있다. 두뇌에 자극이 생기면 그것은 곧 두뇌 발달과 연결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궁금한 점이 생길 것이다. 과연 정확히 태아가 몇 주차일 때부터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지 말이다. 태아 발달 시기에 따르면 청각이 생기는 20~24주 정도부터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청각이 없어도 엄마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아이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아빠의 다정다감한 나지막한 목소리는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시기가 지났다면 태아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아빠가 뱃속 태아에게 책을 읽어주면 효과가 있는 것이다. 지능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보다 책 읽는 중간에 태아에게 말을 걸면서 하면 더욱 좋다. 책을 읽으며 태아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뱃속 태아에게 책 읽어주기는 정서 발달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 사실을 여러 육아 서적을 통해 알게 되면서 나는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실제 두 아이에게 적용했다. 첫째 때는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서 뱃속 아이와 자주 대화했다. 심지어 내가 만든 이야기를 녹음해서 바쁜 날에는 틀어주곤 했다. 둘째 때는 영어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뱃속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거나 영어책을 읽어줬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두 아이는 아빠가 직접 지어낸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둘째는 색깔은 우리말보다 영어로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색깔이 들어간 영어 그림책을 많이 읽어줬었다. 표본이 많지 않아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뱃속 태아에게 책 읽어주기는 분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우등생들이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부모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줬다는 점이다. 우등생마다 독서 유지 기간은 모두 달랐지만, 부모와 함께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어릴 때 부모 품 안에서 책을 읽는 행동은 다시 한번 정서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뇌 호르몬 중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스킨십할 때 나온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안아줄 때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어릴 때는 부모의 품 안에 쏙 들어와 앉아서 책을 읽게 되니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여러 전문가는 독서를 하면 지능이 발달하지만, 안정적인 정서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다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공부 감정을 위한 준비 운동으로 독서는 필수다. 정서 안정과 더불어 부모와 유대감 형성이라는 점에서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공부 지능이 좋은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적어도 매일 부모와 책 읽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엄마는 책을 그대로 읽어주면서 대화하고, 아빠는 주로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직 글자를 모르는 두 아이는 어쨌든 매일 그렇게 독서하면서 자라고 있다. 덕분에 아빠와 엄마 누구와도 큰 차별 없이 똑같은 마음으로 애정을 나누며 지내고 있다.


다른 집을 보면 대부분 엄마와 아이들 사이가 더 좋고, 아빠와 친한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물론 요새 부모는 아이와 둘 다 친한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좋은 사례가 있어서 공유해본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한 가정이 있었다. 물론 주말에는 함께 도서관에 손잡고 다녔다.


책으로 의기투합한 아빠와 딸이라서 그런지 평소 생활에서도 부녀 관계는 매우 좋았다. 심지어 이 독서 활동은 딸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자기 전에 꼭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독서 습관이 19년 동안 계속된 덕분인지 몰라도 이 아이는 공부도 잘했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 딸아이는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여기서 숨겨진 놀라운 사실은 사교육으로 선행 학습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굳이 선행 학습이 되었다고 한다면 독서를 통해 배경 지식을 많이 쌓았다. 어휘력도 우수해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독서로 쌓은 부모와의 유대감도 끈끈해서 공부로 부모와 다툴 일도 전혀 없었다. 나비 효과처럼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독서 경험은 이렇게 큰 태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독서가 감정 발달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영향을 주는 관계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우등생들만이 가진 다른 공부 감정을 형성할 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자신을 믿고, 냉철한 이성을 얻고, 끈기를 얻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자신감을 얻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유연하게 대처하고, 윤리적인 태도를 모두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말한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10가지 공부 감정은 우등생들이 가진 특징으로 3장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물론 독서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 있다. 적어도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비타민은 필수 영양소는 아니지만, 부족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영양소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가 부족하면 언젠가는 공부 감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조리원에서 비타민D가 부족할까 약을 한 방울씩 매일 먹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독서는 우리 아이가 좋은 공부 감정을 가질 때 꼭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하루 중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지금의 좋은 상황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교육을 위해 매일 저녁 가족이 함께 식사해야 하는 것처럼, 독서를 매일 해야 하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물론 즐거운 분위기로 말이다. 여러분도 함께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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