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만의 취미생활 만들기

2. ‘공부 감정’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by 신영환

공부 잘하는 아이가 놀기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반대로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말은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잘 구분하기를 바란다.) 마치 요새 사람들이 워라밸을 잘 지켜서 꾸준하게 일할 힘을 기르는 원리와 같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노는 아이는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놀고, 잘 쉬면 다시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슬럼프가 찾아온다. 공부하는 수험생에게는 더욱 잘 찾아온다. 그 이유는 공부가 재미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일을 병행해야 공부를 버티며 할 수 있다. 실제 우등생들도 공부가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참고 열심히 공부하는 우등생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배울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우등생은 각자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즐긴다. 전교 1등 하는 학생도 공부만 하지 않는다. 독서, 영화감상, 운동, 퍼즐, 게임, 바둑, 오목, 장기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심지어 방학이면 1주일 동안 여행을 다녀오는 우등생도 봤다. 그렇게 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와서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취미생활을 해야만 하는 이유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어떻게 충전할 것인가 고민하라는 말이다.


힘든 나날 중에 행복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기에 이와 관련된 호르몬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그 주인공은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즐겁고 행복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엔도르핀 수치가 높아지면 기억력 향상 등 인지 능력에 좋은 영향을 준다. 또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면역 체계에도 도움이 되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이 엔도르핀 수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보통 두 가지를 제시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신체 활동을 하든지 좋아하는 음식을 먹든지 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공부 감정을 잘 다진 학생들은 보면 동적이든 정적이든 신체 활동을 즐긴다. 혹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어떤 학생은 돈가스 마니아로 맛집을 찾으면 그렇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신체 활동이나 먹는 음식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지만, 본질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도 행복을 느낀다. 혹은 영화 스토리 혹은 노래 가사를 통해 감동받아 웃음과 눈물을 보인다. 이때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엔도르핀보다 4000배 효과가 있는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감동’이 주는 효과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니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방법도 기준도 다르기에 행복을 주는 ‘취미 활동’도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한다. 혹은 많이 웃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도 좋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그만큼 웃음이 주는 효과도 있기에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재미있고 즐거운 취미를 찾아야 한다.


글씨를 잘 못 쓰던 한 학생이 있었다. 글씨를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캘리그래피를 배우면 글씨가 예뻐진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보며 예쁜 글자 모양을 하나씩 따라 쓰기 시작했다. 비록 처음에는 삐뚤빼뚤 엉망진창이었지만, 매일 꾸준하게 연습하니까 모양이 나아졌다. 마침내 자기가 좋아하는 글씨체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악필이라고 놀림을 받던 이 아이는 학급에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글씨가 너무 예뻐서 너도나도 글씨를 써달라고 졸라댄다. 심지어 글씨체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아이도 있었다. 단순히 예쁜 글씨가 쓰고 싶어서 시작한 취미 활동이 이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일이 되었다.


예쁘게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필기한 것을 보고 선생님들도 칭찬하기 시작했다. 전교에서 캘리그래피 제일 잘하는 아이, 수업 필기 가장 예쁘게 잘 쓰는 아이로 인정받았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성적 그래프도 급격하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글씨만 예뻐진 게 아니라 성적표의 숫자도 아름답게 변했다.


다른 아이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기타 치는 음악가를 보고 감동받았다. 자기도 멋지게 기타 치며 곡을 연주하고 싶었다. 부모님께 졸라 기타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초등학생이라서 손가락이 짧고, 피부도 얇아 기타 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타 줄을 하나씩 튕기는 게 재미있었다. 오랜 연습 끝에 노래 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학급 학예회에서 장기 자랑을 하라고 해서 학원에서 선생님 기타를 빌려서 그동안 연습했던 곡을 연주했다. 초등학생이 얼마나 잘 치겠냐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쳐서 모두 놀랐다. 그 이후로 ‘기타 소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음 해에도 학급 장기 자랑을 할 때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마침내 학교 축제에서는 전교생 앞에서 어려운 곡을 연주하며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기타 소년도 마찬가지로 기타를 배우면서 재미있는 일을 통해 성장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끈기’를 배운 것이다. 점점 더 어려운 코드와 기술을 배우며 자기가 목표로 하는 곡을 완성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사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공부의 본질을 익히게 된 것이다. 공부 감정은 이렇게 사소한 취미 활동을 통해서부터 훌륭하게 자라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해서 해나갈 힘이 있기 때문이다.


취미는 공부하다가 지칠 때 잠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다. 슬럼프가 오기 전에 즐거운 일을 하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취미를 통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공부 감정을 키우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공부 포기를 모르는 우등생들의 ‘공부 감정’ 10가지도 어쩌면 취미 활동에서부터 길러질지 모른다.


피겨 선수 김연아도 피겨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7살에 근처에 아이스 링크장이 새로 생겨서 가족이랑 놀러 가서 취미로 타면서부터였다. 운 좋게도 재능이 있었고, 코치 눈에 띄어서 선수 제안이 들어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보다 진도도 빨랐다. 12세 트리플 점프 5종 완성, 13세 첫 국제 대회 노비스 부분 우승, 14세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 등이 그녀의 업적이다.


이런 업적의 최고조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점이다. 그녀는 수많은 회전으로 허리가 성치 않고, 스케이트화를 묶던 손가락은 굳은살이 생기고, 스케이트화에 눌리고 점프 충격을 발목은 휘고 상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강한 집념과 정신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UN 총회에 특별연사로 나와서 성공적인 개최와 결의안 채택을 호소하는 영어 연설을 했다. 그렇게 큰 자리에서 떨지 않고 연설하는 모습은 아마도 그동안 피나게 연습했던 피겨 경험에서 우러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든 일을 견디고, 성장하여 어떤 일을 하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낼 수 있다.


취미라고 하면 별거 아닌 것과 같이 느낄 수 있지만, 김연아 선수처럼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수 있다. 나는 단단한 공부 감정의 시작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만의 건강한 취미생활을 찾는 것부터라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분명 그 경험의 씨앗이 큰 나무로 자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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